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글공정? 나라말싸미 듕귁에 달아....

2010. 10. 14. 10:43雜·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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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 방송에서 난데없이 ‘중국의 한글공정’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중국의 ‘동북아역사공정’에 따른 한국 네티즌의 중국정서가 별로 좋지 않기에 세종대왕의 위대한 창제품 한글을 두고 중국이 뭐라 하는 것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졌을 한국인이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글을 두고 중국이 왜 저럴까. 중국의 저의를 한번 생각해 봤다.

한국매체의 보도를 보면 내용은 이런 것이다. 중국이 팀을 꾸려 디지털체제에 맞게 소수민족의 문자인 조선어(한글)의 입력법을 국제표준화로 만든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그런데 우리나라는 업계 사정에 따라 밥그릇 싸움하느라 표준화 작업이 지지부진하여 자칫하면 세종대왕의 발명품 한글의 국제표준화 작업을 중국에 선수를 빼앗긴다는 내용이다.

■ 이런 기사를 딱 보는 순간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중국이 왜 조선어(한글)를?
2. 입력법이 국제표준이란 게 있는 모양이지?
3. 한국기업들이 밥그릇 싸움하기 때문이라고?
4. 한글에 대해서 중국이 하면 안 된다? 등이다.

중국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우선이 중국이 꾸렸다는 팀은 ‘조선어국가표준공작조’(朝鲜语国家标准工作组)인 모양이다. 우선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한국에서 논란이 있고 나서 어제 중국의 영향력 있는 신문인 <<환구시보>>(环球时报)에 이런 기사가 났다. 중국조선어정보학회(中国朝鲜语信息学会)라는 단체의 현룡운(玄龙云) 이사장이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조선어는 중국조선족, 한국, 조선(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언어이다. 어느 한 국가의 단독 재산이 아니다.” 그러면서 “각 나라마다 발전 배경이 달라 조선, 한국, 조선족에서 사용하는 한글이 차이가 크다. 자모 배열도 다르고, 키보드 배열도 다르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조선어는 보다 전통적이다. 한국에서 쓰이는 말은 보다 서구화되었다. 중국조선족 언어 또한 통일된 표준이 없다. 그래서 조선어가 표기된 리모콘이나 키보드 건반이 각양각색인 것이다. 중국내 조선족의 생활이 갈수록 불편해진다. 중국법률에 따라 조선어는 중국소수민족의 법정언어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은 그 입력방식을 국제표준으로 신청한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얼추 이 사람 말로 중국의 입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여기)

■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

중국이 이렇게 나대는 이유가 알만하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물론 漢族이 전체의 92%이상을 차지한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13번째 규모의 민족이다. 조선어는 중국정부가 인정한 소수민족 법정언어의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조선족 관련 공식사이트에는  ‘조선어’코너가 있다. 우리나라 서울시 홈페이지나 청와대 사이트 들어가면 영어/중국어/일본어 코너가 있는 것이랑은 의미가 다르다.

여하튼 중국측의 ‘한글공정’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네티즌(그리고, 스마트폰-트위터-의 이용자)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이외수의 지극히 애국애족적인 코멘트 때문일 것이다. 이외수는 이런 글을 남겼다. "중국이 한글을 중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우기는 것은, 한국이 만리장성을 한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이참에 우리도 천안문, 삼국지, 만리장성 홍콩 다 우리 거라고 한번 우겨 볼까"

이상하다. 중국이 “한글은 중국의 문화유산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좀더 바꾸어 말하면 복잡해진다.  미국 오바마가 “인디언은 미국의 문화유산이다.”라고 했을 경우 틀린 말인가? 한국이 “공자의 유교사상은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문화유산이다.”라고 할 경우는?  조선족이 사용하는 한글이 워낙 훌륭하니까... 중국이 그런 생각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얼음보숭이 = 아이스크림 = 빙치린

