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희 감독, ‘찬실이’ 전에 찍은 단편영화 3편

2020. 2. 21. 17:26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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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3관왕이 되었다. 35일 극장개봉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김초희 감독의 단편 3(<겨울의 피아니스트>,<우리 순이>,<산나물처녀>)을 모아 방송한다. 영화판에서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은 김초희 감독의 역정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세 편 모두 단편영화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첫 번째 작품 <겨울의 피아니스트>(2011)에는 무려 정유미와 김의성이 출연한다. 영화 프로듀서인 김PD의 내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확실히 러브스토리이다. 음악감독이 피아노 한 대만 김 피디에게 달랑 맡겨놓고 떠나간다. 그리고 미미가 사무실을 찾아온다. 이제부터 김피디는 유부남 음악감독(김의성)과 그의 제자였던 미미(정유미)의 파란만장한 연애담을 들려주고, 재현하고, 동참한다. 13분의 짧은 시간에 거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건 독립단편영화입니다를 강조하듯이, 꾸밈없이, 진지하게, 그러면서 소탈하게 러브스토리를 완성시킨다. 김초희 감독은 극중 김PD로 등장한다. 김 감독의 순도 100퍼센트의 사투리를 만날 수 있다.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갑자기 사라져 버려 볼 수 없는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었음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고 있으면 홍상수 감독 필이 느껴진다. 난데없이 운동 열심히 해라는 대사에서 홍상수 영화 프로듀서를 했었다는 것이 실감난다.

두 번째 작품 <우리 순이>(2013)는 더욱 미니멀한 영화이다. 30대 중반의 노처년 순이는 실연을 당한 뒤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의기소침해 있다. 그에게 말을 걸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은 다름 아님 방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던 전기밥통이다.(감독은 천연덕스럽게 쿠쿠를 크레딧에 올렸다!) 이제 순이는 밥을 먹고, 세상에 나가 활기를 되찾을 것인가. 이 작품에도 김초희 감독이 등장한다. 함께 밥을 먹는 친구로. 참으로 미니멀하지만 대단한 주제의식(?)이 느껴지는 소품이다. 따뜻한 밥 한 끼의 소중함이라니. 순이는 예지원이 연기한다.

세 번 째 작품 <산나물처녀>(2017)의 캐스팅은 화려하다.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정다원, 배유람, 신석호가 출연한다. 장르가 로맨스 드라마이자 무려 ‘SF'이다. 산에서 나물을 캐던 순심이(윤여정)앞에 나타난 70세 노처녀(윤여정). 미지의 행성에서 남자 찾아 지구에 왔단다. 역시 남자가 없던 순심이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함께 나물을 캔다. 그때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 쫓겨 온다. 그 사슴을 숨겨주었더니 웬걸, 제대로 된 짝을 찾을 수 있는 대단한 비밀을 안겨준다. 내부순환로를 타고 홍제천에 가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고 바나나우유를 먹고 있는 두 남자가 있을 것이라고. 몰래 그들의 날개옷을 숨기면 된다고 일러준다. 물론, 애를 셋 낳을 때까지 절대 돌려주면 안 된다고. 맙소사, 그 선녀, 아니 천사는 안재홍과 정다원이다. 이 엉뚱하고도, 황당한 작품의 결론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산나물처녀>는 과연 어떻게 끝날까. 명대사를 뽑자면, 윤여정은 어차피 떠날 사람은 옷이 있든 없든 떠나는 거야. 그게 무서우면 사랑이 아니지란다. 안재홍은 이런 대사를 한다. “우리 울적한데 체조 어떻소? 국민체조가 최고요.”

 

<독립영화관>에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과 주인공 찬실이를 연기한 강말금 배우를 특별히 초대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진행은 백승주 아나운서. 22() 0040, 그러니까,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한 밤에 방송된다. (박재환 20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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