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쌍] 유진위 넌센스 코믹사극, “황매조 스타일~” (유진위 감독 天下無雙 Chinese Odyssey 2002)

2020. 6. 15. 14:47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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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영화도 다 극장에서 보게 된다. CGV아트하우스는 지난 11일부터  ‘All about 왕가위: 프로듀서 왕가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감독 왕가위’가 아니라 ‘프로듀서 왕가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가 감독을 겸했던 <동사서독 리덕스>(2008)을 포함하여 <동성서취>(1992), <천하무쌍>(2002), <첫사랑>(1997), <파도인>(2008), 그리고 <먀오먀오>(2016) 등 6편이 상영된다. 1990년대 중반 경, 왕가위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갈민휘가 감독한 <첫사랑>이 마치 왕가위(감독)영화인 것처럼 홍보되어 논란이 좀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재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흥행 면에서만 보자면 그다지 신통찮은 결과이지만 말이다. 

 <천하무쌍>은 2002년 중화권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홍콩영화계가 막 중국영화‘산업’계에 흡수되어 들어갈 무렵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미 수많은 홍콩영화배우들이 북경말(발음)을 익히며 ‘중국영화인’으로 거듭 날 때 만들어진 작품이다. 감독은 유진위. 왕가위 감독만큼 오랫동안 홍콩영화계에서 온갖 잡다한 작품을 만들며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은 주성치가 출연한 <서유기>(선리기연/월광보합). 유진위는 왕가위와 함께 ‘같은 배우, 같은 원작’을 가지고 <동사서독>과 <동성서취>를 만들었다. 어쨌든 그런 위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천하무쌍>을 만들게 된 것이다. 

● 황제와 공주, 동네건달과 여동생

 명나라 황궁에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던 황제(장진)와 여동생-공주(왕페이)가 몰래 궁궐을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황제는 태후에게 붙잡히지만 공주는 무사히 강남의 ‘매룡진’에 다다른다. 남장 차림의 공주는 주막 용봉점에 묵게 되는데. 이곳 주인장 아룡(양조위)은 공주를 남자로 알고는 자기 여동생 아봉(조미)과 엮으려 한다. 그런데, 공주는 아룡에게 살짝 마음이 간 듯. 소동 끝에 공주는 궁으로 돌아가고, 이번엔 황제가 매룡진 용봉점에 도착한다. 황제는 봉소저에게 마음이 간다. 상황은 그렇게 코믹하게 흘러간다.

‘천하무쌍’은 ‘천하에 둘도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두 번 다시 만나보기 어려울 인물이란 뜻. 이 영화에서는 공주 역할로 등장하는 왕비(王菲,왕페이)의 극중 이름이 하필이면 ‘무쌍’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단독주연인 것은 아니다. 그냥 유진위 스타일의 말장난으로 보면 될 듯.

● 왕실역사와 민간설화

장진이 연기한 황제의 이름은 ‘정덕황제’(正德皇帝)이다. 명나라 11대 황제인 무종(武宗,재위기간 1505~1521)이다. 조선에서는 연산군이 폐위되던 중종반정이 일어난 해가 1506년이다. 그 즈음의 이야기. 연호가 ‘정덕’(武宗)이지만 중국역사에서는 논란이 많은 임금이다. 황태자시절에는 학문을 좋아하고 총명했었지만 황제가 된 이후 황음무도(荒淫無度)하여 인륜에 어긋나는 많은 짓을 저질렀다. 중국역사에서는 황제들이 미복(微服)하여 민간마을을 몰래 둘러보는 일이 많은데, 그 과정에서 각종 미담(?)들이 대량으로 전해진다. 정덕황제와 매룡진 이야기도 그런 ‘역사외전’에 속한다. 

1959년 홍콩 이한상 감독의 쇼브러더스 사극 <강산미인>(江山美人)이 이때 이야기를 좀더 로맨틱(?)하게 다룬다. 매룡진에 온 황제가 봉 소저를 보고는 첫눈에 반하게 되고, 어찌어찌 만리장성을 쌓고, 왕은 ‘황후’로 봉하는데. 궁으로 돌아오니 어마마마가 ‘절대 반대’하시고, 환관들이 온갖 미녀들을 바치니 황제는 어느새 봉소저를 잊어버린다. 3년 뒤, 봉소저는 갓난아기를 안고 서울로 올라오고, 소동 끝에 아이의 존재를 밝히지만,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봉 소저는 두 번 다시 황제를 보지 못하고 죽어간다.

여하튼, 중국 민간에는 ‘춘향전’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황제와 민간인의 러브(?)스토리를 유진위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코믹하게 밀어붙인다. (지금 한국관객이 보면, 웃음포인트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중국에는 지역별로 대표적인 극(오페라)이 있는데 안휘성 안경(安徽省安慶)을 중심으로 발전한 희곡이 바로 ‘황매희’(黃梅戱)다. 쇼브러더스 시절 홍콩에서는 ‘황매조’ 영화가 대유행이었다. 이 영화 <천하무쌍>에 나오는 음악도 황매조 스타일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고답적이고, 연기는 지독히 유치하다. 그게 유진위 감독의 스타일이다. 극장에서 두 번 다시 보기 드문 작품이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황매조 영화를 극장에서 볼 일은 두 번 다시없을 테니! 참, 양조위(량차오웨이)나 장진(장전), 조미(짜오웨이), 왕비(왕페이)가 출연한 영화를 한국 극장에서 보기가 쉬운 일인가. 여하튼, 중국문화, 중국역사를 배우는 사람, 그리고 홍콩영화 황금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시길.  (박재환 20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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