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랄 땐.. 그리고 한창 큰 후에도 가전제품은 확실히 일본제품이 최고였다. 워크맨은 당연히 소니 아니면 아이와였고, 밥통은 코끼리표이며, TV는 소니였다. 물론, 소니TV 가진 친구는 엄청 부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보온물통도 마오병이라고 자연스레 부르던 동네에선 당연히 그랬다. 지금은 모르겠다. 아무리 삼성 게, LG 게 좋다고 그러더다도 ‘그 제품 뜯어보면 핵심부품은 다 일본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핵심제품이 뭐지? 볼트/너트를 말하는 것은 아닐게다. 핸드폰의 퀄컴 칩 같은 것을 말하나?
어쨌든..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위상을 확실히 알게된 것은 작년 어느 행사장에서이다. (그 유명한) 삼성 윤부근 사장이 패널로 나와 전 세계 TV시장 마켓 쉐어를 소개했다.
▶여하튼.. TV는 엄청나게 돈 버는 디지털 가전제품인 것으 확실하다.
우리가 아이폰 논쟁에 휩싸여 있을 때.. 전세계 가전제품사는 TV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몰랐는데 전세계엔 TV제조사가 수백 개나 된단다. TV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같고, 또 최첨단이니 어렵게 만들 수도 있는 모양. 여하튼 삼성과 LG는 1990년대 중반, 일본 업체를 꺾고 TV제조사의 탑이 되었단다. 단지 ‘저가 제품...’ 운운하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 못한다. 지금 중국에는 수백 개의 TV제조회사가 있고.. 상위권에도 수두둑하게 존재한다. 이들의 전략은 물론 ‘한국보다 훨씬 싸게 싸게...’ 저가전략이다.
삼성과 LG가 언제까지 톱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들 ‘아이폰-갤럭시-옵티머스’ 전쟁을 재밌게 쳐다보면 핵심기술진들이 모두 TV연구실을 박차고. 핸드폰 들여다보는 시절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삼성과 LG는 수백 개의 TV제조사들을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것이다.(월급도 많이 주고 말이다!) 품질이 비슷하다면 더 싼 것을 고를 것이라는 소비자를 노린 중국제품도 무시 못할 지경이 되었고 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졌지만. 앞으론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맹추격(권토중래)하는 일본의 제조사들까지 있잖은가.
LCD vs. PDP, LED, 스마트TV.....
근데 지금 TV에선 뭐가 문제지? 한때는 LCD가 좋니 PDP가 낫니 하며 싸웠고, 전시회 한번 할 때마다 한 뼘씩 화면을 키워나가더니... 이런 다툼은 중국까지 뛰어드니.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모양이다. LED가 나오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게 나왔다고 그러지만... . 스마트TV가 나오고.. 그렇게 기술경쟁을 펼친다. 사실. 그게 뭐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전업체들은 수많은 수치와 도장 찍힌 연구소 분석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제품이 월등하게 낫다고 자랑한다.
그 중에 하나가 3D TV이다. 3D TV라니? 물론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영향이리라.
3D TV의 전세계적 개발추세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세계 1,2위 업체인 삼성과 LG의 주장을 들어보면... 대강 그림이 그려진다.
3D TV를 보는 방식은 현재로선 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다. (안경없이 보는 방식은 또다른 기술전쟁이고, 미래의 전쟁이니. 여기선 잠시 열외...)
작년까지는 안경논쟁이 부차적이었다. 그런데.. 올해 봄들어서 이게 표준전쟁에 버금갈 정도로 격화되었다.
안경은 두 종류가 있다. TV모니터에 (특수)필름을 발라놓고.. 시청자는 간단한 안경을 써서 3D입체효과를 즐기는 방식. 저렴하다. LG가 주력하는 방식이다. FRP방식이라고 부른다. LG의 LG디스플레이라는 회사에서 그 특수필름 입힌(이렇게 표현하니 조금 저렴한 분위기가 나는데.. 특수 코팅처리한..... 음. 이러면 좀 첨단스럽군... 여하튼..) 모니터, 유리판넬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LG는 우선 안경이 저렴하다며. 이 방식에 올인한다.
삼성은.. (보아하니) 기술에 초점을 두었다. TV(모니터)도 전자제품이고, 안경도 전자제품이다. SG(셔트글래스) 방식이다. TV에서 입체화면이 어쨌든 디지털로 뿌려지면.. 고급디지털3D안경을 쓰면.. 그 안경이 알아서..(전자적, 싱크로나이징되어) 처리된다. 이건 SG방식이다.
문제는 우선 안경 가격 문제..
지금도 서점에 가면 입체안경쓰고 보는 아동도서 많다. 공룡책이나 미술관 명화.. 뭐 그런.. 수준으로. 이건 청록, 녹황, 뭐. 그런 색깔 셀로판지로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거 쓰면 극장에서 <아바타>는 볼 수 없다.
▶LG 진짜. 가볍다.. 그리고. 무지 싸다..
LG가하는 FRP 3D입체안경을 보기 위해선 안경을 써야한다. 가격은 1천원에서 1만원까지.. 저렴하다. 수백 만원(지금은 많이 다운되었다)하는 TV본체 사면 이런 안경은 그냥..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에 콜라 사면 빨대는 맘껏 가져가세요.. 라고 할 만큼 끼어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냥 얇은 필름을 안경형태로 만들기만 하면 되니깐.. 가볍기도 하다.
자.. 이렇게 되니. 이제 화질 논쟁이 나왔다.
▶그러니까. 삼성주장은 "우리 걸로 보면 여자가 잘 보인다...."그 다음 날 LG는 또 발끈하여.. 그렇지 않다. 우리 것은 어쩌구저쩌구.. 너네 보다 좋다... 라고 대응했다.
