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리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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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흉포하다] 나쁜 경찰 (기타노 다케시 감독 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박재환 1999) 그 남자가 흉폭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데는 10분이면 족했다. 10대 청소년 불량배를 두들겨 패는 장면에서 이 좌충우돌 목숨 내놓고 사는 듯한 경찰에게 맛이 가 버린다. 그리고 마약거래에서 이루어진 난도질 장면에서 이 영화가 동경식 느와르란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아즈마 형사는 ‘똘아이’이다. 동생이랑 놀아난 놈팽이의 머리를 때리고 걷어차고 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경찰이 그런다. “아즈마 선배는 실수로 꼬마앨 쏜 적이 있어.. ” 그러자 아즈마 형사가 한 소리는 “조준해서 쏜 거였어” 이 영화는 우선 일본 경찰의 폭력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물론 영화이니까. 하지만 에서 경찰의 폭력 씬을 본지라 일본에선, 영화에서 경찰을 아주 무지..
2019.07.30 -
[수라 유키히메] ‘킬 빌’의 원형 일본영화 (후지타 토시야 감독 修羅雪姫, Lady Snowblood ,1973)
(박재환 2004/6/7)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샵에서 한동안 했다고 한다. 얼마나 큰 비디오 가게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일했는지 모르겠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비디오를 섭렵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 본 영화들에서 신나는 엑기스만 긁어모아 아시아 액션영화의 종합선물세트랄 수 있는 [킬 빌]을 만들었다. [킬 빌]이 인기를 끌자 타란티노가 [킬 빌]에서 인용한(패러디한, 오마쥬한) 영화들이 하나 둘씩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킬 빌1]에서 흰색 스트라이프의 노란색 츄리닝을 입은 복수의 화신 우마 서먼은 확실히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따온 캐릭터이다. 그런데 [킬 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는 아마도 1973년도 일본 영화 [수라설희]일 것 같다. 타란티노가 ..
2019.07.30 -
[쉘 위 댄스] 댄서의 순정, 아저씨 버전 (수오 마사유키 감독 Shall we ダンス 1996)
(박재환 2000.5.9)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96년도 작품 가 한국 극장가에 내걸린다. 재작년 말 일본영화가 합법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구작과 기타노 타케시 영화가 소개되면서 일본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경쾌한 일본영화를 만난다. 나 같은 일본영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편견을 깨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될 일본영화도 그러한 파격과 동참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한 춤 바람 난 중년의 샐러리맨을 통해 인생의 숨겨진 재미와 아슬아슬한 외도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물론 이 외도는 신나는 외도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1984년 라는 핑크무비로 데뷔하였다. 핑크무비란 일본에서..
2019.07.30 -
[마지막 사랑, 첫사랑] 상하이에서의 일본남자+중국여자 (토마 히사시 감독 最後の恋,初めての恋 ,2004)
(박재환 2004.4.2) 최근 아시아 각국의 영화제작 방식 중 두드러진 것은 이웃 나라와의 협력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합 제작 방식은 자본의 결합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하고 외국배우의 출연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내용에서 보자면 이국적 느낌을 강화시키며 영화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영화에 중국자본과 인력이 동원된 [무사]나 [비천무]의 경우처럼 이런 결합방식이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유익한 윈-윈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미 홍콩의 경우 중국과 태국, 일본, 한국 등의 영화인과 함께 전방위 합작방식을 채용하여 영화부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도 이런 새로운 아시아 영화제작방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배우..
2019.07.30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 1997)
(박재환 2000.10.21.)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2019.07.30 -
[철도원] Japanese Sense (후루하타ㅏ 야스오 감독 Poppoya, 鐵道員: ぽっぽや, 1999)
(박재환 2000.1.2)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의 관람포인트는 ‘일본흥행기록 1위’라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라는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가 나왔기에 일본인의 영화관람 취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만하다. 영화는 뜻밖에 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용하고, 지루하고, 거의 변화 없는 화면만을 내보인다. 로 우리 팬에게도 낯이 익은 홋카이도의 어느 지방의 끝없이 눈 덮인 산을 보게 된다. 여기는 일본열도 끝단에 위치한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 이 곳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젠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전부 도회로 떠나고 늙은이들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호로마이 역에는 ‘데고이치'(D51형 증기기관차)만이 하루에 몇 번씩 본 역인 ‘비요로’까지 오고간다. 단선이며, 한 ..
