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지 데이즈] 반복되는 역사의 기억?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 Strange Days, 1995)

2019. 8. 18. 20:0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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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7/12) <터미네이터>,<타이타닉>을 만든 테크놀로지 무비의 제왕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연인이었던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작품은 은근히 재미있다. <폭풍 속으로>가 그러했고 지금 말할 <스트레인지 데이즈>가 그러하다.

 

1995년에 만들어진 <스트레인지 데이스>(Strange Days)는 밀레니엄의 마지막 날인 19991231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시작되어 'Y2K' 카운트다운 그 순간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직접 겪었던 세기말의 끝은 '종말론자'의 예언처럼 비극적이지도 않았고, Y2K 버그가 빚어내는 테크놀로지의 대재앙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스트레인지 데이스>에서는 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적당한 긴장감이 도는 종말론을 대입시킨다.

 

이 영화 보기 전에 <로드니 킹 사건>을 잠시 살펴보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수월할 것 같다. 로드니 킹 사건은 1992년에 있었다. LA의 코리아타운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이 사건은 그 전 해에 이미 심지에 불이 붙여진 상태였다. 로드니 킹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99133, 로드니 킹이라는 한 흑인이 친구들과 함께 과속으로 차를 몰고 가다 경찰에게 붙잡힌다. (이때 로드니 킹이 몰았던 차가 현대자동차의 엑셀이었다!!) 로드니 킹은 이날 네 명의 백인경찰에게 죽도록 얻어맞는다. 이 장면이 근처 아파트에 살던 죠지 홀리데이(George Holliday)라는 사람의 카메라에 다 잡히고 말았다. 이 아마츄어가 찍은 영상은 곧바로 TV방송을 타고 미국 전역에 뿌려졌다. 하지만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이듬해 92429,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폭행경찰에게는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경찰들의 주장은 언제나 똑같다. "로드니 킹이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었고, 경찰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법 집행이었다". 이 판결에 불만을 품은 LA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사실 로드니 킹 구타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1년 동안 인종갈등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흑백갈등 뿐만이 아니었다. 91년 가을에는 한국인 슈퍼마켓에서 젊은 흑인여자가 총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결국 끓어오르던 흑인들의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 폭발하고 말았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가게와 아시아인들의 가게를 무차별적으로 약탈, 방화하기 시작했다. 통제불능의 사흘동안 55명이 죽고 2,000명이 다쳤으며 12,000명이 체포되었다. 물적 피해는 1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흑인-백인, 흑인-한국인, 유색인-백인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비벌리힐즈의 부자 백인들이 LA경찰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을 동안 다운타운의 한인업소가 흑인들의 약탈 1순위였다. 한인업소 1,600여 개가 파괴되었고 3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고. 그 나쁜 놈의 백인 경찰은 결국 93년 다시 연방재판을 받게 된다. LAPD 스태이시 쿤과 로렌스 파웰의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30개월이 처해진다. 나머지 두 경찰에겐 무죄가 선고되었고. 이 인종갈등-인종폭동의 발화자가 된 셈인 로드니 킹은 어찌되었냐고? 그는 LA시로부터 38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고 그 돈으로 랩 레코드 사업을 차리는 등 한때 잘 나갔다. 하지만 그 보상금은 변론비용과 사업실패로 거의 다 날렸다고. 99년에는 부인폭행죄로 보호관찰을 선고받는 등 그날 이후 7차례나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폭동 10주년 때는 마약복용 혐의로 재활센터에 수감된 신세였단다.

 

 

BBC NEWS | Americas | Flashback: Rodney King and the LA riots

The videotape of the violent arrest of 16-year-old Donovan Jackson by Los Angeles police has reawakened uncomfortable memories of another assault on a black motorist. In 1991, footage of Rodney King being beaten by four police officers while others looked

news.bbc.co.uk

 

물론 사회학자들이 이 '로드니 킹사건-429 LA폭동사건'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내놓았다. 게다가 한국인 피해가 심각했다보니 우리 교민사회에서도 '한흑갈등' 치료를 위해 무지 노력했다. 대체적인 분석은 흑백갈등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흑갈등에 대해서는... 흑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백인들에게 멸시를 받으면서도 자기가 마치 이 나라의 주류 계층인 것처럼 우릴 멸시한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10주년을 맞아 mbc-tv에서 방영한 PD수첩을 보시기 바란다.