그런데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한글문제가 돌출된 것이다. 중국사람(혹은 표준화관련 정책입안자가 보기에는) 오랫동안 연구해보니.. 한글(조선어)에는 세 종류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말, 북한에서 사용되는 말, 중국조선족에서 사용되는 말. 그런데 이 문제는 ‘얼음보숭이 = 아이스크림’의 용어문제라면 교류가 점증되면서 해결될 문제지만 컴퓨터자판 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중국 롄상 컴퓨터에서 PC를 만들 때 , 아니면 삼성전자가 중국 동북지역에 중국에 특화된 ‘갤럭시C’라도 만들어 판다면 자판을 어느 기준으로 만들어야하는가라는 실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제적인 표준이 없으니.. 중국이 "이번 기회에 하나 만들자“라고 나선 모양이다. 삼성에는 ”우리 중국에 물건 팔려면 우리 방식대로 해“라고 할 것이다. (삼성이 그렇게 팔면 네티즌은 삼성불매운동 펼칠 것인가?) 중국은 3G기술표준 채택할 때에도 덜렁 국제표준에 뛰어든 게 아니라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시간 질질 끌더니 자기들 표준을 만든다. 있어도 할까말까인 나라인데 없으면 자기 것 만들겠다는 나라이다. 싫으면 말고! (정말 무서운 나라이다. 실제로 파워가 있는. 허풍선이가 아닌!)

QWERTY자판과 천지인

뭐, 벌써부터 중국 욕할 사람 많을 것으로 보여, 다른 논쟁거리부터 잠깐 소개하자면.. .그럼, 영어 키보드는 어느 나라가 만들었나. 쿼티 자판은 미국사람이 만든 모양이다. 그거 말고 다른 것은 못 만드나?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조선식으로 하나 안 만든 모양이지? 영어 배운 한국 사람이 하나 더 만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프랑스나 독일, 그리스, 러시아는 자판을 어떻게 만들었지? 짜이짜이 사람들은 나중에 어떻게 할려나?

또 하나 한자(漢字)는 ‘중국-일본-한국’ 삼국이 다른 경우가 많다. 중국도 ‘중국-대만-홍콩’이 다른 게 많다. 서로 없는 한자, 자기들만 가진 한자도 많고 말이다. (우리나라에 돌쇠라는 이름이 워낙 많다보니 돌(乭)이란 한자가 만들어졌듯이..) 이런 세상에 표준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한자를 통일하자고 학자들이 모여서 세미나도 열고 그런다. 그런다고 이른 시간 내에 표준한자가 정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가장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위키피디아를 보자. 




 위키피디아 중국어 사이트에 가면 표기법을 볼 수 있다. 종류가 중국대륙용/ 대만용/ 홍콩용/말레이시아 싱가포르용 한자까지 있다... 이렇게 디스플레이를 자기 편한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모택동 할아버지가 강요하더라도 네티즌이 지 좋은 걸로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표준은 정할 수 있겠지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천년이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자판문제에서 중국은 두고 북한은? 아마 북한은 자판이 우리랑 조금(아주 조금) 다른 모양이다. (출처 여기) 3국이 한자통일하려고 노력했듯이 남북한간에도 컴퓨터 자판 통일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인터넷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함께 논의해 공통입력기를 만들기로 하고, 2004년 표준안에 합의했으나 남한 키보드보다 북한 키보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수구꼴통에 의해 거부됨  (출처 여기)

수구꼴통이 누군지, 정말 그런 이유로 무산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쉽게 생각하여, 다시 바꿀 경우 어느게 돈이 더 많이 들겠느냐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일단 우리 것 따르고, 북한이 필요하면 키보드 1000만개라도 무상공급하겠다.. 라고 말하는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내가 수구꼴통인가? 뭐,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남북한이 자판통일한다면 십년 백년을 예상하고 작업을 해야지, “합시다..”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아마, 컴퓨터를 오래 전부터 써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타자기 라는 것을 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2벌식/3벌식이라는 용어나, 조합형/완성형/유니코드.. 이런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못 들어보았어도 상관없다. 표준화 작업이란 게 나오는 이유가 새로운 발명품에 다양한 편리한 방식이 등장하다보니, 표준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보니 이나마 표준논쟁이 벌어질 만큼 시끄러워진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세계를 제패하면서 전세계 각국, 각언어에서 다 생긴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한글이찬진이 있었기에, 그리고 공병우 3벌식이 있었기에 우리게 정착되었는지도 모른다.

휴대폰 충전단말기 표준화 작업은?

