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 & 데이] ‘선남선녀’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2010. 7. 5. 10:0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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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이 올라오셨다. 그 덕분에 아내와 극장에 영화보러 갈수 있었다. 함께 둘이 데이트 나가는 게 몇 년만인가. 애 둘은 맡기고 금요일 밤 심야영화를 보러갔다. 오랜(?)만의 심야데이트이니 좀 진한 걸 볼까?  동네아줌마들 <방자전>이 이미 회자되고 있지만 <음란서생> 감독 작품이라니 “재미는 있겠지만, 그다지...”라는 공감 속에 <나잇 & 데이>를 선택했다. 톰 크루즈나 카메론 디아즈는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오랜만의 재결합(?)을 지켜보자는 공감 때문에. 그래서 한밤에 <나잇 & 데이>를 보게 되었다는 말씀. (지난 주에 써 놓고, 와이프가 맘에 안 들어해서 놔뒀다가. 올림)

톰 크루즈는 아주 오랫동안 - 1986년 <톱 건>이래 25년 동안 - 헐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해왔다. 그런데 그도 나이 들어가면서 영화산업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성룡의 경우처럼. 톰 크루즈와는 때놓을 수 없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4편 제작이 화끈하게 발표되지 않는 이유로 그런 그의 생물학적 내구연한(?)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그런 톰 크루즈의 최신작은 여름시즌에 가장 적합한 화끈한 액션영화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나잇 & 데이>(Knight & Day)에서 톰 크루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요원으로 등장한다. 몸쓰기, 총쏘기, 자동차 몰기, 모토사이크로 묘기 부리기, 그것도 모자라 비행기 조종까지. 게다가 여심(女心)을 읽는 재주까지 탁월한 만능 슈퍼 에이전트이다. 톰 크루즈만큼 늙(어보이)는 것이 서러운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도 등장한다. 조금은 푼수끼가 있어보이는 골드 미스이다. 어쩌다 의심스런 비밀 요원과 함께 생사의 모험을 하게 된다. <톱 건> 전의 톰 크루즈, 그러니까 <리스키 비즈니스>나 <아웃사이더> 시절의 꽃미남 톰 크루즈는 잊고 중년의 여전한 매력남인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의 화학결합은 어떨까. 할리우드 제작진은 큰 기대를 했을 것이다. 적어도 <트와일라잇>의 꽃미남과 자칫하면 브루스 윌리스 계보로 이어질 낀 세대스타 톰 크루즈의 익스트림 액션을 지켜보자. 긴 생각할 필요없다. 확실히 섬머타임+킬링타임+오락액션영화의 표준답안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서글픈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톰 크루즈 롤러코스터에 올라타시기나 하셔~

쫓기는 비밀요원, 그 옆의 일상女

카메론 디아즈는 평범한 여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김하늘같은 7급 공무원도 아니다. 구닥다리(?) 명품 자동차 엔진을 알아보고 재조립할만큼 재능이 있는 자동차 정비소 근무 ‘골드 미스’(지 멋에 사는 노처녀란 뜻이란다)이다.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 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런데 공항에서 아주 멋진 남자와 부딪친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기내 서비스로 나온 알코올까지 섭취하자 두말 할 필요없이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기내 화장실에서 화장 고치고 제대로 사귀어볼 요량인데 막상 나와 보니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이다. 이 남자 확실하고, 정확하고, 절도 있게 비행기에 탄 의문의 킬러들을 다 해치우고, 조종석까지 난입하여 비행기를 직접 몰고 있잖은가. 그리곤 이 여자 기절. 깨어나니 어느새 집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 남자는 CIA 비밀요원 ‘밀러’이다. 초소형 에너지원을 개발한 천재와 그 발명품(재퍼)을 악당 조직으로부터 빼돌려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 천재와 발명품을 악당조직에 팔아넘기려는 이중 간첩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여자는 밀러 요원의 화려한 언변과 탁월한 재주, 기타 뛰어나기 이를데 없는 실력+매력+솜씨에 넘어간다.(어찌 안 그럴 수 있으리오) 그 동안 화면은 초고속으로 공간이동을 거듭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스페인으로, 환상의 무인도까지. 그런데 이 여자, 결정적인 순간에 뭘 마셨는지 정신을 잃고 눈을 뜨면 비키니 차림이다. 이런~

내부의 적, 외부의 멋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처럼 톰 크루즈 요원은 누군가에 누명을 쓰고 쫓긴다. 히치콕이 누군지 모른다고? 그럼 ‘제이슨 본’처럼 비밀정보 조직 내부의 적에 의해 배신자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된다. 관객은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보아왔기에 그다지 걱정은 않는다. 톰 크루즈는 착한 편일 것이고, 조직 내부의 배신자가 결국엔 응징될 것이라는 걸 다 안다. (허걱! 이것도 스포일러라고 할 수가 있나?) 이런 류의 영화에서 쫓기는 자의 절박감이나 상황의 미묘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락영화답게 눈을 뗄 수 없는 회오리 같은 액션이 연발로 이어지면 되는 것이다. 실제 톰 크루즈는 정신없이 뛰고, 달리고, 매달리고, 점프한다. 멋진 남자 옆에는 멋진 여자가 있어야하는 법. ‘특별한 것이 있는’ 카메론 디아즈도 몸을 사리지 않고 톰 크루즈와 액션을 펼친다. ‘꽃남’ 톰 크루즈를 기억하거나, 매력덩어리 메리 시절의 카메론 디아즈를 기억하고, 함께 늙어가는 그들의 팬은 이 영화가 남의 일 같지 않고 신나고 재미있을 것이다. 두 배우같이 같이 달리고 웃다보면 인생의 참맛은 모르겠지만 오락영화의 참맛은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긴말 필요 없다. 그냥 여름용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재밌다. 톰 크루즈도 멋있고, 카메론 디아즈도 멋있다. (뱃살 이야기나 늙은 얼굴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 배우들 그럴 줄 모르지는 않았잖은가.)

첨부: 제목 이야기

이 영화의 원제는 ‘Knight & Day’이다. 우리나라 제목 표기는 우습게도 ‘나잇 & 데이’이다. 나이트도 아닌 나잇, ‘앤드’나 ‘앤’도 아닌 ‘&’이다. 참 무모하고도 게으른 제목 짓기이다. 나잇은 밤(NIGHT)이 아니다. ‘Knight’(기사)이다. 이 영화 수입하고 배급하는 20세기 폭스(코리아)는 가끔 가다가 멋진 한국식 영화제목을 선보였다. 몇 개 소개하면...

Night at the Museum  <박물관이 살아있다>
27 Dresses <27번의 결혼 리허설>
The Fountain <천년을 흐르는 사랑>
My Super Ex-Girlfriend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Cheaper by the Dozen <열두 명의 웬수들>
The Girl Next Door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Legally Blonde <금발이 너무해>
Shallow Hal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이렇게 멋진 한글 제목을 짓던 사람들이 왜 <나잇 & 데이>라는 정체불명의 제목을 옮겼을까. 아마도 궁금증을 잔뜩 유발시킬 의도인 것 같다. 영화에서 엄청난 첨단 발명품(재퍼)이 조그마한 ‘기사’에 숨겨져 있다. 그거냐고? 그런데 영화 보면 비밀요원 밀러의 또 다른 이름이 ‘나잇’인 모양이다. 뭔 말이냐고. 맥거핀 효과이다. (박재환, 20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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