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리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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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달리다] X나게 달리다 (최양일 감독 犬、走る DOG RACE ,1998)
(박재환 2000/5/25)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한국계) 영화인 중에 최양일 감독이 있다. 물론, 그는 재일교포이고 일본에서 ‘최양일’보다는 ‘사이 요우이치’로 불리운다. 산케이신문에 난 그의 프로필은 ‘在日朝鮮人 2世’이다. 조총련계 영화사에서 일한 그는 북한 국적을 가졌었고, 94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었다. 98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인디 다큐멘타리 입국금지>(감독:박성미)를 보면, 일본에 사는 그러한 사람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겪어야하는 수모 – 일본 관계당국에 의한는 모멸감이라기보다는, 한국 외교기관의 경직성에 초점을 맞추었었다-를 짐작할 수 있다.일본이란 나라에서 조선 반도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겪었을 이중의 고통은 짐작할만하다. 한국인이라는 굴레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
2019.08.14 -
[총알 발레] 폭력의 엘리제 (츠카모토 신야 감독 バレット・バレエ, Bullet Ballet 1998)
(박재환 1998/9/23) 츠카모토 신야(塚本晋也)는 해외영화제에서 꽤 인기 있는 감독이다. 그의 신작들은 일본 국내에서보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어진다. 그런데 이 사람 생김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같이 거구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그맣고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우디 앨런 타입이다. 오늘 영화 상영 끝나고(98년 부산영화제 때 이야기임) 누군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지? 이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잖아. 언제 왔지? 그래서, 난 후다닥 종이 꺼내어 싸인부터 받아두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채 불이 켜지기 전에 어둠 속에서 자신을 알아본 한국 팬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싸인을 해 주었다. 무슨 상형문자 같이 생겼다.츠카모토 신야 감독 작품은 철남1>과 동경의 주먹> 두 편을..
2019.08.14 -
[요짐보] 용병 사무라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用心棒 Yojimbo,1961)
(박재환 1998.9.8) 그제(98년 9월 6일) 구로사와 아키라(흑택명)감독의 사망기사가 영화팬들을 우울하게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정상적인 (통로로 유통되는 영화만을 보게 되는) 영화팬 가운데 그의 작품을 실제로 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야 어떻게 보았겠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정말 일부 매니아들에게나 통하는 ‘명작감상’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PC통신에 오른 조문 성격의 글을 보면, 적어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외로움을 느낄 만큼 한국에서 푸대접받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아마 일본 내에서보다도 더 많은 흠모자를 거느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본 이 사람의 작품은 (Runaway Train>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원안/스토리를 맡았었고, Andrei Ko..
2019.08.11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가와세 나오미 감독 あん, An, 2015)
(박재환 2015.7.12)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만 알고 있었다면 놀랄 일이다. 당장 다음 주엔 부천에서 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 논리적으로 2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출품/초청된 영화가 한자리에서 상영된다면 국제영화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 주말 서울국제음식영화제란 게 개막했다. 요즘 TV만 켜면 먹방, 요리, 맛집 관련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셰프가 스타방송인이 되는 시대이니 음식영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비록 나흘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31편의 영화가 한 자리에서 상영된다. 물론 먹고 맛보고 즐기고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모였다. 개막작으로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 ‘앙: 단팥 인..
2019.08.10 -
[철남/테츠오] 로보토 니뽄맨 (츠카모토 신야 감독 鐵男, Tetsuo, The Ironman, 1989)
(박재환 1998년 – 이건 그 옛날 칙칙한 ‘불법복제된 비디오’로 본 것이라, 영화내용도 제대로 파악 안 된 상태임.) ……….. 영화의 첫 장면은 놓치기 쉽지만 괜찮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아마 동경올림픽 때 장면인 것 같다. 한 남자가 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른다. 그리고 부욱 그어 올린다. 웬 자해장면일까 싶었는데. 이 남자 곧 철심을 박아 넣고, 붕대로 감는다. 인조인간, 철제인간, 메탈리카 몬스터는 그렇게 세상에 등장하는 것일까? 이 장면은 강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이 그려내는 그러한 슬픈 자화상쯤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영화 끝까지 이 영화의 주제를 찾아내지 못했다. 원래 없었다고 그런다. –; 어쨌든 그 남자 생물과 무생물의 이종접합의 부조화에, 그 고통에 울부짖으며..
