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의 사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Un amour de Swann,1984)

2019. 7. 31. 20:52유럽영화리뷰

반응형

정통 수면제 영화 (–;)를 한 편 보았다. 어쩌면 영화를 이렇게도 지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끔찍한 영화였다. 물론 폴커 쉘렌도르프 감독을 은근히 기대했었지만, 생각해보니, <양철북>말고 뭐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원작 1권을 읽으려고 책을 샀지만 열 페이지도 채 넘기질 못하고 있다. 난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끔찍할 줄은 몰랐다. 그럼, 내가 왜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오래된 필름을 어렵게 구해 보게 되었는지 설명하겠다. 이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 문단에서 금세기 최고의 작가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부에 해당한다. 이 소설을 읽을 생각을 한 이유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 레터>때문이었다. 그 영화 보면 여자가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로 이 책이 이용된다. 책의 내용은 전혀 관련 없이 순전히 이 책 속에 들어있는 그림 한 장(도서대출카드 뒷면의 그림!)으로 말이다.

원작소설을 소개하면 전체 7편이다.

1편. 스완네 집 쪽으로

2편.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3편. 게르망트 쪽

4편. 소돔과 고모라

5편. 갇힌 여인

6편. 사라진 알베르틴

7편. 되찾은 시간

전체 7편인 (번역본은 11권으로 되어있음) 이 소설이 프랑스 문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역자가 소개한 것을 보면

…….. 오늘날도 ‘두 번 다시 되풀이 못할 시도를 철저히 행한 부러운 작자’인 프루스트에 대한 저술, 논고, 연구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최근에 라루스(Larousse)사에서 새로 편집되어 출판된 대형판 상하권 <<프랑스 문학사>>의 표지 상권에 데카르트의 초상이, 하권에 프루스트의 초상이 나 있음을 보건대, 오늘날 이 두 사람이 프랑스의 사상과 문학을 세계에 대표하는 결정적인 상징이라고 하겠다…..란다. 1871년 7월 10일 태어난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는 1909년 말에서 1922년까지 (죽을 때까지)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이 소설은 각 파트별로, 아무거나 보아도 된다고 한다. 어느 것이나 다, 문학성 높은 개별적 성과의 작품이란다. 미루어 보아, 이 책을 마스터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1편 <스완네 집쪽으로>는 다시 1부 ‘콩브레’(?)와 2부 ‘스완의 사랑’으로 나뉜다. 그러니 1편의 2부 <스완의 사랑>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국내 번역본(국일미디어)에 나온 줄거리를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제2부. 스완의 사랑.

‘내’가 태어날 무렵에 있던 일, 부유한 주식 중매인의 아들로 유태 핏줄인 미술애호가 스완과 고급 창부의 결혼 전 정사를 집안 어른들한테서 들어왔다. 그 회상을 하나의 삽화로써 객관적으로 3인칭 서술 작품으로 구성한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오데트의 안내로 스완은 속된 부르주아의 살롱, 베르뒤랭 부인의 작은 동아리에 가입한다. 처음 가 본 만찬회에서 연주된 뱅퇴유의 소악절이 이들 두 사람을 육체적으로 결부시키는 계기가 된다.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열정이 스완의 고상한 취미를 변하게 한다. 오데트는 포르슈빌 백작과도 사귄다. 샤를뤼스 남작의 등장, 스완은 베르뒤랭 부인의 살롱 분위기에서 소외된다. 질투, 고뇌, 스완의 성격변화, 생 퇴베르트 부인의 야회, 다시 뱅퇴유의 소악절을 듣는다. 오데트에 대한 스완의 사랑은 마침내 무관심으로 끝난다.

