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혁 “드라마 돈꽃과 제발” (드라마 돈꽃 2018)

2018. 7. 11. 13:46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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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주, 나모현, 장승조, 정말란, 장국환... ”   

드라마를 다 본 후 캐릭터의 이름이 기억에 남는 한 편의 드라마가 끝났다. 지난 3일(토)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연출 김희원)에서 장혁은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극중 청아그룹 전략기획실 법무팀 강필주 상무로 분한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정말란(이미숙 분)에게 주도면밀한 복수를 펼친다. 배우들의 열연, 박진감 있는 연출, 그리고 완벽한 대본이 만나 폭발한 드라마 <돈꽃>은 토요일 심야시간대 드라마 팬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회는 2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장혁을 만나 드라마 <돈꽃>의 뒷이야기와 22년차 연예인의 자세를 들어봤다. 지난 8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매체 라운드인터뷰였다. 이날 오전부터 몇 차례 인터뷰가 이어졌고 마지막 타임에 두 개 매체가 장혁과 마주 앉게 되었다.  

<돈꽃>은 촘촘한 이야기를 펼친다. 한 회를 꽉 채우고도 다음 회에선 여지없이 새로운 갈등과 위기가 생긴다. 처음 대본을 받을 때 마지막까지의 스토리 아웃라인에 대한 언질을 받았을까? “작가님이 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이야기이다. 5~6년 전부터 쓴 대본인데 남자 버전, 여자 버전 ,합친 버전 등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돈꽃’에서 만나 활짝 핀 것이다. 처음 만날 때 배우들은 각기 다른 시놉시스를 보고 만났었다. 충분히 숙성된 이야기였다. ”라며 “복수해야할 대상인 여자에 대해 애(愛)와 증(憎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인물에 대해서도 다양한 갈등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 모순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인다.   

<돈꽃>은 주말드라마이지만 토요일에 2회가 연속 방송되는 독특한 편성을 보여주었다. “주말드라마이지만 기존과 조금 결이 다르다. 내용도 복잡하고 감독님의 편집도 빨랐다. 시청자들이 그런 드라마를 받아들였고 24부를 끌고 올 수 있었다.”면서 “어차피 주말극 하기로 한 것 즐겁게 하자는 마음이었고, 결과론적으로 이런 좋은 성과를 올린 것 같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돈꽃>은 ‘막장드라마’ 요소는 다 갖고 있다. 출생의 비밀과 재벌가 후계구도, 그리고 출세를 위한 비정한 음모, 그리고 정경유착까지. 시청자들은 ‘막장’으로 생각하다가 점점 빠져들었다. 연기한 배우는 어떻게 생각할까. “막장이란 것은 극단적인 것을 모아놓은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러면 <스타워즈>도 말이 안 될 것이다. 현실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야한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막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자극적인 소재가 많다. 뉴스 보면 사건사고가 넘친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자기 부모를.. 이런 것이 현실에서 벌어진다. 스토리는 허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배경들이 있어서 공감대를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97년 SBS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영화 '화산고'(2001)와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 '추노'(2010), '뿌리 깊은 나무'(2011), '보이스'(2017) 등 쉼 없이 달려왔다. 데뷔 이후 쉰 적이 없단다. “지친 적도 없었다. 슬럼프도 전혀 없었다”라고 말하더니, 곧 말을 바꾼다. “슬럼프가 왜 없겠어요. 매 작품마다, 매 순간마다 그런 시간이 있었고, 매번 극복했다. 짜증나는 힘든 하루라도 활력을 갖고,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20년 이상을 달려온 비결일 것이다. 그게 즐겁다는 이야기다.”고 말한다.   

영화 <화산고>와 <보통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장혁이 출연한 아주 특별한 작품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2002년 출연한 홍콩 프루트 챈(陳果) 감독의 <화장실 어디예요>라는 작품이다.   

“프루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을 봤었는데 아주 획기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한창 무라카미 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각광받던 때였다. 그 당시는 몽환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던, 문학적인 느낌의 시대였다. 그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당시 우리가 알던 홍콩영화라면 주윤발이 나오거나, 칼을 휘두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다였던 때였다. 무언가를 상실한 청춘이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 청바지를 입은 모습은 삭막한데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프루트 챈 감독이랑 한 번 해보자 해서 부딪쳐 본 것이다.”고 회상했다.   

영화에서 복수의 단짝이었던 류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홍콩영화’ 이야기가 또 나왔다. “우리 두 사람은 느와르를 찍었다. 류담은 오맹달, 난 유덕화나 장학우였다. 마지막에 주윤발로 갔었다. 내가 혼냈다. ‘웃지 말라고. 넌 주윤발이야. 음악 듣고 와’ 그랬다.”   

장혁을 이야기하면서 음악 이야기를 빼놓을 수은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묻자 1초의 망설임 없이 “제발”이란다. “이소라?”. “아니, 전인권. 들국화 때의 전인권이 아니라 요즘 부른 전인권씨의 제발”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노래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도 좋아한다. 영화도 좋았고. 밥 딜런 곡보다는 건스 앤 로스(Guns N' Roses)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덧붙인다.   

요즘 아이돌 노래 중에서는 이라고 묻자 기다린 듯, ““저에겐 아직까지도 지오디”라고 말한다. 지오디의 ‘어머니께’를 처음 듣고 소름이 끼쳤단다.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되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준다. 박준형과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었던 그 시절.   

장혁은 달변가이고, 꽤 웃긴다. 드라마에서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다보니 그런 면이 가려진다. 그래서인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력을 펼칠 때가 있다. 이날 인터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말인즉슨 “사실 1%도 다 안 나온 거예요. 사실 굉장히 재밌어요.”란다.   

연기자의 자세에 대해서는 선배 연기자의 말을 들려준다. “연기자란 누군가에게 캐스팅되어야하는 직업이다. 연기3, 자세7이다. 그 7을 준비해야지 나머지 3을 던질 수 있다.”   

<돈꽃>을 끝낸 장혁의 다음 작품이 무엇인지 기대된다. 향후 계획을 묻자, "앞으로는 영화나 드라마의 프로듀싱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배우가 작품을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함께 만들고 출연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박재환 2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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