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2] 진정한 '영웅'은?

2008. 2. 21. 08:5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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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2-12-4] <황비홍2>을 다시 본 이유는 간단하다. 곧 개봉될 장예모 감독의 <영웅>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영웅>은 '진시황'을 둘러싸고 그를 죽이려는 '자객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이연걸, 견자단 등이 자객이다. 천하를 혼란과 살육의 지경에 몰아넣은 독재자, 절대권력의 황제를 암살하려는 것이 장대한 중국사에 있어 당랑거철인 것은 분명하고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진시황의 폭악무도한 집정이 있었기에 향후 2,000년간 중국은 대중화제국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객들은 자신의 출신지역(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지역성)을 탈피하지 못한 분권주의자임에 분명하다. 오늘날의 시점으로 보자면 진시황을 무조건 독재자로 몰아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진시황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경영자적 측면에서 그의 공과를 논하기도 한다. 그리고, 협객의 관점에서 보아도 '무사'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사는 자신의 '의'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협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비록 적이지만 마지막까지 군주를 위해, 의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인 것이다. 시황제를 죽을 때까지 보필하는 모습.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무사의 모습인지 모른다. 장예모가 배우로 출연했던 <진용>을 보면 몽천방 장군은 진시황을 위해 기꺼이 진흙으로 산화한다. <영웅>의 줄거리를 보니 양조위가 진시황을 암살할 기회를 제일 먼저 잡는다. 하지만 진시황의 위대한 중국통일관에 무릎을 꿇는다. 이연걸은 나머지 자객의 도움을 받아 진시황 앞에 칼을 뽑아드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자 어떻게 될 것인가......

10년 전 <황비홍2>에서 우리가 놓친 장면이 있다. <황비홍2>의 시대적 배경은 1895년이다. 2,000년 전제권력의 중국은 외세의 침입으로 풍전등화의 위기, 경각의 순간에 놓인다. 청의 무지몽매한 조정은 자신의 권력을, 자신의 권위를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내부로부터 민중의 반란이 격화되고 있었다. 백련교도의 난은 '외세배척'을 내걸고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불산(佛山)에서 의술과 무술을 익히던 우리 황비홍 사부님이 광동성에 행차하신다. 신문물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가 짝사랑하는 이모(관지림)과 아끼는 제자 양관(막소총)과 함께 말이다. 그가 보게되는 광동 지방의 혼란은 중국내부의 충돌이다. 외국인(영국영사관)을 둘러싼 백련교도의 야만성과 청 정부의 흉포스런 저지이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죽은 여중생을 애도하며 미군부대에 난입하려는 민족주의자와 그를 막아야하는 한국 전경의 모습을 연상해보라!)

 


 물론, 서극 감독은 백련교도들의 반달리즘에 촛점을 맞춘다. 그들은 사이비 교주에 의해 도취되어 있다. 그들은 교주를 믿으면 영생을 얻을 것이며 외세의 총알도 막아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황비홍은 백련교도와 청의 졸개들 사이에서 중국의 암울한 현실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역사적인 인물과 조우하게 된다. 바로 손문(손중산). 손문은 신문물을 배운 후 중국의 암울한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정치일선에 뛰어들었다. 신을 믿으면 총알도 막아설 수 있다고 총알에 가슴을 내미는 어리석은 민중을 보며 손중산을 이런다. "의술은 한 사람을 고칠 수 있지만 중국 민중 전체를 구할 수는 없다."고. 손중산의 혁명론에 황비홍은 감동 받는다. (영화에서 황비홍은 손중산과 손중산의 혁명동지 육호동에게 완전히 경도된다. 하지만 손중산의 중국혁명은 수많은 동지의 죽음과 좌절 끝에 1910년 성공하게 된다.신해혁명!)

여기에 견자단이 등장한다. 견자단은 청 정부의 '대인'이다. 그는 백련교도의 난을 진압해야하고, 손중산같은 혁명세력을 발본색원해야한다. 견자단의 입장에선 내부의 적을 해체시키고 청 정부를 굳건히 유지해야 결국 중국인민의 권위와 권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견자단은 외세의 개새끼도 아니다. 그는 손중산을 잡기 위해 영국영사조차 죽이는 잔인함과 결단성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이연걸의 공화주의적 영웅과 견자단의 국가주의적 영웅이 충돌한다. 둘다 어쩌면 지독한 중국 민족주의에 빠져있는지 모른다. 이연걸과 견자단의 무술 실력은 정말 리얼 액션 그 자체이다. 물론, 서극 감독은 이연걸을 영웅으로 만들고 견자단을 비참하게 죽인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1895년 그 당시 무지몽매한 중국인민을 나락에서 구할 영웅은 누구인가라고. 그것은 각자 판단한 문제이다. 결국 손중산의 혁명은 마지막 황제 부의를 자금성에서 몰아내고 '거대한 중국'이 수립되었으니 말이다. 손문을 손중산이라고도 부른다. 中山의 손문의 일본식 이름이다. 손문은 마지막 순간까지 중국혁명을 위해 일본세력에 기대었다. 1911년 이후 중국은 어찌 되었는지 안다면 마지막 승리자가 손문인지, 장개석인지, 모택동인지를 곰곰 되새겨 보게될 것이다.

'황비홍' 이연걸과 견자단은 그렇게 도도히 흐르는 중국사의 각자의 영웅인 것이다. (박재환 2002/12/4)  
 
黃飛鴻2 男兒當自强(1992)
Wong Fei-hung ji yi: Naam yi dong ji keung
Once Upon a Time in China II
감독: 서극
출연: 이연걸,관지림,막소총,견자단,강대위,임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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