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그래 네가 햄릿해라” (류훈 감독,2016)

2017. 8. 19. 21:5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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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독립영화관 (2017.6.13 방송)

 오늘(2017년 6월 13일) 밤 자정을 지난 시간에 방송되는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류훈 감독의 2016년 작품 ‘커튼콜’이 영화 팬을 찾는다. ‘커튼콜’은 대학로 연극판의 춥고, 배고프고, 서글픈 현실을 담고 있는 블랙코미디이다.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한창 공연이 진행 중이다. 객석에는 드문드문 관객이 있을 뿐이다. 무대에서는 <여교사의 비밀과외>라는 에로 연극이 한창 열을 내는 중이다. 농염한 과외 여선생이 남학생을 유혹하는 끈적끈적한 장면이 시작된다. 곧이어 객석에서 소동이 일더니 무대 객석 가리지 않고 한데 뒤엉켜 난장판이 된다. 18년 동안 에로 작품을 무대에 올려 겨우겨우 유지되던 이 극단도 자금난에 곧 문을 닫게 생겼다.

 

연출자 장현성은 마지막으로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도 작정한다. 극단 대표에게는 ‘에로물’이라고 속이고. 그러자 대표는 걸그룹 출신이라며 여자 하나를 주연으로 꽂아 넣는다. 그동안의 수모와 자괴감을 이번 공연으로 멋있게 떨쳐버리겠다고 연출과 배우들이 <햄릿> 연습에 열정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햄릿’은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허둥댄다. 메소드 연기에 심취한 햄릿은 방황하고, 오필리어는 대사를 씹기 시작하고, 클로우디스는 뜬금없이 ‘로미오와 줄리엣’ 대사를 읊기 시작한다.

 

인생의 막장에 선 것 같은 연출자는 대본을 즉석에서 고치고,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애드립을 마구 폭발시키며 어떻게든 피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햄릿’이 죽느냐 배우가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무대 위 배우가 남느냐 객석에 관객이 남느냐 그것도 문제로다.

 

영화 <커튼콜>은 미타니 코기의 엉망진창 라디오극장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멜 브룩스의 <프로듀서>, 그리고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적절히 짜깁기한 대학로 코믹극이다. 물론 공연의 대전제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과 문제적 인간관계들이 덤으로 끼어든다. 류훈 감독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말아먹기 위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거듭 집어넣는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햄릿’의 개연성이나 맥락은 사라진다. 물론,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황들이 어떻게 수습되고, 커튼콜을 받아낼지는 끝까지 지켜볼 일. 에로연극의 희생자들이 예술혼을 불사르며 만드는 <햄릿>은 마지막엔 박수를 받으리라. ‘답정릿’, ‘답은 정해진 햄릿’이니까.

 

전무송을 위시하여 장현성, 박철민, 장혁진, 유지수 등 연극판 이야기에 어울리는 연기자들과 이이경, 채서진, 고보결 등이 정말 처절한 연기를 펼친다. <커튼콜>은 지난 연말(12월 8일) 극장개봉되어 5526명의 관객이 들었다. 전무송은 이 영화로 제4회 들꽃영화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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