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봉준호 감독 ‘지리멸렬’ 대한민국 위선자들

2017. 8. 19. 21:5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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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4일(토) 밤 12시에 방송되는 KBS 1TV KBS <독립영화관>은 300회 특집기획으로 ‘위대한 시작’을 준비했다.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 박찬욱 감독의 <심판>,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이 방송된다. 단 한편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09), ‘설국열차’(2013) 등으로 명감독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그가 만든 걸작 단편이 바로 ‘지리멸렬’이다

 

‘지리멸렬’은 당시(1994년)의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허위와 위선적인 모습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런닝타임 30분의 이 단편은 옴니버스로 꾸며졌다. 세 편의 이야기와 그것을 수렴하는 마지막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사회학과 교수님이 등장하신다. 대학 연구실에서 도색잡지(‘펜트하우스’)를 보다가 강의에 들어가신다. 근엄하게 아르도노의 ‘권위주의적 성격’에 대해 설을 풀다가, “어, 나눠줄 프린트를 두고 왔네. 거기, 내 연구실에서 좀 가져오겠나. 어딘지 알지 6층. 문은 열려있어.” 한 여학생이 “예”하고 일어나서 연구실로 향한다. 그런데 교수님. ‘아차. 책상 위에 포르노 잡지를 두고 왔네. 어쩌지’ 교수님은 뛰어나간다. 여학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교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한다. 아슬아슬. 어떻게 될까. 1994년식 캠퍼스 스릴러!

 

두 번 째 이야기는 한적한 주택가에서 펼쳐지는 런닝맨이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아침운동 중이다. 어느 집 대문 앞에 멈춰 서서는 남의 집 배달우유를 태연하게 마시기 시작한다. 그때 신문배달소년이 지나간다. 마치 제 집인 것처럼 신문을 받아들고는, 배달된 우유 하나를 건네준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네. 마시게나”하고는 조깅을 계속한다. 이때 문이 열리고 집주인 아줌마가 나오더니 배달소년에게 “아니, 우유가 계속 사라지더니. 이놈이. 내일부터 신문 넣지 마.”하고 화를 낸다. <<조선일보 사절>>이라고 써붙인다. 이후, 좁은 골목길에서 신문배달소년과 조깅할아버지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민감성 대장염’ 사람에게는 조금 공감이 갈 듯 한 이야기이다. 화장실은 없고, 밤은 저물고, 아찔한 순간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TV토론이 벌어진다. 사회자가 반사회적 흉악범죄가 판친다면서 이를 분석할 세 분의 전문가를 모신다. 패널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조선일보 논설위원, 서부지청 부장검사님이시다. 조금 전 풍자극의 주인공들이시다. 이들은 낯 두껍게도 한국의 문제를 조목조목 파헤친다. “공동체가 붕괴되었다”, “저질 대중문화의 범람이 문제다”,”흉약범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질구레한 노상방뇨, 무단횡단도 문제다“등등. ”다 잘못됐어요. 학교교육, 가정교육부터 시작되어야 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장검사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밤에는 흉악범이 설치고, 압구정에는 오렌지족이 설치고, 대학에는 주사파가 설치고 있어요”라고.

 

1994년 봉준호가 단편영화 <지리멸렬>에서 풍자한 그 시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스크롤 올라갈 때 신문배달소년의 형이 봉준호라고 나온다. 발과 뒷모습만 비친다. 흥행감독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뒷모습이다. 참, 검사가 아파트 지하실에서 볼일 볼 때는 문득 봉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플란더스의 개>(2000)가 떠오른다. 독립영화관 시간에 이 영화를 보고 싶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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