[우리 둘 사이에] 쪼코, 휠체어, 그리고 산모 (성지혜 감독, 김시은 설정환)

2025. 9. 8. 07:51한국영화리뷰


 여기 한 여자가 건널목 앞에 멈칫 서 있다. 좌우로 지나가는 차들. 지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다. 그 여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다. 18년의 평범한 삶을 살다가 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의 삶이 17년을 이어온다. 그의 곁에는 다정한 남편 호선이 있다. 달콤한 신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은진이 임신을 한 것이다. 태명을 ‘쪼코’라 지었다. 행복할까. 이제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은진의 출산분투기가 시작된다. 

 후천적 장애, 척추 장애를 갖고 있는 은진의 출산은 고난의 연속이다. 병원에서도 각종 위험성을 이야기해주고, 당사자도, 남편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더해간다. 12주, 24주, 34주가 되면서 행복한 출산의 희망보다는 좌절과 죄책감을 더 갖게 된다. 

 성지혜 감독의 <우리 둘 사이에>는 불안과 기대, 행복과 절망, 초조함과 기쁨이 교차하는 영화이다. 우리는 안다. 은진의 삶이, 커플의 행복이란 것이 그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원하는 것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첫 고비는 남편의 불안정한 직업이다. 감독은 잔인하게도 남편 호선을 대학 강사로 설정했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전임 자리는? 안정된 보장이 없는 초조함의 연속이다. 쌓이는 병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배달 알바도 할 것이다. 그래도 행복하고, 그래도 쪼코가 그리울까.  출산예정일이 다가올수록, 검사가 늘어날수록 신혼부부의 걱정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그런데 관객마저 불안해지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드러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은진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천사로 보이고, 특급 도우미로 느껴진다. 그게 보이는 것 그대로라면!

<우리 둘 사이에>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비장애인과의 트러블 같은 불편한 시선은 없다. 관객들은 영화 첫 장면, 건널목 신에서부터 바로 은진과 호선이 되어버리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응원하게 된다. 이 영화는 결국 아이를 갖기를 열망하고, 낳는 그 순간까지 고뇌하는 위대한 모성애를 담고 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오롯이 그들의 선택인 셈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어쩌면 최후의 순간까지 흔들리는 남편이 아니라, 죄책감까지 안고 가는 산모의 결정이다.

 김시은과 설정환은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쪼코’를 기다리는 신혼부부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통스럽게, 훌륭하게 연기한다. 특히 김시은의 얼굴은 관객들을 곁으로 불러와서 손을 꼭 잡게 만들고, 등을 쓰다듬게 만든다. 그리고, 은진이 끝까지 의지하는 ‘언니’를 연기한 오지후의 '존재'감은 이 작품을 정말 영화적으로 완성시킨다. 

 성지혜 감독은 ‘최선의 삶’ 조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크립터 등을 거친 뒤 이번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마지막 장면은 수술실로 실려 가는 은진의 모습이다 얼굴만 커다랗게 클로즈업 된다. '쪼코'를 낳았을까. 낳았다고 본다. 산모가 애타게 원하고, 관객이 그렇게 응원하고, 온 우주가 애타게 기원하는데 말이다. 

▶우리 둘 사이에 ▶감독:성지혜 ▶출연: 김시은, 설정환, 오지후, 강말금 ▶제작:영화사진진 ▶배급:인디스토리 ▶개봉:2025년 7월 30일/12세이상관람가/98분

[사진=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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