비디오테이프를 두고 베타, VHS방식이 나왔지만 표준화 안했다. DVD방식도 마찬가지. 아니 요즘 핸드폰 충전기 단자도 하나 통일 못시킨다. (아니 통일시키면 좋긴 한데 꼭 그래야하나? 나중에 더 좋은 방식이 생기란 보장이 없는가? 아니면 차라리 그럼, 아이폰이 가장 많이 사용되니 아이폰 단자에 맞추라.. 한다면 논란이 없어지는가?)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 천지인.이니 뭐니. 다양한 입력법이 있다. 어느 게 편한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중국도 중국어(한자) 입력방식이 적어도 백 가지는 넘을 것이다.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입력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 내고, 특허 내고 그런다. 우리나라 포털들도 초성만으로 검색하는 방식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할 때 ‘ㄷㅎㅁㄱ' 하는 식으로. 중국 포털사이트들도 저마다 이런저런 입력법 특허를 내놓고 중국네티즌의 사랑을 받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마도, 중국이 표준을 정하면 조선족은 사용할 것이다. 아니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주 고마워하며. 반가와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김태희’ 입력한다고 ‘손예진’이 결과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족 키보드가 정해져서 보급되더라도, 일부 돈 있는 조선족은 “야, 이건 내가 서울에 가서 한국피시방에서 사용하던 한국 키보드야. 이게 더 좋아.. 이건 아이폰급 명품이야~”라고 일부 부유계층에서는 여전히 한국식 배열 키보드가 사용될지도 모른다.

‘평’(아파트 몇평)이라는 용어 쓰지 말라고, ‘인치’(tv 몇인치)라는 용어 사용하지 말라고. 벌금 낸다고 협박하지만 그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니 표준을 만들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혀 불편하지 않아서. 지금 키보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가 불편하다고 여긴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면 된다. 친구들이 보고 “와, 편하다.. 이거 만들어 팔자.. 특허내고...” 그런데. 이미 표준키보드가 있다면.  딴 거 쓰면 벌금낸다고 한다면 어쩌겠는가.

중국이 키보드 자판 표준화 시킨다는 게. 난 이상할 뿐이다. 표준화시키라지 뭐.. 한국이 안 쓰고, 김정은이 안 쓰면 그만 아닌가. 중국 조선족이 자신들이 정한 표준, 자신들이 편하다고 쓰겠다는데 우리가 뭐라 하냐? 난, 키보드 자체가 싫다.. 고 필기인식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나선다면. 그래서 그게 훨씬 편하다면 그게 기술진화 아닌가.

중국, 한국에 라이벌 의식은 느끼다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물론 이해한다. 중국과 한국은 문화유산 가지고 많이 다툰다. 단오절이 니가 먼저니 내가 먼저니, 지폐에 들어간 혼천의가 중국발명품이니 어쩌니 논쟁한다. (그런데 중국네티즌은 이런 것도 거론한다. 한국에는 한자도 한국인이 만들었고, 공자도 한민족이고, 고조선 사람들이 옛날에 중국을 통치했고.. 어쩌구 주장하고 있다는 것까지...)

중국보다, 남북한이 먼저 해결해야한다

여하튼 이번에 ‘김정일-김정은 세습쇼’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한국보다 이념적으로 북한을 더 챙긴다.  먼저, 한국과 북한이 만나 필요성을 논의해 봐야할 것 같다. 독도를 두고 일본에 대처하는 것이 북한과 한국이 어찌 다르랴. 그런데. 키보드 문제가 나오면 아마 이러지 않을까. “우리 김정은 대장동지는 한국키보드가 불편하다고 그래요. 우리 거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바꾸려면 남조선 키보드 워리어 동지들이 우리 북조선식으로 날래 바꾸라요.”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수십 년 걸려서라도 남북한이 겨우겨우 키보드를 통일시켰다고 하자.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때 가서는 결국 구글이 스티브 잡스랑 손잡고 엄청나게 뛰어나고 효율적인 키보드입력법을 신형 아이폰X에 집어넣었다네... 그럼, 우리 네티즌들이.." 무슨 표준이 대수냐. 이게 잡스 형님의 기술력이다."... 하고 우르르 그걸 따르면 게임셋 아닌가?  (박재환,201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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