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2019/08/24 ~ 2019/11/17 디큐브아트센터
출연: 김소현, 김소향, 장은아, 김연지, 손준호, 박강현, 정택운(빅스 레오), 황민현, 민영기, 김준현, 이한밀
음악감독:김문정 프로듀서:엄홍현 대본: 미하엘 쿤체 작곡:실베스터 르베이, 연출:로버트 요한슨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14살에 프랑스의 루이 16세에게 시집온 여인이다. 숙적이었던 두 나라의 동맹을 위한 정략결혼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 이국 땅에 와서 화려한 왕궁 안에서 살다가, 그 왕궁이 보이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죽은 비운의 여인이다. 프랑스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그 역사적 순간에 그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가 신문에 연재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이야기를 기반으로 헝가리 출신의 실베스터 르베이(곡)와 독일의 미하첼 쿤체(극작) 콤비가 뮤지컬로 완성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일본 토호 프로덕션에 의해 처음 일본 무대에 올랐었고, EMK에 의해 한국에서 한국프로덕션으로 완성되었다. 2014년 샤롯데씨어터 공연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뮤지컬은 1793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이 단두대에서 잘려나가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왕정이 몰락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낸다.
당시 프랑스 왕정은 흔들리는 등불이었다. 아메리칸 신대륙에서 영국과 싸우느라 프랑스의 국고는 바닥이 거의 드러났고, 정신 못 차리는 왕궁의 사람들은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에 어울리는 흥청망청 연회로 몰락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히 궁 밖의 평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상황을 극명하게 잡아낸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라는 대사이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때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미천한 평민이 왕궁의 연회장에 뛰어들어 성밖 사람들은 배고파 굶어죽는다고 호소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덧씌워진 프레임 중에 그녀가 그 여자에게 ”먹을 빵이 없다고? 그럼, 케이크를 먹지 그랬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 대사가 마리 왕비가 아닌 다른 왕궁의 다른 여자에 의해 이뤄진다. 여하튼 무대는 왕궁의 철부지 같은 마리와 궁궐 밖 억새풀 마그리드의 인생역정이 교차해서 펼쳐진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대혁명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빵과 케이크’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당시 궁중의 사치를 보여주는 ‘목걸이 사건’, 그리고, 피를 부르는 혁명의 아가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였던 ‘바렌트 사건’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물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왕궁’을 기울게 할만큼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된다. 그리고 평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선민의식으로 가득한 위태로운 궁중드라마가 펼쳐진다. 왕족의 권력찬탈 음모론과 서민들의 불만심리가 결합하여 혁명의 불길로 승화하는 장면은 우리가 기대했던 정의나, 휴머니즘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결국, 뮤지컬은 최악의 역사적 순간에 내던져진 비운의 여인을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음악 사이에서 완성된다. 단두대(기요틴)가 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목에 잘린 왕족의 머리를 잔인하게 휘두르는 장면을 잠깐만이라도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이 작품 감상의 고역일 수도 있다.
2014년에 이어 이번에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하는 김소현의 풍성한 미성과 파워풀한 노래는 무대를 꽉 채운다. 이번 공연에는 김소현과 함께 김소향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장은아-김연지가 마그리드를, 손준호-박강현-정택운-황민현이 마리의 연인이자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악셀 페르젠을 연기한다. ‘마타하리’,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등을 거치며 정택운(빅스 레오)은 뮤지컬에 완전히 착근한 모양새이고, 뉴이스트의 황민현도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도전한다. 그룹 씨야의 멤버였던 김연지도 ‘마그리드’역을 맡아 화려한 가창력을 과시한다.
지난 달 24일 시작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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