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로 20세기 유럽사 공부하기 (매튜 본 감독,2021)

2022. 1. 24. 09:22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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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텐츠업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아마도 ‘설강화’일 듯. 역사적 사실/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의 창작의 자유, 혹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여기에 조금이나마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최근 개봉되었다. 매튜 본 감독의 흥행 프랜차이즈 ‘킹스맨’의 신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원제:The King's Man)이다. 물론, 철저한 할리우드 오락물이다.
 
2015년 개봉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영국 런던의 고급 양복점 지하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악당을 처치하는 현대판 비밀조직을 보여준다. CIA나 MI5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 차원의 공인기관이 아닌, ‘정의로 뭉친 신사들의 집단’이라는 것. 2017년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는 미국에까지 조직을 확대(?)한 킹스맨의 방대함을 보여준다. 이번에 개봉한 세 번째 작품은 ‘프리퀄’의 탈을 쓰고 ‘킹스맨’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이들은 ‘프리메이슨’이 아닌, 영국 로열패밀리의 자선활동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19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마페킹(Mafeking). 영국 키치너 장군의 지휘 아래 있는 수용소에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이 적십자사 기를 단 마차 무리를 이끌고 도착한다. ‘평화애호가’인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런데 열악한 수용소를 둘러볼 틈도 없이 어디선가 총탄이 날아오고 아내가 숨을 거둔다. 이때부터 옥스퍼드 공작은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세계는 급박하게 돌아간다. 영국에서도, (유럽)대륙에서도. 보스니아에 총성이 울리며 1차 세계대전의 막이 오른다. 서부전선에는 끝없이 이어진 참호가 구축된다. 러시아에서는 망나니 같은 라스푸틴이 니콜라스 황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전쟁과 제국의 몰락의 이면에는 미치광이 조직이 있었으니 '쉐퍼드'(Shepherd)가 조종하는 어둠의 집단이다. 옥스퍼드 공작은 이제 이들을 상대로 지팡이를 들고, 쌍엽기에 매달리고,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매달려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평화라는 숭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원탁의 기사들로 이뤄진 ‘킹스맨’이 형성되는 것이다. 
 
영화 ‘킹스맨’을 보고 실제 있는 비밀정보조직이냐고 묻는다면? 모를 일이다. 세상은 넓고 강대국엔 비밀이 많고, 세계적 갑부들의 취미생활은 우주적 차원이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영화를 즐겨야지 더 재미있을 것이다. 20세기가 되면서 지구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제국의 영광을 휘날리던 영국이 점차 저물어가고 미국이 급부상하던 때이다. 물론, ‘공산주의’로 무장한 러시아(소련)가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고 말이다. 영화 [킹스맨 퍼스 에이전트]에서는 이 시절의 변화무쌍한 국제정세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관련하여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사라예보를 방문했다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청년의 총격으로 사망하고, 그것이 세계대전으로 확전된 것이라고 배운다. 이 영화에서는 ‘그 청년’ 프린치프도 등장하고, 암살 현장이 드라마틱하게 재현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역사공부인가. 물론, 주의해야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역사적이지만, 옥스퍼드 공작이 활약을 펼치는 것은 상상도 아니고, 창작이니!
 
독일과 참호전을 펼치며 연합국이 기대할 것은 러시아의 불참전과 미국의 참전일 뿐. ‘옥스포드 공작’은 라스푸틴의 러시아 황궁에서 눈물겨운 미인계(미남계)를 펼친다.(라스푸틴의 숨통을 끊기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도 사실에 기반을 둔다!) 미국 윌슨 대통령이 유럽에서의 세계 대전에 끼어드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백악관에 침투한 마타 하리와의 ‘은밀한 동영상’때문이라니. 설마 이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영국과 소련과, 미국 등등을 오가며 활발한 ‘역사 비틀기와 바로잡기’를 이어간다.

마블 영화처럼 이 영화에도 쿠키 영상이 나온다. 라스푸틴을 처단하고, 러시아를 장악한 쉐퍼드 멤버 레닌이 또 다른 '예비 악당'과 손을 잡는다. 누구냐고? 히틀러다. 멜 부룩스 감독도 아니면서 엉망진창 세계사가 펼쳐질 요량이다. 

독일의 잠수함작전과 멕시코주재 독일대사에게 보낸 비밀전문(치머만 전보)을 둘러싼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게 ‘극화’되었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1902년,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전쟁 당시 제국주의영국이 펼쳤던 끔찍한 학살극을 공부하게 된다면 적어도 충분한 시청각자료로서의 역할은 하는 셈이다. ⓒ박재환 2022.1.2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출연: 랄프 파인즈(옥스포드 공작), 해리스 딕킨슨(콘래드), 리스 이판(라스푸틴), 젬마 아터튼(폴리), 디몬 하운수(숄라), 매튜 구드(모튼), 그리고 톰 홀랜더(조지5세,빌헬름2세,니콜라이2세) ▶2021년 12월 22일 개봉/청소년관람불가 

 

[리뷰]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로 20세기 유럽사 공부하기 (매튜 본 감독,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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