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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모리타니안] 위대한 미국? 애국자 게임!

by 내이름은★박재환 2021. 3. 26.


 2001년 9월 11일 무슨 일이 있었는가. 미국이 안방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것은 하이재킹당한 민간항공기가 차례로 뉴욕의 상징 쌍둥이빌딩에서 쇄도 충돌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습은 한 시대, 한 문명의 종말을 상징하듯 건물을 무너져 내린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테러리스트를 찾아 복수에 나서는 것이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비행기를 납치한 사람,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친 사람, 미국을 붕괴 시켜고 한 사악한 존재를 잡아내어 처단하려고 할 것이다. 영화 <모리타니안>(원제:The Mauritanian, 2020)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다.

 2001년 11월, 아프리카 대륙 북서해안. ‘모리타니아’라는 나라가 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 위치조차 몰랐을 작은 나라이다. 결혼식장이 열리는 곳에 ‘모헤마두 울드 슬라히’(타하르 라임)라는 청년이 하객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그를 불러내서 몇 마디 나눈다. 조사할 게 좀 있다고. 슬라히는 급하게 자기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삭제하고는 그들을 따라 나선다. 그렇게 잡혀간 슬라히는 모리타니아가 아니라, 요르단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를 거쳐 쿠바 만(灣)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의 진술과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이 획득한 바에 따르면 그는 위험분자였다. 어릴 때부터 똑똑해서 독일유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학살을 벌일 때 반군 편에 서서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반군이 바로 ‘탈레반’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모리타니아 출신의 슬라히는 이제 ‘탈레반’의 군사훈련을 받았던 요주의 테러리스트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전화목록에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조카 전화를 건네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테러리스트와의 전쟁’, ‘문명충돌의 전장’에 나선 미국 당국의 요행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체포되고도 몇 년이 지났지만 그는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끝없는 심문을 받게 된다. 이 때 정의의 변호사가 등장한다. 낸시(조디 포스터)는 미국정부를 대상으로 인신보호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에 맞서 군 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위험인물’ 슬라히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나선다. 

세계인권수호의 주창자 미국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사람을 오랫동안 잡아두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슬라히에게서 테러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누가 테러지원금을 대었으며, 누가 비행기를 몰았으면, 누가 이들을 성전에 끌어들였는지를. 정보당국 입장에서는 슬라히를, 그리고 슬라히의 입을 통해 줄줄이 테러리스트를 엮어낼지도 모른다. 

검사 카우치에게는 주어진 소명이 있다. 9월 11일 그날,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했던 항공기의 부기장이 자신의 친구였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대사로 처리되는 끔찍한 부분이 있다. (911이 일어난 그 다음해부터 조금씩 알려진 ‘납치된 비행기 내부 상황’이다.) 관제탑과의 대화, 전화통화 등을 통해 재현된 현장은 끔직했다. 폭탄도, 총도 없이 비행기에 탑승한 테러리스트들이 어떻게 ‘칵핏(cockpit)’에 난입, 기수를 빌딩으로 돌리고 최고속도로 날아갔는지 알려준다. (끔찍하게도 그들은 카터 칼로 비행기 안을 최대한 지옥으로 만들었고, 조종석 문은 열게 한다. 이미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익힌 테러리스트는 기장, 부기장을 처참히 살해하고, 돌진한 것이다)

복수 혹은 정의의 실현은 처절했다. 미국은 ‘문명개화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 잡혀온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을 다루기 시작한다. 그들이 행한 고문의 기술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알려졌다. 어떻게 코로나 백신도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자백하게 만드는 알약하나 만들어내지 못할까 의문이 들 정도로 슬라히를 고문한다. 다양한 고문을. 인간의 존엄성을 저 밑바닥까지 내던져 뭉개버린다. 

군검찰관 카우치는 슬라히의 자술서가 사실이든 아니든 의미가 없음을 간파한다. 고문에 의한 자백일 뿐일까. 카우치는 그만두고, 슬라히는 승리한다. 그런데 바로 풀려나지 않는다. 몇 년을 더 관타나모에 수용된다. 그 동안 변호사의 응원에 힘입어 ‘관타나모 다이리라’라는 책을 쓴다. 원고는 보안당국의 검열을 거쳐 군사기밀 부분이 새까맣게 삭제된 채 출간된다. 그렇게라도 책은 출간되었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영화화에 관심을 보이며 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모리타니안>을 감독한 캐빈 맥도널드는 뮌헨 올림픽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원 데이 인 셉템버>(1999)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모헤마두 울드 슬라히는 기소도 되지 않은채 14년을 구금되어 있었다. 그는 현재 자신의 나라 모리타니아에 살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지금도 입국 금지되었단다. 911테러를 전후하여 슬라히는 독일 비자가 만료되어 캐나다 몬트리올에 잠시 머물렀고, 이때 그는 캐나다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모리타니아에서 잡혀 요르단,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관타나모에서 14년을 억류당한게 캐나다 정보당국(CSIS)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이야기할 때 '쿠바 관타나모'라고 말한다. 쿠바 땅에 있는 미군기지라니 참 아이러니컬하다. 그 옛날 스페인령이었다가, 20세기 초(1903년) 미국이 독립국가인 쿠바에게서 콴타나모만을 영구임대한다. 항만과 활주로까지 마련해서 군사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이 나왔던 '어퓨굿맨'의 배경이 바로 이곳 해병대이다. 911이후 수용소가 된 이곳의 문제점은 줄기차게 지적되었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그 처리문제로 고민했다. 어쨌든 바이든 대통령이 폐쇄를 공언한 상태이지만 아직도 40명의 수감되어있단다. 이들도 기소나 재판없이 거의 20년동안 구금된 상태란다. 이들을 무작정 풀어줄 경우, 그 뒷처리가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고 한다. 실제 석방자 중에서는 세계 곳곳으로 돌아가 테러를 펼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법정을 통해 언뜻 정의가 이뤄지는 것 같아 미국의 위대함을 보는 듯 하지만 그것이 미국 주류사회의 모습이 아니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결국 마이너 변호사의 아주 작은 승리일 뿐이다. 적은 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차곡차곡. 뼈속까지! 영화 덕분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2021년 3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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