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카운터] 오징어게임 같은 세상에서 평안을 얻으려면...(人数の町,2020)

[박재환 2022.02.16]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는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미룰 만큼 미루고,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영화사, 제작사, 수입사들이 개봉을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영화 <시크릿 카운터>(원제: 人数の町/ The Town of Headcounts)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극장 개봉한다. 아라키 신지 감독의 이 영화는 재작년(2020) 일본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무엇이 ‘시크릿’할까. 영화는 미스터리한 세상사를 다룬 디스토피아 드라마다.


빚 독촉에 쫓기던 아오야마(나카무라 토모야)가 사채업자에게 곤욕을 당할 때 한 남자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그를 따라 어떤 특별한 시설로 들어간다. ‘오징어게임’이라도 할 것인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오야마는 이 시설에 적응한다. 각자 ‘룸’이 배정되어 있고, ‘튜터’라 불리는 노란 점프슈트를 입은 사람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접속하여 ‘칭찬’을 하거나 ‘악플’을 단다. 그러면 먹을 것이 제공된다. 가끔 가다 ‘펠로우’라 부르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외부로 나간다. 누군가에게 투표하거나, 피케팅 시위에 참여한다. 핵폐기물, 노인 고독사 등 사안은 다양하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먹고, 입고, 사는데 기본적인 인간적인 조건이 충족되는 희한한 커뮤니티이다. 이곳에 수용된, 자의로 입소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밖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웃되거나, 배제되거나, 도망가거나,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곳에 사라진 동생(타치바나 에리)을 찾으려 한 여자(이시바시 시즈카)가 들어오면서 아오야마는 ‘자유의지’, ‘인간의 조건’, ‘사회공동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에 빠지게 된다. 

아오야마가 머무른 곳은 ‘헤드카운트 타운’(人数の町)으로 불린다. 각자 이름은 사라지고 번호로만 인식된다. 무슨 일로 결원이 생기면 또 다른 (외부) 사람으로 충원된다. 밖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사람이 이곳에서는 이름 없는 한 조각으로 기묘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입소 때부터 감시당하고, ‘바이블’이라 불리는 그들의 행동강령에 따라 움직인다. 판단은 오롯이 노란색 점프슈트의 몫이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선거와 시위 등에 동원되고, 상업적 목적에 따라 미디어 게시물에 이용된다. 분명 공정한 여론을 호도(糊塗)하고,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무감각해져 있다. 

영화는 일본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파산, 실종, 낙태, 투표율, 실업, 테러 등 수많은 현존하는 문제들을 환기시킨다. 기묘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 그들은 모두가 그런 현실일본의 피해자일 테니 말이다. 

아라키 신지 감독의 데뷔작 <시크릿 카운터>는 놀라운 현대 사회의 병폐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처럼, 이 영화도 디스토피아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얼마나 자유의지가 강한지를 판타스틱한 게임의 논리로 풀어나간다. 결론은? 이 영화 라스트 신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 하다. 

▷시크릿 카운터 (人数の町/The Town of Headcounts) ▷감독: 신지 아키라 ▷출연: 나카무라 토모야, 이시바시 시즈카, 타치바나 에리 ▷2022년 2월 17일 개봉/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