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극장가에 중국영화가 한 편이 조용히 내걸렸다. <작은 소망>(小小的願望)이란 작품이다. 작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이 출연한 <위대한 소원>(2016)이 원작이다. 개봉 당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위대한 영화>는 솔직담백하게, ‘온리 그것!“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고등학생의 청춘의 치기를 유감없이 담아낸 청춘 코미디이다. 그 영화가 어떻게 중국의 영화제작자 눈에 든 모양이다.
중국영화 <작은 소망>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할 것은 지금, 현재 중국에서는 영화등급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영화가 눈높이를 낮춰,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온리 그것!’인 이 작품의 온전한 재미를 중국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이 들 것이다. 어쨌든 완성시킨다.
고원(팽욱창)은 근육위축증(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하루 종일 병원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 어느 날 오줌을 지린다. 엄마는 이런 아들이 애처롭기만 하다. 어릴 적부터 단짝으로 몰려다니던 서호(왕대륙)와 왕정양(위대훈)이 가끔 병문안 오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의사 선생님은 고원의 상태가 심각하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부모님에게 알려준다. 정말 피지도 못한 청춘의 꽃은 이대로 시들고 말 것인가. 아빠도 엄마도, “아들아, 뭐 하고 싶은 것 없니?”라고 묻지만 고원은 말을 못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친구! 왕대륙과 위대훈은 고원의 ‘유일한 소원’, ‘작은 소망’, ‘위대한 소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중국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죽기 전에 연애 한 번 해보 싶다!”이다. 어떻게 연애를 한다는 거지? 연애가 무슨 의미이지? 중국영화와 한국영화의 표현의 차이, 혹은 우정의 수위를 가름할 시간이 된 듯하다.
<작은 소망>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고원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친구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준다. 물론, 작정하고 ‘코미디’로 만든 한국영화에서는 ‘환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환자의 도전, 친구의 열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이 아무리 무모하거나, 황당하거나, 혹은 수위가 높더라도 관객은 ‘설득 당하거나, 이해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다. 물론, 웃느라 정신이 없어서 환자의 심박수를 챙길 여유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등급이 없는’ 중국영화는 팥소 없는 찐빵처럼 밋밋하다. 웃기려고 하는 말과 행동에 선뜻 웃지도 못하고, 웃기려고 만든 설정에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어쩌겠는가. 원작이 너무나 위대한 코미디였기에, 흉내 내는 것만도 ‘작은 소망’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도, 대만청춘물의 아이콘 왕대륙을 보고, 중국의 떠오르는 청춘스타들을 이렇게라도 만나볼 수 있으니 다행일 수도 있다. 류덕환이 연기했던 역할은 팽욱창이 맡았다. 이 배우는 중국의 전설적 독립영화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에서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이다.
이 영화는 원래 한국제목 그대로 중국에서 촬영되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제목이 <작은 소망>으로 변경되었다. 몇 차례 개봉일자가 변경된 끝에 작년 9월 중국에서 개봉되어 2억 8620만 위앤(488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한국영화 <위대한 소원>의 흥행수익(매출액)은 24억 원이었다. 한국영화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이지만, 중국의 영화시장 규모로 보자면 빅 히트는 아니라고 봐야할 듯.
그런데, 이 영화 중국개봉을 앞두고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팽욱창이 영화에서 ‘주연배우로서의 표기(위치)’가 모호하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 이에 대해 제작사는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영화는 팽욱창과 왕대륙이 ‘제1주연’이었다면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한 것. 중국 영화산업이 덜컹대지만 확실히 글로벌 스탠더드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2020년 8월 13일 개봉/12세관람가 (박재환 20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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