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에서 개봉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로 중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증국상 감독이 다시 한 번 주동우(저우동위)를 캐스팅하여 <소년시절의 너>라는 묵직한 영화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작년 중국에서 개봉되어 15억 위앤을 벌어들인 흥행작품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대만청춘영화 같은 말랑말랑함은 기대하지 마시라. 학내폭력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사회파 영화이니 말이다.
영화는 안챠오(安橋)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기하학적인 도시미를 뽐내는 이곳에는 서민도 있고, 불량소년도 있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천니엔(주동우)는 대학입학시험에 모든 것을 건 수험생. 아빠는 없고 엄마는 빚쟁이에 쫓겨 사라졌다. 오늘도 악착같이 공부! 오직 베이징의 대학에 진학해서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다. 학교는 온통 경쟁사회. 그런 압박감 속에 옆자리의 급우가 학교에서 투신자살한다. 모두가 휴대폰을 꺼내 SNS로 끔찍한 현장을 중계하기에 바쁠 때, 천니엔은 자신의 옷을 벗어 갑자기 떠나간 친구를 가려준다. 그런 천니엔이 다음 번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장난 같은 폭력은 이제 범죄적 수준에 다다른다. 그런 천니엔을 도와준 것은 선생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다. 동네 양아치 같은 샤오베이. 학력고사는 점점 다가오고, 교내폭력의 강도는 높아간다. 견디다 못한 천니엔, 그리고 그런 천니엔을 지켜보던 샤오베이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학교폭력, 교내폭력, 따돌림(buiiying)을 중국어로 ‘빠링’(霸凌)이라고 한다. 집단 따돌림을 넘어서서 정서적 학대, 물리적 폭력으로 어린 영혼을 황폐화 시킨다. <소년시절의 너>에서는 중국의 ‘고3 수험생’ 교실을 보여준다. 중국에선 한해 거의 백만 명의 수험생이 ‘합격’의 영광을 위해 땀을 흘리고, 청춘을 저당잡힌다. 그 스트레스는 우리(나라의 상황)와 비슷하다. 부모들의 엄청난 기대감은 중압감으로 학생을 미치게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아이에겐 관심도 없는 경우까지. 주인공 천니엔은 자신의 변변찮은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로 ‘학력고사’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다. 우리와 똑같이. ‘개천에서 용’이 되기 위해.
<소년시절의 너>는 중국 작가 지우위에시(玖月晞)의 소설(少年的你,如此美麗)을 옮긴 것이다. 중국에서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빠링’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투신자살 후 학교 복도에 철제 난간이 설치된 게 보인다. 실제 중국의 한 학교에서 연속으로 투신하는 일이 발생하여 그런 조치를 취했단다. 마치 감옥 같다는 살풍경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중국 교육당국과 치안당국, 그리고 수많은 기관에서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 영화가 끝나면 중국의 그런 법적 조치를 만나볼 수 있다.
천니엔을 연기한 주동우는 삭발연기투혼을 보여준다. 샤오베이를 연기한 이양치엔시(易烊千璽,이양천새)는 중국 아이돌출신. 빛나는 데뷔작으로 홍콩금상장 신인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의 치안으로 보자면, 길목 곳곳에 CCTV가 있고, 폭력배가 나타나면 공안들이 떼로 몰려올 것 같은데, ‘안챠오’ 동네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화는 충칭(重慶)에서 찍었단다. 왕가위의 <중경삼림>이 아니라, 이 영화 때문에 충칭의 촬영장소를 찾아가보는 영화 팬이 생길 것 같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저렇게 모질게 치열하게 경쟁하며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과, 저런 밑바닥에서 단련된 양아치가 주름잡을 중국의 미래가 얼마나 냉혹하고 살벌할까.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한번 보시길 권한다. 물론, 주동우나 이양천새의 팬이라면 보고 또 볼 영화이다.
참, 이 영화를 감독한 증국상의 아버지는 홍콩 명배우 증지위이다. 2020년 7월 9일 개봉. (박재환 2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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