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리뷰] ‘층’ 타란티노식 층간소음 해결법 (조바른 감독)

2025. 9. 8. 07:50한국영화리뷰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는 염하(炎夏)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혹시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지는 않는지. 최근 들어 ‘층간소음’으로 야기된 이웃 간의 다툼이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한다. ‘층간소음’을 다룬 영화와 연극도 만들어지고 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층>이란 단편영화도 ‘층간소음’을 다룬다. <층>은 2017년 BIFAN에서 <진동>이란 단편으로 작품상을 수상하고, 2021년 액션영화 <불어라 검풍아>와 공포물 <괴기맨숀>을 감독한 조바른 감독의 단편영화이다.

<층>은 이런 저예산단편공포영화에 어울리는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롭게 자고 있는 부부. 아내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서는 남편에게 올라가서 말 좀 해보란다. 어두운 복도, 소리가 흘러나오는 방문을 두드렸더니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뭔 일이냐?’는 식으로 노려본다. 별 수 없이 그냥 돌아오지만 계속 이어지는 소음, 아내의 성화에 남편은 다시 올라간다. 문제의 그 집, 거실에서는 남자 네댓 명이 한 여자를 붙잡아두고 고문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액션의 파노라마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쭈빗거리던 그 ‘남편’은 어느새 ‘존 윅’처럼 액션 히어로가 된다. 칼, 주먹, 손도끼, 방망이, 그리고 총까지 들고 설치는 악당들은 차례로 제압한다. 그런데, 액션은 그 남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센 것이 남아있다.

 <층>은 복잡한 이야기, 난해한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신의 공간이 위협받았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서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다. 아파트 관리동에 이야기해도, 입주민대표에게 말하더라도 저런 빌런의 악행을 제어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조바른 감독은 솔직하게, 직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확실한 해결책을 내세우는 것이다. <층>은 그 목표에 맞게 질주하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 한국의 대표적 액션 달인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남편 역의 박태산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액션디자인도 맡았다. 액션을 수행한 ‘독션’팀은 저예산단편영화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수준 높은, 프로페셔널한 액션을 짧게, 굵게, 강렬하게 보여준다. 효율적이면서도, 강렬한 타격감으로 관객에게 공동주택의 빌런‘ 처단이라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아내 역은 이종은 배우가 연기한다. 독특한 커리어를 지닌 배우인데 마지막에 기관총을 세례를 퍼붓는 화끈한 액션을 선사한다. 

조바른 감독의  <층>은 단편영화에서도 감탄할만한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한국영화판의 탄탄한 스태프와 빛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층 (영제:Floor) ▶감독:조바른 ▶출연:박태산, 이종은, 배진웅, 조유라 ▶촬영:이정원 ▶액션캠오퍼레이터; 허영진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판타스틱(단편) 월드프리미어 상영작 ▶14분/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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