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 “책방 소년에서 글쟁이 흥부로” (영화 흥부 2018)

2018. 7. 11. 13:4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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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블랙 팬서>와 함께 충무로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 슬럼버>, <흥부>가 영화 팬을 불러 모을 예정이다. <흥부>는 미술감독 출신으로 <26년>, <봄> 등을 만든 조근현 감독의 사극. 우리가 다 아는 ‘흥부전’ 스토리를 조선 조 홍경래 란과 민란의 이야기와 뒤섞어 민중혁명의 영화로 완성시킨다. 단, 더 중요한 것은 김주혁의 유작이라는 점, 그리고 정우가 흥부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기자시사회로 영화 <흥부>의 베일이 공개된 뒤 주인공 정우를 통해 흥부 이야기와, 김주혁 이야기, 그리고 배우 정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50분간 진행된 인터뷰이다.   

언론시사회에서 정우(와 배우들)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영화의 무게감에 더하여 고(故) 김주혁에 대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집중해서 영화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더라"고 정우가 말문을 뗐다.    

영화 <흥부>에서 정우는 흥부 역을 맡았다. 홍경래의 란 때 형 놀부와 헤어진다. 우리가 아는 흥부-놀부와는 다르다. 흥부는 형을 찾기 위해 글쟁이가 된다. ‘음란서생’처럼 조선팔도 방방곡곡에서 읽히는 ‘희한한 소설’을 써서 형의 주목을 받으려는 것이다. 근데 형 놀부는 민란의 투사가 되어 있었고 그 배후에 조혁(김주혁)이 있었다. 조혁에게도 형이 있었는데 조항리 대감이다. 못된 놈이다. 어쨌든 ‘대단한 형’을 둔 ‘보잘 것 없는 동생들’ 흥부와 조혁은 엮이게 된다.   

김주혁은 정우에게 영화 속 내용처럼 멘토였다.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크게 의지가 되었던 선배님이셨다. 많은 힘을 주셨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보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더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되어버렸다. 제 마음 속에 있는 주혁이 형의 추억을 말로 꺼내면 조금씩 타버릴까 말을 아끼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정우는 시사회 간담회에서부터 이어지는 인터뷰 내내 김주혁 선배를 떠올려야하고, 질문에 답해야하는 ‘또 다른 고통’을 느끼고 있음에 분명했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우에게 <흥부>는 첫 사극. "정치적 느낌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을 살리려고 했다. ‘글 쓰는 흥부’보다는 ‘괴짜 같은 흥부’의 느낌이 좋았다. 신선했다. 흔히 생각하는 착하기만 한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고 시나리오의 매력을 소개했다.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쓴 드라마작가 백미경의 시나리오이다)   

이미 <응답하라 1994>를 거쳐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을 거치며 열심히 뛴 정우는 의외로 자신의 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친다. "매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흥부'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가 처음엔 굉장히 간결한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채워 갈 여백이 있어서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지만 그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쳤다.“고 말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그가 출연한 독립영화 <바람>도 덩달아 화제가 되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친구>같으면서도 <말죽거리 잔혹사>같은 작품이었다. <바람>은 정우가 스토리의 90%를 맡았을 만큼 그의 자전적, 혹은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이야기란다. 오래전부터 일기도 꾸준히 쓰고, 시나리오 습작도 한단다.  그게 흥부가 글쓰는 데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예의 “허허허~”라고 웃더니,  “에이. 뭐.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흥부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보다는 그 캐릭터에 연민을 느꼈다. 그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고 말을 한다. 그러더니 곧 자세를 바꿔 고치고는 “생각해보니 도움이 안 되지는 않았네요.”란다.   

더 물어봤다. 정우는 어릴 적, 부산에서 자랄 때 '연극하는 아버지, 서점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단다. “그럼 책을 많이 봤겠네요”라고 묻자, “어휴. 책을 많이 날랐죠.”란다. 그러더니 “어렸을 때부터 책 속에 살았으니 글을 쓰고 하는 캐릭터에 대해 저도 모르게 좀 더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란다. 서점 이름을 묻자 "처음엔 ‘세종대왕’이었고, 이후 ‘신세대서점’"이었단다.   

여하튼 연기가 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그의 첫 작품은 2001년 개봉되었던 <7인의 새벽>이란 작품. 단역이다 . “혹시, 얼굴은 알아볼 만큼 나오나요?” 손을 내젓는다. “에이 찾아보지 마세요.”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싸우는 역할이었다. 잠깐 출연하는 장면이다.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거"란다.   

첫 출연 영화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나 출연료 기억하는지 묻자 “27만 얼마였다. 원천징수 떼고. 사흘 동안 출연했었다”라고 대답하더니 “그 작품이 있으니까 지금의 저도 있고, 흥부도 있고.. 재심도 있고, 응답하라도 있고, 바람도 있는 것 같다”란다.   

정우는 그 후, 열심히 단역, 조역을 차곡차곡 거치며 연기자의 열정을 불태웠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나 자체가 특별함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며, “절실함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잠깐 절실함을 잊었던 순간도 있었고, 무뎌졌던 순간도 있었지만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절실함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영화와 김주혁. "영화를 보면서는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진 거 같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쉽지 않더라. 이번 작품은 특별해서 더 그랬다"고 “작품 하는 동안에 크게 의지가 됐던 선배님이다. 많은 힘을 주셨다"고 덧붙인다.

미안하게도 흥행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더 큰 의미가 생긴 작품이어서 물리적인 단어로 표현하기가 조심스럽다.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내가 아니라 영화 속의 김주혁 선배님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우는 현재 이환경 감독의 <이웃사촌>을 찍고 있다. “내일 모레, 클라이맥스 신을 찍을 것이다.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면서 “영화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대본 있으면 추천 좀 해 주세요. 드라마는 또 다른 에너지를 받는 작업이라서 좋아한다. 달달한 로맨스든, 스릴러든, 형사물이든, 액션이든, 장르 구분 없이 대본만 딱 주시면 잘 할 것이다.”고 덧붙인다.   

정우의 흥부, 김주혁의 조혁은 14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박재환 2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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