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왕가위(왕지아웨이) 감독은 한때 많은 영화팬들의 우상이었다.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홍콩느와르와 넘쳐나는 쿵푸무협물 속에서 고고하게, 도도하게 자신만의 미학을 밀어붙였던 우직한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전범이었다. 그의 전설적 작품 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물론, 그의 작품은 회고전을 통해, DVD를 통해, 왓챠를 통해 맘만 먹으면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시 보니 여전히 반갑고 우울했다. 왕가위 감독은 그 ‘화려하고도 분잡스러운’ 홍콩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발을 디뎠다. 그가 각본을 쓴 작품목록을 말하면 아마 놀랄 것이다. 저런 대가가 저런 작품을?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그는 1988년 를 내놓았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유려한 카메라에 잡힌 홍콩의 어두운 작품을 ‘왕가위스럽게’ 만든 것이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