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 10:53ㆍ한국영화리뷰
16일 개봉하는 영화 <야당>은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영화이다.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마약이 흘러넘치고, 집법기관의 아슬아슬한 함정수사가 펼쳐지고, 범죄자와 검경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정보원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악독한 경찰, 검사, 정치인들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이용하며, 결국 내버린다. 그리곤 저 밑바닥까지 갔던 인물이 복수에 나선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대통령선거) 기간. 이제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대한민국에서 유튜브와 망원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새로운 게 있나? 황병국 감독의 <야당>이다.
대리운전을 하던 강수(강하늘)는 고객이 건네주는 음료수를 마시고는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마약쟁이가 되어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는 이 ‘나와바리’에선 흔한 설계에 걸려든 것이다. 그런 강수를 꺼내준 것은 야심만만한 검사 구관희(유해진). 이제 구 검사는 강수를 ‘야당’ 삼아 마약단속에 탁월한 실적을 올린다. ‘야당’이 마약을 뿌리고, 적절한 규모의 단속을 펼쳐 실적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약단속에서 옥황상제라 불리던 마수대(마약수사대)의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번번이 단속에 실패한다. 그러던 중 정계거물(대선 유력주자)의 망나니 아들(류경수)과 여배우(채원빈)가 엮인 마약파티가 펼쳐지고 검찰과 경찰, 마약상과 똘마니, 보스와 킬러, 그리고 정치인과 기자들이 한바탕 ‘대선 파티’를 펼치기 시작한다.
처음 <야당>의 제목을 들었을 때, 수가 보이는 정치 드라마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이 점차 드러나면서 <야당>은 리얼하고 위험한 정치 드라마로 변모한다. ‘마약 수사’에서 미끼를 던지고, 함정을 파고, 잔챙이를 풀어주고, 조금의 무리수를 둬가며 실적을 올리는 그런 한국형 플리바게닝이 펼쳐진다는 것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아왔기에 이질감이 없다.
영화는 배우들의 시그니처한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야당질’을 하는 강하늘은 연약한 청년에서 어느새 똘똘한 정보원이 되고, 뜨거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해진은 멀리 보면 <베테랑>의 비루한 변호사에서 출세욕으로 이글거리는 야심만만한 검사가 되어 영화관객이 상상하는 최악의 ‘대한민국 검사질’을 부끄러움도 없이 밀어붙인다. 최근작 <폭싹 속았수다>로 국민아빠가 된 박해준은 정의감 가득한 형사로 돌아온다. 물론 그가 정의감 가득한 형사일지 검사의 술수에 놀아날지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류경수는 ‘어이없는’ 유력정치인의 양아치 아들을 짜증나게 해치운다.
숨 막히는 수사와 위험한 작전, 배신과 반전의 연속은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는다. 통쾌한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이들의 다음 작전이 궁금해질 것이다.
<야당>은 검찰공화국, 검경갈등, 정언유착 등의 정치적 문제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마약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심각하다. 참,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라는 대사는 염량세태(炎涼世態) 구관희 검사의 대사이다.
▶야당 (영제:YADANG: THE SNITCH) ▶감독: 황병국 ▶출연: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류경수, 채원빈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하이브미디어코프 ▶개봉:2025년4월16일/청소년관람불가/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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