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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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물괴] 한양의 괴물 (허종호 감독 Monstrum 2018)
(박재환 2018.09.27) 지난 2012년 개봉되어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에 기재된 단 한 줄의 문장에서 출발한다. 광해가 내린 전교, “숨겨야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傳敎曰曰 可諱之事 勿出朝報)라는 짧은 문장에 숨은 비밀을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드라마를 확장시킨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보고이다. 중종 대에는 ‘물괴’(物怪)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중종 22년(1527년)의 기록에 따르면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나타나 궁궐 안을 소란스럽게 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한양을 공포로 몰아넣은 ‘물괴’의 정체는 무엇일까. 충무로의 상상력은 이 괴물을 블루 스크린으로 완성시킨다. 조선 중종 대에 한양에 역병이..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