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2] 하리수 이야기 (김유민 감독 Yellowhair 2, 2001)

2011. 6. 13. 10:27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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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1.7.13.) 최근 '연예인'으로 거듭난 '하리수'의 실제 나이와 본명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여자연예인에겐 있기 마련인 그런 소동까지 일어난 것으로 보아 '하리수'는 '여자'연예인인 모양이다. 그런데 하리수의 예명은 '핫이슈'에서 나왔다며? 그럼, 하리수의 연예계 스타덤 전략은 뻔한 것 아닐까?

며칠 전 하리수의 극영화 데뷔작인 <노랑머리2>의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이날 특별히 하리수의 인터넷 팬사이트 회원들 수십 명이 함께 참석하여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영화는 예상대로 하리수를 철저히 이용했고, 예상외로 뒷끝이 있는 영화였다. 

◇ 인간들, 남의 일에 왜 그리 관심이 많지? 

<노랑머리2>는 각 부분의 내용을 소개해주는 부제가 붙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마치 왕가위의 <중경삼림>을 보듯이 각 단락의 인물과 사건들이 동시에 그리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관객은 편의점 여종업원 'Y'를 쫓아간다. Y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는 매니저에게 이용 당할대로 당한 상태. Y는 이제 그 삼류 매니저를 떠날 요량이다. 매니저는 여관에 몰래카메라를 준비해 놓고 둘의 정사 장면을 6밀리 테이프에 담아놓는다. Y는 백방으로 이 테이프의 유포를 막으려한다. 탈의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여종업원의 사생활을 훔쳐 볼만큼 엉큼한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Y의 도움요청을 들어줄리 없다. 좌절 끝에 Y는 "그래, 비디오 풀어. 너가 인간이야!"라고 소리친다.

 그 편의점에 J가 들어온다. 낮에는 퀵 서비스 배달원, 밤에는 라이브 카페 가수인 J는 트랜스젠더이다. 그녀의 옥탑방에 어느 날 남자친구의 부모가 들이닥친다. 그(녀)에 대한 사회의 편견. 남자친구의 아버지는 곱게 차린 저녁상 위의 반찬그릇을 J의 얼굴을 향해 던진다. 빨간 명란젓 양념이 J의 눈물과 함께 흘린다. J는 분노에 치를 떨며 소리친다. "모두 꺼져!" 

그리고, Y와 J는 편의점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회의 질시와 경멸의 시선은 이들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둘은 관찰자 입장이 되는 다큐멘타리 작가지망생과 함께 질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살인과 도주는 이들을 더욱 사회와 격리시켜 놓는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적어도 이 땅에는 없는 모양이다. 

◇ 관심의 사회학 

적어도 이 영화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중경삼림>만큼이나 잘 활용했다. 이야기의 각 장르에 출연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은 모두 이 편의점에서 만나게 되고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연예인 섹스테이프와 트래스젠더의 비애이다. 하지만 그러한 테이프는 더 이상 인화성 있는 소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관음증이 만들어낸 남루한 욕망의 찌꺼기일 뿐이다. 대신 관심이 가는 것은 한 트래스젠더의 사회정립이다. 

물론, 김유민 감독은 여자가 된 남자를 통해 사회적 혁명을 꿈꾸는 것도 아니며, '하리수'라는 신인배우 하나 출연시켜 돈 벌 요량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의 미덕을 철저히 지킨 작품이다. 그동안 돈 넘쳐나는 충무로에서 건진 묵직한 화제작만을 보다가 '겨우' 트래스젠더 하나만으로 이렇게 지명도를 쌓아올린 영화를 만나보기가 쉬울까.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 마치 AV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잿빛 연기를 펼친다. 하리수 자신의 삶이 투영된 것 같아 하리수의 연기는 정말 '연기' 그 자체로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화면에서 쏟아내는 소리는 너무 묵직한 듯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달이 되고 싶었어>였단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트래스젠더 J가 왜 달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결코 눈치챌 수 없다. 감독은 신인배우 하리수와 영화내용의 한계, 그리고 관객의 기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판치는 극장가에서 7월 21일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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