2019.07.30 -
[박치기] 낯선 멜로디, 낯선 로맨스, 낯선 조국애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 パッチギ! 2004)
(박재환 2005.12.7) 장훈과 조치훈.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에서 갖은 민족적 차별을 받아가면서도 ‘한민족의 강인함’으로 정상에 우뚝 선 인물이다. 우리는 익히 재일 교포 2세, 3세들의 고난을 알면서도 그들이 ‘일본에 귀화를 했니 안 했니’와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니..’ 식으로 그들의 숨은 고통을 외면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의 한류열풍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봉우라는 사람도 있다. 영화제작자이며 영화수입업자이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를 일본에 소개하며 일본에 한류열풍의 씨앗을 뿌렸던 인물이다. 그가 일본에 이런저런 한국영화를 수입하여 소개하더니 이번에는 서울 명동에 자그마한 극장을 하나 오픈했다. 100석도 안 되는 작은 상영관이지만 한 곳에선..
2019.07.30 -
[3-4 X 10月] 변태 야쿠자 키타노 ( 기타노 다케시 감독 3-4 X 10月| Boiling Point 199)
(박재환 2001/8/5) 1979년에 개봉된 우리 영화 중에 노세한 감독의 이란 작품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호스테스’영화’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호스테스가 되어 영혼을 잃어가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는 젊은 여자의 고달픈 삶을 다룬 작품이란다. 이 영화의 詩的인 제목이 뜻하는 바는 “26살 먹은 아가씨가 1년 365일을 뼈 빠지게 일하지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뜻이란다. 오늘 이와 비슷한 제목의 영화 (3 빼기 4 곱하기 10월)이란 영화를 보았다. 한때 키타노 타케시 감독에게 빠져 그의 영화를 한꺼번에 구해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 특별히 다시 보았다. 이유는 우리나라에 요즘 너무 ‘조폭’ 영화 붐이 일어 일본 야쿠자 영화를 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이 철학적일 것 같은 제목에..
2019.07.30 -
[원더풀 라이프] 행복을 기억하세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ワンダフルライフ, 死後, After Life 1998)
(박재환 2002/5/6)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死後)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사람이 죽고 나서는 1주일동안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에 머물게 된다. 이 곳 경계점(limbo)에서 그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가지 마지막 절차를 밟게 된다. 첫 사흘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내고, 찾아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틀 동안 그 기억을 재생하여 영상에 담는다. 마지막 날 시사실에서 그 재현된 영상물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속에 모든 기억을 잊고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날도 모두 스물 명 남짓의 새로운 죽음이 도착한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어린 사람… 각자 많은 사연을 갖고 죽었을 터이니 그들이 생각해내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
2019.07.30 -
[배틀 로얄] 생존게임, 그 자체 (후카사쿠 킨지 감독 バトル ロワイアル, Battle Royale 2000)
(박재환 2001/7/4) 지난 봄, 일본 극장가에서는 조그만 소동이 있었다. 올해 일흔 둘의 노장감독 후카사쿠 킨지가 그의 60번째 작품으로 이라는 상당히 폭력적인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소설로 출간되면서 그 내용의 폭력성 때문에 도덕성 논란을 불려 일으킨 이 작품은 현대 일본의 교육 붕괴와 사회질서 파괴를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실업자의 양산과 학생들의 학교 사보타주에 대항한 국가의 통제방식은 전혀 새로운 생존게임을 고안하는 것이다. 일단의 학생들이 통제된 무인도에 보내져서는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진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수십 명의 참가학생들이 마치 파리목숨 같이 하나씩 죽어 가는 것이 카운팅될 때의 인명경시 풍조의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2019.07.29 -
[러브 레터] 사랑을 기억하시나요 (이와이 슌지 감독 ラヴレター Love Letter, 1995)
(박재환 1999. 정식개봉 전 비디오 감상문) 이 영화를 굳이 우리 영화와 비교하자면 박신양-최진실의 가 아니라, 곽지균 감독의 에 가깝다. 그리고, MBC-TV의 가 가장 적합한 이미지일 것이다. 는 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다. ‘죽은 사람’을 다루고, 잊지 못해 몸부림치는 ‘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만 보신 분은 이 영화를 한번 꼭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대신 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오늘밤 애인에게 편지 써보기를 권한다. 메일이나 채팅, 전화기, 삐삐멘트가 아니라 편지지에 쓴 그러한 편지 말이다. 만약 나처럼 글재주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자기 비 오는 날 갑자기 자기 생각이 났어. 우산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먼저 났어…”라고 한 줄만 써서 보내자...