자, 그럼, 소설의 위치는 대략 이해했으리라. 그럼, 영화를 보자. 이 영화에서 반가운 두 인물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제레미 아이언스와 알랑 드롱이다. 이 영화에서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악마적 표정은 전혀 없다. 대신, <데드 링거>에서 보여준(동생이었던가?) 우유부단하고, 자폐적인 귀족 역할을 휼륭히 해 내었다. 그리고, 알랑 드롱은 이 영화에서 그의 친구로 나와서 콧수염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 알랑 드롱의 역할은 한 여자에게 빠져버린 제레미에게 이런 저런 충고를 늘어놓는 역이다. 마치 인생 다 살아본 사람 같은 깊고, 풍요로운 인생철학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스완은 여자이름 같지만, 사실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하는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이름이다. Charles Swann이 살롱에서 한 여자를 만나는데 바로 Odette de Crecy (오드떼 클레시)라는 신비의 여인이다.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는 몰랐는데, 보니 courtesan(귀족을 상대로 하는 고급 매춘부)란다. 아하. 우선, 프랑스의 속물적 귀족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살롱 문화를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이 영화의 배경은 1890년대이다. 20세기 초까지, 귀족들은 끼리끼리. 같은 레벨의 사람이 모여(살롱) 수다 떨고, 있는 척, 아는 척하며, 자기들만의 만찬을 즐기는 그러한 문화이다. 그들이 나누는 대사는 식민지 국가에서 가져온 과일과, 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음탕한 이야기들이 적절히 배합된 폐쇄집단의 자기만족의 성질들이다. 혈족 중시의 사회답게, 유태인에 대해선 알 수 없는 배타감도 내비친다. 스완은 유태계 귀족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계혈통이 유태계이다.) 밤늦도록 갖은 표정으로 교양을 내세우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 그래도 지겨운 영화가 더 지겨워진다. 그러나, 참고 봐야지.

다 때려 치우고, 사랑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자. 사실 자폐적인 성격의 스완은 누가 보더라도 사랑이라는 게임에서는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너무나 감수성이 예민하고, 비사교적이어서, 오르떼 같은 사교계 최고의 인기녀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완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진다. 스완이 그녀를 처음 본 후 곧장 청혼을 하고 싶지만, 친구가, 주위의 귀족들이 한사코 반대한다. 오르떼는 청순형의 얼굴은 아니고, 왠지 퇴폐적이며, 음탕하게 느껴지는 유형의 여인이다. 만찬 때마다, 오페라 구경이라도 갈려면, 그녀 옆자리에 앉고 싶어 안달인 남자가 너무나 많다. 스완의 둘도 없는 친구, 드롱이 그녀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물어본다. “자네 같이 잤는가?” “그렇진 않네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그녀 주위의 많은 남자들과는 그렇고 그런 관계일 수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럴수록 스완의 마음을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어느 날 밤, 스완과 오르떼가 나누는 말. “그녀와 관계를 가졌지?” “언제 그랬어?” 제발 안 그랬다고 말해줘.. 한번 뿐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 이 대사는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남자가 여자에게 다그쳐 묻는 말이다. 상당히 쇼킹한 사실인데, 당시 귀족문화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른바 창녀촌에 출입하는 사람은 물론 고급유한 계급 상대의 유곽이겠지만,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있다. 동성애의 형태.

이 영화는 그런대로 참고 보면 볼만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반부에서 급속하게 이야기가 단절되어 버린다. 정확히, 스완이 고민 끝에 밤거리를 방황하다가, 오르떼의 집을 찾아와서는 사랑의 확인을 하려는 듯 하다가, 갑자기, 냉정해진 스완의 기이한 행동 때문에… 오르떼는 화가 나고… 그냥, 헤어져 버리는 두 사람.. 그리고, 다음날, 스완은 귀족친구에게 그런다. 자신은 곧 죽을 사람이라고, 의사가 그랬다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평생 병마에 시달렸단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나 싶었는데, 화면은 어느새 바뀐다. 한가로운 빠리의 모습이 보이고, 스완과 오르떼가 여보..당신…이라고 서로 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은 결혼한 것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보고 나면,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전적으로 프랑스 문학에 대한 무지와 당대의 프랑스 유한계급의 퇴폐적 살롱문화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한다. 좋은 원작, 좋은 감독이라고 다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닌 듯하다.

참, 얼마 전에 소개된 <마르셀의 추억>, <마르셀의 여름>은 이 영화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마르셀 빠뇰의 이야기이다. (박재환 1998.9.16.)

 

[스완의 사랑|Un amour de Swann] 감독: 폴커 슐렌도르프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오넬라 무티, 알랑 드롱, 패니 아르당 (1984)

 

Swann in Love (film) - Wikipedia

Swann in Love (French: Un amour de Swann, German: Eine Liebe von Swann), is a 1984 Franco-German film directed by Volker Schlöndorff. It is based on Marcel Proust's novel sequence In Search of Lost Time, specifically the first volume the title of which typ

en.wikipedia.org

 

0123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