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고 김수환 추기경(1922 ~ 2009.2.16) 다큐멘터리

2011. 4. 15. 14:33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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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큐멘터리 마니아가 늘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고학력자의 고급스런 취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주 대중화되었다. 해외의 유명 다큐 전문채널이 국내에도 들어왔고, 지상파 방송에서는 앞 다투어 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차마고도>와 <누들로드>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명품 다큐 제작의 선봉에 선 KBS는 최근 극장체인 CGV와 손잡고 흥미로운 극장을 하나 열었다.  다큐멘터리 전용관을 개관시킨 것이다. 그동안 독립인디영화를 모아 영화제 형식으로 일정기간 상영하거나 예술영화만을 상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큐멘터리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을 만든 것은 아마 처음인 듯하다. 극장은 대학로 CGV극장에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한 관을 다큐전용관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11일, KBS 김인규 사장과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개막행사를 가졌다. 참석자 중에는 영화진흥위원회 김의석 위원장과 배우 조재현 씨가 눈에 띄었다. 조재현 씨는 현재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참석자는 한결같이 한국 다큐멘터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용관이 꼭 필요하며, 앞으로 확대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막식 행사에 이어 개막작품으로 <바보야>가 상영되었다. <바보야>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다룬 강성옥 감독의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은 14일부터 일반 상영된다. 물론, 대학로CGV의 한 관에 둥지를 튼 다큐전용관에서도 상영된다.

김수환 추기경,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2009년 2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눈발 속에 많은 사람들이 명동성당을 빙 둘러싸며 길게 줄을 지어 서있다. 김수환 추기관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선종하신 것이다. 한 종교의 최고 지도자였으며 한국사회의 버팀목 웃어른이었던 한 성자가 세상을 떠나자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것이었다. 영화 제목 ‘바보야’는 추기경이 살아생전 그렸던 자신의 자화상에 써놓은 글귀에서 따온 것이다. <바보야>는 추기경이 강남 성모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장면과 함께 앰뷸런스에 실러 명동성당으로 옮겨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40만 명의 조문객들이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추위 속에서 길게 줄을 선 것이다. <바보야>는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담히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넘쳐난다. 13살에 처음 신학교에 들어가 18년 만에 사제서품을 받은 김수환. 그리고 해방한국와 분단한국에서 신부님으로, 종교지도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유신독재와 광주가 이야기하는 군사독재 시절, 김수환 추기경은 가난한 자, 불쌍한 자, 핍박받는 자를 위해 기꺼이 앞장서고 고개를 숙인다. 김수환 추기경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의 사랑과 그의 미소는 영원히 한국을 내려다볼 것임에 분명하다

인간 김수환의 드라마

<바보야>는 미화시킬 필요도, 분식할 필요도, 과장할 필요도 없는 인간 김수환 추기경의 86년 인생을 되돌아본다. 가톨릭 평화방송이 만든 이 작품은 당연히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적극적인 협조로 완성되었다. 성모병원에서의 마지막 모습과 명동성당에 안치된 뒤 유리관을 통해 볼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영면모습은 지금도 많은 신자를 가슴 아프게 만든다. 처음 보는 추기경의 눈가엔 핏자국이 있는 듯하다. 추기경이 숨을 거두자마자 두 눈은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된다. <바보야>에서는 관 속에 누워있는 추기경의 마지막 제의 복장, 수의(壽衣)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살아생전 헐벗고 고통 받는, 세상의 모든 낮은 자의 대변인이고 목자가 되고 싶어 했던 성인의 마지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의상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바보야>는 성인의 삶을 담담하게 엮은 조용한 다큐멘터리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한 시대를 살다간 성인의 모습을 다시 우러러보고 정신적 위안을 찾고 싶은 사람에겐 조용한 복고의 시간이 될 듯하다. (박재환, 2011.4.14)

서울대교구청이 운영하는 김수환추기경 홈페이지(▶바로가기)에는 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 그중 요즘 같이 '화합된 사회,  화합의 종교'가 필요한 시점에 특히 눈이 가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학생들과의 만남(교구청, 19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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