2019.07.31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장작의 제왕’
(박재환 2004/5/11) 지난달에 서울 시네마떼크에서는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회고전】이 열렸다. 거장 중의 거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중 [주정뱅이 천사], [들개], [이키루], [7인의 사무라이], [거미집의 성], [숨은 요새의 세 악인[, [천국과 지옥] 등 모두 15편이 상영되었다. 낡은 비디오나 DVD로만 볼 수 있었던 이들 작품을 대형 스크린의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지만 이번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8년도 작품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일본어 제목은 ‘隱し砦の三惡人’이다. ‘요새’라고 하면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극이나 잔다르크가 활동하던 중세의 육중한 성탑과 성곽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일본 전국시대(서기 1500년경..
2019.07.30 -
[그 남자 흉포하다] 나쁜 경찰 (기타노 다케시 감독 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박재환 1999) 그 남자가 흉폭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데는 10분이면 족했다. 10대 청소년 불량배를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이 좌충우돌 목숨 내놓고 사는 듯한 경찰에게 맛이 가 버린다. 그리고 마약거래에서 이루어진 난도질 장면에서 이 영화가 동경식 느와르란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아즈마 형사는 ‘똘아이’이다. 동생이랑 놀아난 놈팽이의 머리를 때리고 걷어차고 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경찰이 그런다. “아즈마 선배는 실수로 꼬마앨 쏜 적이 있어.. ” 그러자 아즈마 형사가 한 소리는 “조준해서 쏜 거였어” 이 영화는 우선 일본 경찰의 폭력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물론 영화이니까. 하지만 에서 경찰의 폭력 씬을 본지라 일본에선, 영화에서 경찰을 아주 무..
2019.07.30 -
[수라 유키히메] ‘킬 빌’의 원형 일본영화 (후지타 토시야 감독 修羅雪姫, Lady Snowblood ,1973)
(박재환 2004/6/7)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샵에서 한동안 했다고 한다. 얼마나 큰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일했는지 모르겠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디오를 섭렵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 본 영화들에서 신나는 엑기스만 긁어모아 아시아 액션영화의 종합선물세트랄 수 있는 [킬 빌]을 만들었다. [킬 빌]이 인기를 끌자 타란티노가 [킬 빌]에서 인용한(패러디한, 오마쥬한) 영화들이 하나 둘씩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킬 빌1]에서 흰색 스트라이프의 노란색 츄리닝을 입은 복수의 화신 우마 서먼은 확실히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따온 캐릭터이다. 그런데 [킬 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아마도 1973년도 일본 영화 [수라설희]일 것 같다. 타란티노가 ..
2019.07.30 -
[쉘 위 댄스] 댄서의 순정, 아저씨 버전 (수오 마사유키 감독 Shall we ダンス 1996)
(박재환 2000.5.9)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96년도 작품 가 한국 극장가에 내걸린다. 재작년 말 일본영화가 합법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구작과 기타노 타케시 영화가 소개되면서 일본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경쾌한 일본영화를 만난다. 나 같은 일본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될 일본영화도 그러한 파격과 동참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한 춤 바람 난 중년의 샐러리맨을 통해 인생의 숨겨진 재미와 아슬아슬한 외도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물론 이 외도는 신나는 외도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1984년 라는 핑크무비로 데뷔하였다. 핑크무비란 일본에서..