 

로드니 킹 이야기는 이 정도하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1999년 제야. 밀레니엄을 앞두고 엉망이 된 미국사회에는 신종 범죄행위가 등장한다. 바로 스퀘드(Squid)라는 불법 신경장치이다. 부패한 전직 경찰 레니 네로(랄프 피네스)TM수퀘드를 이용하여 돈벌이에 나선다. 악어클립(?) 머리 띠 같은 어설픈 장치를 머리에 뒤집어쓰면 이 전기적 장치는 인간의 뇌신경 기억세포를 자극하는 모양이다. 이 장치에 어떤 기억저장장치 (소니의 미니디스크가 활용된다)를 연결하면 그 영상 파노라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어떤 내용물을 보게될까? 밀레니엄 종말론에 걸맞게 사람들은 범죄 순간을 포착한 영상을 주로 애청(?)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범죄물의 기억들을 디스크에 담아 은밀히 유통시키는 것이다. 강도, 살인, 나중에는 강간장면까지.. (결국 스너프 필름이 최고 인기 품목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시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탈행위, 범법행위를 대리체험할 수 있다. 아마도 범죄인들이 이런 장비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실제 범죄행위를 저지른다. 그럼 디스크에는 그 범죄내용이 고스란히 저장된다. 그리곤 그 디스크를 비싼 가격에 밀거래하는 것이다. 전직 경찰이라는 레니가 하는 짓거리가 이런 불법동영상을 은밀히 유통시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외로운 남자이다. 오래 전 사랑했던 여자친구 페이스(줄리엣 루이스)와 지냈던 순간을 저장한 기억장치에 매일 빠져든다. 하지만 페이스는 이미 겐토라는 유명 랩 가수의 연인이 되어 술과 마약에 빠져 살고 있다. 어느 날 페이스의 절친한 친구 아이리스가 절망적으로 레니를 찾아와서는 디스크를 하나 넘겨준다. 그 디스크에는 엄청난 순간이 저장되어 있었다. 바로 당시 흑인사회에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흑인 랩 가수 제리코의 마지막 순간이 들어있었다. 레니가 본 영상은... 제리코와 아이리스 등이 차를 몰고 가다가 두 명의 백인경찰의 제지를 받는다. 제리코를 알아본 백인경찰. 평소 제리코의 랩에 불만이 많았던 그는 제리코를 꿇어앉히더니 뒤에서 총을 꺼내어 제리코를 총살시켜버리는 것이었다. 아이리스가 전해준 디스크에 들어있는 영상물은 LA를 폭동에 빠뜨릴 만큼 인화력이 큰 내용.

 

레니는 페이스를 잊지 못하는 한편, 이 영상물을 공개할지 여부로 고민한다. 한편 그 나쁜 경찰은 자신의 행위가 스퀘드에 입력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필사적으로 뒤를 쫓는다.

 

<스트레인지 데이스>'스퀘드'라는 매력적인 장비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지는 않다. 미래가 너무 우울해서 그런가. 어쨌든 '동영상'물이 전해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재현가능성, 전파 가능성, 그 화제의 폭발가능성에 있어서는 충분히 로드니 킹 비디오에 맞먹는 것 이다. 누구나 희생양을 원하고 ,누구나 메시아를 원하고, 누구나 사회변혁을 꿈꾸는 암울한 밀레니엄 종말론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을 때이니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미국에서 백인경찰에 의한 흑인구타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도 비디오에 잡혔고 말이다. 요즘은 정말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

 

제임스 카메론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박재환 2002/7/12)

 

 

Strange Days (film) - Wikipedia

Strange Days is a 1995 American science fiction thriller film directed by Kathryn Bigelow, written by James Cameron and Jay Cocks, and produced by Cameron and Steven-Charles Jaffe. It stars Ralph Fiennes, Angela Bassett, Juliette Lewis, and Tom Sizemore. S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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