어제 LG의 기자회견장에 갔더니. 각종 수치와 도표, 인정서를 내놓았다. 수치로 보아서는 LG게 월등히 좋았다. (마치 건강검진하고. 간 수치. 보는 것처럼... ) 궁금해지지 않는가. 모든 수치는. LG가 좋은데...
그래서인지 LG사장은 기자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저는 삼성 존경합니다. 윤부근 사장도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이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은 어느 기관에서 검사하든 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파워블로거를 데리고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진행했습니다. 이게 그 결과치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아마, 인터넷에서 각종 IT기기에 대한 글 쓰는 글쟁이들을 말하는 모양이다. 무작위인지, 자천타천인지 불려모아서.. 브랜드 가려놓고. 이것저것 조사한 모양이다. 그리고. ‘짠-’ 상표 가린 것 떼어내니. “와우, LG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LG가 얼마나 좋길래 전 부문에서 삼성 것을 앞섰다. 아님, 수백 개 항목 중 앞선것만 공개했든지. 아닐 것이다. 공개된 것은 전부 핵심 사안이다. Flicker(화면깜박거림), 크로스토크(화면겹침), 입체감, 휘도, 해상도(풀HD여부), 사이각 등등..
권영수 LG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과 공개 비교시연회을 펼치고 싶다고 말햇다. 진짜 어느 제품이 가장 편안하게 3D입체영상을 즐길수 있는지 자웅을 겨루고 싶다고... 어투는 도전이 아니라. 간곡한 요청이었다.
듣고 있으려니 LG가 마치 지금은 엄청 하수인 것 같다. “우리 저 밑에 있는 업체이지만 제품 하나만은 자신있어요. 일류인 당신들과 비교하고 싶어요. 나와주세요. 나와주세요. 뭐가 무서운거에요. 제발 나와주세요...” 식이다.
아니나다를까. 윤부근 삼성사장은 어제 아프리카로 나가면서..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고.. 시장에 맡겨라...”고 일축했다. 1위 업체의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친다.
이건 흥미롭다... 이런 공개 시연회가 “과연 최선입니까?” (현빈 찬조출연)
- 아이폰과 갤럭시S를 공개시연한다? (“이게 예쁘네요. 전, 아이폰!”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잖은가?)
- 니콘DSLR이 좋니 캐논이 좋니? (난 비가 선전하는 게 좋더라. 그래서. 니콘.. )
-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COKE가 톡 쏘는 맛이 더 오래가네요.. 어? 근데 이건 펩시잖아...)
- 이 맥주와 저 맥주? (이게 목 넘김이 훨씬 좋네요.. 근데 전 국산맥준 안 마셔요..)
- 소녀시대가 낫냐. 원더걸스가 낫냐? (요즘 대세는 아이유 아닌가요?)
- 삼성3D와 LG3D (와우, 누워서 볼 수도 있고. 이게 더 좋네요. 근데 얼마라고요? 됐어요....)
기본적으로 삼성3D TV와 LG3D TV로 일반(2D)TV로 볼 때는 세계 최강의 영상이란다. 그러니 그냥 볼 때는 아무 문제없이 최고 수준이 동영상화질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나오지도 않은 3D콘텐츠 (아바타 블루레이 같은... 아니면. 애들 애니메이션?) 뭐, 그런 3D제품 볼 때는 "우리 게 조금 더 낫니 어쩌니...." 싸우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두 기술이 양립할 순 없단다... 2D보다가 3D보고.. 3D보다가 2D보는 것과는 달리. 이 안경으론 저 TV 못 보고.. 뭐. 그런 식이다. 그러니.. 이쪽에선. 우리 편 끌어모으고. 저쪽에선 저쪽 편 끌어모은다. 그 옛날 비디오를 두고 VHS와 소니 베타가 싸웠듯이 (사람들은 VHS가 우군을 많이 모아 표준(대세)가 되었지만 화질은 베타가 월등히 좋았다... 라고 말은 하지만. 뭐. 그것도.. ‘소녀시대’가 좋냐..‘원더걸스’가 좋냐.. 라는 수준인 듯... 적어도 내게는)
LG의 권영수 사장은 두 가지 방식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LG는 작년까진 두 가지 방식의 제품을 다 내놓았다가.. 연구 검토 끝에 FRP 제품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그럼 미래는? 소니는? 파나소닉은? 중국의 가전업체 1위는? 2위는... 100위업체의 선택은?.....
콘텐츠 만드는 쪽 (영화사, 방송사, 제작사.... )에서는 FRP나 SG난 아무 관계가 없다. 그냥 3D콘텐츠 필름이나 DVD던져놓으면.. 그걸 보여주는 TV가 문제인 것이다...
삼성으로선.. TV팔고.. 안경도 팔고.. 또 모르지. 수많은 벤쳐업체에서.. 그 안경에 부가가치 넣어 더 맣은 파생제품을 만들어낼지... 우리 안경은 투시기능까지 있습니다... 삼성TV볼 때는.. 3D입체감을.. 여름 해운대바닷가에선.. 미녀의 몸매를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대장, 소장, 십이지장까지 다 볼 수 있습니다.. 뭐.. 이런 부가기능 말이다...
그나저나 권영수 사장님... 어제 비교할 때 삼상과 LG제품을 보여줬는데 평소 다른 제품들도 비교분석한다고 했죠? 일본 소니, 파나소닉.. 뭐. 이런 것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제품은 월등히 나은 거죠? 그런거죠? 우물안 비교분석시연은 아닌거죠? (집에 극장용 3D안경만 대여섯개 갖고 있는 박재환. 2011.3.11)
** 전체 TV매출에서 3D TV 비중은 3%란다. 미래 시장 개척 측면보다는.. 자존심 싸움이란다.. 그런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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