2019.07.29 -
[時論] 러브 레터, 한국 정식개봉에 즈음하여 (일본대중문화 개방)
*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1998년 즈음의 이야기 * 일본대중문화는 오래동안 금지/불허되어왔다. 그러다 김대중 정권 당시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 개방‘이 이뤄졌다. 어느날 갑자기 ‘확~’ 문이 열린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개방의 폭을 넓혔다. 1998년 10월 20일 단행된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는 영화 및 비디오에 한정되었다. 영화의 경우에도 공동제작 영화나 일본 배우가 출연한 한국영화, 세계 4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허용 되었다. 이에 따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 이마무라 쇼헤이의 , 기타노 다케시의 등이 개봉되었다. 이후, 1999년 9월 10일(2차), 2000년 6월(3차), 2004년 1월(4차) 조치에 따라 개방이 확대되어다. 2차 개방의 수혜자는 이와이..
2019.07.29 -
[간장선생] 간염과 군국주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カンゾ-先生,1998)
(박재환 2001/6/11) 물론,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간장’은 음식이 아니라 신체의 장기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 일본영화가 정식으로 개방된 역사는 일천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대표작은 이미 소개되었다. 그것도 둘 다 깐느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와 이다. 이 도 지난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때 폐막작으로 국내 영화팬에게 이미 한차례 소개된 작품이다. 얼마 전에 막을 내렸던 54회 깐느 영화제에서는 올해 75살의 이마무라 감독이 신작 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깐느영화사상 전무후무한 3번째 황금종려상 도전이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는 수상에 실패하였지만 여전히 해외영화제에서 이름값을 하는 일본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었고, 그 영화 또한 수입이 확정되어 올 연말쯤 개봉을 준비 ..
2019.07.29 -
[은혼] “우주적 병맛을 보여주마!” (후쿠다 유이치 감독 実写映画 銀魂,2017)
[2017.12.5] 일본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을 대하는 시선과 감정이 다양할뿐더러, 이미 ‘은혼’에 빠져든 수많은 ‘오타쿠’와 열혈 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銀魂)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소라치 히데아키의 원작만화가 처음 나온 것은 2004년. , 등등 수많은 매니아급 망가가 쏟아져 나오는 일본에서 여전히 연재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다. 단행본은 물론, TV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이 수도 없이 나온 이 이번에는 실사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만화를 아는 사람들은 ‘실사판 영화소식’에 놀랄 수밖에. “누가 주연?”보다는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된 실사판 영화 (감독 후쿠다 유이치)은..
2019.07.29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수요미식회 (츠키카와 쇼 감독 君の膵臓をたべたい,2017)
[박재환 2017-10-25] 이것은 호러 식인종 이야기가 아니다. “오겡끼데스카~”의 여운이 남는 에 가까운 학원 로망이다. 삶과 죽음이 있는, 그래서 그 중간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는 영화이다. ‘췌장’은 위장 뒤쪽, 십이지장과 비장 사이에 있는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소화기관이다. 이게 탈이 나면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으로 점차 허약해진단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사인도 췌장암이었다. 무시무시한 영화제목의 (君の膵臓をたべたい(감독: 츠키카와 쇼)가 개봉된다. 이달 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소소한, 그러나 치명적인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일러준 영화이다. 소년 하루키(키타무라 타쿠미)는 학교에서 친구가 없다. 없어도 별로 불편함을 못 느낄 만큼 ..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