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초대형 스트리밍업체의 대공세를 맞이한 국산 OTT라인업을 살펴보다 반가운 영화를 만났다. 홍콩영화 [미스터 부] 시리즈가 올라와 있는 것이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미스터 부’는 프랜차이즈 물은 아니다. 홍콩의 허관문(許冠文)형제가 1974년 출연한 <귀마쌍성> 이후 일련의 코미디 영화가 일본에 소개될 때 [미스터 부] 시리즈라며 홍보용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불세출의 홍콩 액션스타 이소룡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골든 하베스트를 구한 사람이 바로 허관문이다. 허관문은 1970년대 혜성같이 등장한 엔터테이너이다. 코미디언이자 TVB 쇼프로그램 진행자였다. 쇼 브러더스가 만든 [대군벌](72)이 흥행 성공한 후 세 편을 더 찍고는 이소룡 사후의 골든 하베스트와 작업하며 은인이 된다. 그 첫 작품이 바로 <귀마쌍성>이었다. 허관문형제가 내놓은 76년도 작품 <반근팔냥>을 소개한다. 홍콩에서는 채소의 무게를 잴 때 한 근(斤)은 16냥이다. 즉, ‘반 근’이나 ‘팔 냥’은 같은 무게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 놈이나 저 놈이나 같은 놈’이란 뜻이다)
허관문은 만능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탐정이다. 경찰과 연줄이 있어 보이지만 아무래도 부패혐의로 잘렸을 것 같은 인물이다. 탐정사무소에는 경리(조아지)와 허드렛일을 하는 조수(허관영)뿐이다. 그들은 박봉에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받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곳에 방금 음료수 공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허관걸이 찾아온다. 이제 이들이 1970년대 당시 홍콩에서 대성공을 거둔 ‘코믹 탐정 대소동극’을 펼치게 된다. 물론, 이 영화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호평을 받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영화에는 1970년대의 홍콩 사회상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탐정사무소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는 기본이고, 그들이 맡게 되는 범죄라는 것이 마치 그 시대 신문 사회면을 보는 것 같은 현실감, 현장감, 리얼리티를 전해준다. 영화에서는 불륜, 외도, 노상강도, 외상값 떼먹기 등 다양한 범죄의 모습이 등장한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면서, 그 시대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사회발달 정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물론, 허관문-허관걸-허관영 형제주인공과 엑스트라들이 펼치는 액션의 합도 신선하다. 허관문의 코미디 감각은 이후 주성치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특히 치킨 요리를 하다가 요가 장면과 합쳐지는 부분은 이 영화를 오래 기억되게 만든다. 허관문 감독은 화면분할 같은 참신한 시도도 마지하지 않는다. 이 영화 후반부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에 나오는 극장 테러신만큼이나 스펙터클한 ‘영화관 갱단’이 등장한다. 이 장면 때문에 홍콩과 대만에서는 이 영화 개봉당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을 1970년대의 홍콩 모습과 함께 그 시대를 살던 홍콩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충분히 힘들고 고달픈 서민의 삶이 전편을 장식한다. 허관문이 동생 허관영, 허관걸과 함께 출연한 코미디는 [귀마쌍성](74)이후, [천재와 백치](75), [반근팔냥](76), [매신계](76), [마등보표](81) 등이 있다. 허관문 코미디영화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그 때까지 홍콩에서는 광동어 영화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허관문 코미디의 대성공이후 광동어 영화는 대세가 된다. 우리가 다들 아는 성룡, 양조위, 류덕화, 장국영, 주성치의 홍콩영화 속 광동어는 그렇게 대세가 되었던 것이다. 참, 허씨 형제는 네 명이었다. 허관문, 허관영, 허관걸과 함께 허관무도 있다. 이 영화에서 잠깐 단역(모텔 지배인)으로 얼굴을 보인다. 낯익은 오요한은 홍콩경찰 고관으로 등장한다.
좁디좁은 홍콩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의 비애가 절절하게 넘쳐나는 이 위대한 홍콩코미디는 왓챠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 1970년대 홍콩서민희극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사회학적으로 감상하면 더 의미가 클 것이다. ⓒ박재환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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