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 오브 스틸' 슈퍼맨의 다른 이름

2013. 6. 17. 16:22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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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화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것은 깐느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보다는 관객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거부감 없이 동시간적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화가 변방에 머물던 시절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도 ‘슈퍼맨’ 시리즈도 사실 한국영화팬에게는 직수입되어 열광하던 핫 아이템은 아니었다. 한국영화 자체의 기술적 발달과 취향의 다변화 덕분에 ‘디 워’는 안 봐도 ‘트랜스포머’는 몰려가서 보고, 배트맨과 아이언맨의 출생의 비밀(?)까지 줄줄 꿰는 블로거들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그런 2013년에 슈퍼맨이 돌아온 것이다. 예전엔 속옷에 겉에 입는 기이한 남자라는 개그가 더 기억에 남던 그 우주영웅 말이다.

 

크립톤 행성과 지구

 

이제 웬만한 지구인들은 슈퍼맨의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주 저 멀리에 존재하는 크립톤 행성이다. 지구보다 월등히 앞선 문명을 가진 그곳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최고의 과학자인 조 엘(러셀 크로우)이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캡슐에 태워 우주로 날려 보낸다. 크립톤 행성은 곧 대폭발하여 우주의 먼지가 되어버린다. 한 문화, 한 행성의 소멸을 이끈 것은 자원남용에 따른 ‘코어’의 폭발이란다. 아바타에서 보아온 환경파괴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크립톤 행성의 피조물들이 우주의 먼지로 사라졌지만 캡슐에 실린 마지막 아이는 먼 우주여행 끝에 지구-당연히 미국 - 캔자스에 도달한다. 착하고 어진 지구인 부부를 만나 지구인과 함께 자라게 되지만 외계인이 남모를 행성에서 겪어야할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방황은 이해할만하다. 이 영화에서는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이전 슈퍼맨 영화에서보다 더 과학적이며 영화적으로 크립톤 출신 슈퍼키드의 방황을 보여준다. 중력의 차이, 세상의 온갖 소리에 적응해야하는 슈퍼맨의 비애에 대해서 말이다. 슈퍼맨은 어린 시절, 틴에이지로 성장하면서 지구인을 이해하고 동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광야에 나선 예수처럼 서른 즈음에 메시아의 운명에 던져진다. 유배되었던 크립톤의 반란군 조드 장군이 지구에 침입해오고 지구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TV뉴스에 ‘전지전능한 기술적 힘’으로 인셉션되어 “지구에 숨어사는 크립톤의 아이를 내놓으라. 내놓지 않으면 지구는 큰일 난다.”라는 대지구인 협박을 한다. 우주의 먼지가 된 크립톤 행성의 모든 문화의 정수, 혹은 DNA정보를 가진 ‘칼 엘’의 운명은? 그리고 덤으로 지구의 운명은? 모두들 아는 슈퍼맨의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 감독은 어떻게 풀어나갈까? 악당 렉스 루소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슈퍼맨과 ‘맨 오브 스틸’

 

슈퍼맨이 디시 코믹스의 만화책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38년이다. 수많은 만화 속 영웅들처럼 회가 갈수록, 속편이 나올수록 점점 등장인물은 늘어나고 스토리는 복잡해진다. 악당은 더욱 악랄해지고 슈퍼맨의 힘은 갈수록 배가된다. 게다가 영화기술의 발전으로 영화팬들은 전편에서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장면들을 관람하게 된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지구인에 동화되면서 지구인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슈퍼맨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된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인민영웅이 모두 그러했던 것처럼 슈퍼맨은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낮추고 숨기면서 인류의 안녕과 종의 유지에 모든 것을 바친다.

 

기존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에 남아있는 메트로폴리탄의 신문사 편집국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주요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로이스 로렌이 훨씬 활달한 여기자로 분했음에도 연약한 지구인의 모습으로만 투영된다. 한 행성이 가루가 되고 영겁의 문명의 재가 되는 우주적 생존싸움에서 지구인의 운명이란 것은 한 국가의, 한 도시의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세발의 피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그 속에 인간이 있고, 사랑이 있고, 그 사람들의 추억이 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실제 슈퍼맨이 조드 일당을 물리친 뒤 안경을 고쳐 쓰고 신문사에 입사하는 순간, 놀랍게도 크립톤 행성의 운명과 폐허로 변해버린 메트로는 관심 밖의 상황이 되어버린다. “아, 이제 클락 켄트와 로이스 레인이 바보 같은 사랑을 하나 보다..”하며 속편 기다려야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 뿐이다.

 

슈퍼맨의 엄청난 비주얼 효과는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슈퍼맨의 광속비행속도만큼 빨리 사라진다. 그래도 지구는 지켰다! (박재환 20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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