2019.07.30 -
[마지막 사랑, 첫사랑] 상하이에서의 일본남자+중국여자 (토마 히사시 감독 最後の恋,初めての恋 ,2004)
(박재환 2004.4.2) 최근 아시아 각국의 영화제작 방식 중 두드러진 것은 이웃 나라와의 협력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합 제작 방식은 자본의 결합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하고 외국배우의 출연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내용에서 보자면 이국적 느낌을 강화시키며 영화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영화에 중국자본과 인력이 동원된 [무사]나 [비천무]의 경우처럼 이런 결합방식이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유익한 윈-윈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미 홍콩의 경우 중국과 태국, 일본, 한국 등의 영화인과 함께 전방위 합작방식을 채용하여 영화부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도 이런 새로운 아시아 영화제작방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배우..
2019.07.30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 1997)
(박재환 2000.10.21.)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2019.07.30 -
[철도원] Japanese Sense (후루하타ㅏ 야스오 감독 Poppoya, 鐵道員: ぽっぽや, 1999)
(박재환 2000.1.2)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의 관람포인트는 ‘일본흥행기록 1위’라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라는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가 나왔기에 일본인의 영화관람 취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만하다. 영화는 뜻밖에 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용하고, 지루하고, 거의 변화 없는 화면만을 내보인다. 로 우리 팬에게도 낯이 익은 홋카이도의 어느 지방의 끝없이 눈 덮인 산을 보게 된다. 여기는 일본열도 끝단에 위치한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 이 곳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젠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전부 도회로 떠나고 늙은이들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호로마이 역에는 ‘데고이치'(D51형 증기기관차)만이 하루에 몇 번씩 본 역인 ‘비요로’까지 오고간다. 단선이며, 한 ..
2019.07.30 -
[박치기] 낯선 멜로디, 낯선 로맨스, 낯선 조국애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 パッチギ! 2004)
(박재환 2005.12.7) 장훈과 조치훈.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에서 갖은 민족적 차별을 받아가면서도 ‘한민족의 강인함’으로 정상에 우뚝 선 인물이다. 우리는 익히 재일 교포 2세, 3세들의 고난을 알면서도 그들이 ‘일본에 귀화를 했니 안 했니’와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니..’ 식으로 그들의 숨은 고통을 외면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봉우라는 사람도 있다. 영화제작자이며 영화수입업자이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를 일본에 소개하며 일본에 한류열풍의 씨앗을 뿌렸던 인물이다. 그가 일본에 이런저런 한국영화를 수입하여 소개하더니 이번에는 서울 명동에 자그마한 극장을 하나 오픈했다. 100석도 안 되는 작은 상영관이지만 한 곳에선..
2019.07.30 -
[3-4 X 10月] 변태 야쿠자 키타노 ( 기타노 다케시 감독 3-4 X 10月| Boiling Point 199)
(박재환 2001/8/5) 1979년에 개봉된 우리 영화 중에 노세한 감독의 이란 작품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호스테스’영화’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호스테스가 되어 영혼을 잃어가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는 젊은 여자의 고달픈 삶을 다룬 작품이란다. 이 영화의 詩的인 제목이 뜻하는 바는 “26살 먹은 아가씨가 1년 365일을 뼈 빠지게 일하지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뜻이란다. 오늘 이와 비슷한 제목의 영화 (3 빼기 4 곱하기 10월)이란 영화를 보았다. 한때 키타노 타케시 감독에게 빠져 그의 영화를 한꺼번에 구해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특별히 다시 보았다. 이유는 우리나라에 요즘 너무 ‘조폭’ 영화 붐이 일어 일본 야쿠자 영화를 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이 철학적일 것 같은 제목에..
2019.07.30 -
[원더풀 라이프] 행복을 기억하세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ワンダフルライフ, 死後, After Life 1998)
(박재환 2002/5/6)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死後)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사람이 죽고 나서는 1주일동안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에 머물게 된다. 이 곳 경계점(limbo)에서 그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가지 마지막 절차를 밟게 된다. 첫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내고,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틀 동안 그 기억을 재생하여 영상에 담는다. 마지막 날 시사실에서 그 재현된 영상물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속에 모든 기억을 잊고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날도 모두 스물 명 남짓의 새로운 죽음이 도착한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 사람… 각자 많은 사연을 갖고 죽었을 터이니 그들이 생각해내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
2019.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