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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크루아상]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2. 20.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멋진 카피 같지만 실제 저런 대사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조성규 감독의 신작 <크루아상>은 빵을 굽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코로나 사태로 질식할 것 같은 요즘 언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또 언제 개봉되었는지 모르게 극장에서 사라질 영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조성규 감독이 관여한 긴 작품 목록에 남을 것이다. 

 영화는 방황하는 한국청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적인 문제, 세계적인 비극의 희생양은 아니다. 그저 각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삶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희준(한상혁)은 병원에서 피를 뽑고 있다. 아마도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신약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인 모양이다. 어쩌면 채혈하는 간호사 윤정 때문에 이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지 모른다. 어느 날 병원에 발을 다친 성은(남보라)이 온다. 성은은 동네 빵집 주인. 기약 없는 공시생보다는 빵집이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성은이 만드는 크루아상의 맛이 보통이 아니다. 그렇게 그 빵집에서 일하게 된다. 알고 보니 성은은 이전엔 공무원이었단다. 안정적인 공무원생활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제빵 기술을 배우고 지금 빵집을 하고 있다. 빵집 사장, 빵집 아르바이트, 그리고 그 빵집을 찾는 손님들이 먹으며,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달콤하게, 담백하게 교차시킨다. 물론 때로는 씁쓸할 것이다.

 영화 <크루아상>의 배경은 강릉이다. 하지만 바다도, 커피 골목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곳이 굳이 강릉이 아니어도 되지만, 강릉이라는 것을 알아주면 더 기쁠 것이다. 그곳의 청춘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삶과 인생, 사랑과 미래에 대해 갈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흔해 빠진 청춘교훈극이다. 흔들리는 청춘의 남자 주인공이 맛있는 빵과, 매력적인 여주인공에 반해 자신의 인생을 새로 설계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원래의 인연과는 가볍게 헤어질 것이다. 크루아상이 더 맛있고, 자신의 앞으로의 삶이 더 중요할 테니 말이다.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혁(한상혁)은 취업하는 회사마다 폐업하기에 스스로 ‘폐업도우미’라고 자조하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청년 희준을 연기한다. 이 영화는 직업의 안정성이나 청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크루아상의 맛에 대한 예찬도 아니다. 청춘도, 삶도, 사랑도, 코로나 시대의 영화도 결국 살아남은 자만이 즐기는 달달한 맛이니 말이다. 

영화에서 크루아상을 소개하는 대사가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16세에게 시집오면서 프랑스에 소개한 빵이라고 하지만 사실 빵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서프라이즈>급으로 많다. 대신, 프랑스대혁명 당시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배고픈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했다는 말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케이크도, 크루아상도, 브리오슈도 아닌 역사에 길이 남는 창의적 캐치프레이즈지만 말이다. 

 조성규 감독은 아마도, 2010년 <맛있는 인생>을 찍으며 강릉을 찾은 것 같다. 영화 기획자로, 제작자로, 이런저런 외국영화 수입업자로, 소극장 운영자로, 그러다가 마침내 영화감독을 직접하고 있는 대단히 축복받은 조성규 감독은 자기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을 모두 자신의 영화에서 펼쳐낸다. 정말 영화로운 삶의 주인공이리라. 

이 영화에서는 ‘크루아상’을 통해 청춘의 꿈과 삶을 이야기한다. 대박이 나지 않아도, 내일 문 닫아도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왜? 삶은 계속 되고, 다른 메뉴는 넘쳐나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21년 1월 21일 개봉 12세관람가 (나, KBS미디어 박재환)

 

[리뷰] 크루아상,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

“우리는 지금 인생을 굽는 중이야”멋진 카피 같지만 실제 저런 대사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조성규 감독의 신작 <크루아상>은 빵을 굽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코로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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