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선셋] 달라이 라마의 위대하고도, 지루한 하루

2010. 5. 6. 20:45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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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종교지도자의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 성하(聖下)의 하루를 따라가며 그분의 메시지를 73분 동안 들어야한다면? 분명히 정신적 해탈을 얻을 것이다. 바로 이 영화가 그렇다. <선라이즈 선셋: 달라이 라마의 위대한 하루>라는 다큐멘터리이다. 러시아의 다큐멘터리 전문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오늘 낮 서울 명동의 한 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묵묵히 세기의 철학을 음미하러온 기자들과 평론가들이 있고,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좌석에 눈에 띄었다.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자막 제일 끝에 ‘현대불교신문사’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달라이 라마, 살아있는 부처,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이야기를 하려면, 티베트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은선이 올라간 높은 산들이 있는 네팔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고원지대이다. 땅 넓이는 1,268,947㎢ 으로 우리나라(남한)의 12배나 된다. 예부터 중국은 티베트에 대해 -그들이 사용하는 역사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 종주권을 주장해왔다. 20세기 들어와서 중국이 근대국가가 되면서 티베트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티베트가 독립 움직임을 보이자 군사력을 동원하여 강제 진압한다. 달라이 라마는 끝까지 티베트의 자치권을 주장하다가 결국 1959년 티베트를 빠져나간다. 인도 네루 정부는 그에게 거처와 무장경호 인력을 제공한다. 바로 다람살라이다. 그때부터 달라이 라마는 그곳에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장 아닌 수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티베트를 위해, 자유를 위해, 그리고 종교지도자로서 다양한 말씀을 나누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그 덕분에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물론 중국은 끊임없이 그를  헐뜯는다.

달라이 라마, 기이한 전승법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적 리더이다. 이 지위는 어떻게 계승될까. 아주 특이한 전승법을 보여준다. 바로 한 세대의 성인이 서거하면, 그 영혼이 깃든 사람을 찾아내어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이른바 화신(化身,툴쿠)이다. 달라이 라마 1세가 죽자 2세의 화신을 찾았고, 그 2세가 죽자 3세의 화신을 찾아낸 것이다.... 13세가 죽자, 14세를 찾았다. 바로 티베트 동북부 탁체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라모 톤둡이다. 그의 나이 2살 때였다. 어린 아기는 특별히 점지되었고 달라이 라마 14세가 된 것이다. 민주적 국민투표, 장자상속도, 쿠데타도 아닌 아주 특이한 최고 종교지도자의 계승방식이다. 이것은 불교적 윤회의 개념이 최고 종교지도자 옹립방식에도 사용된 것이다. 이런 기이한 계승방식의 적법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티베트 사람들은 그런 영혼의 이어짐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달라이 라마로 간택된 사람은 티베트 고승의 집중적인 가르침을 받는다.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도 나오지만 아기는 현자들에 둘러싸여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다. 종교적 가르침을 물론, 외국어, 외국문물 등을 체계적으로 폭넓게 배운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학식이 풍부한 글로벌한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 중국의 정적(政敵)


달라이 라마와 레비야 카디드

달라이 라마는 1959년에 티베트 땅을 떠나 인도가 제공한 이국땅 다람살라에서 조국에 돌아가는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의 일상은 인도 정부가 제공한 거처와 도량(道場)에서 추종자를 접견하고, 종교적인 설법을 강(講)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세계 각 곳을 순회하며 복음을 설파한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티베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 이미 중국(티베트) 땅을 떠난 지 50년이 지난 달라이 라마는 중국에 대해 그렇게 심각한 예각을 세우진 않는다. 그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꺼려했고 평화적인 방식의 티베트 자치권 확보를 기대해왔다. 우리나라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티베트 독립세력 중에는 달라이 라마의 방식에 반기를 들고 폭력을 주창하는 무리도 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 이웃한 위구르장족 자치구의 위구르 민족의 거동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티베트 독립분자와 맞물릴 경우를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안정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중국정부는 달라이 라마와 마찬가지로 위구르 해방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알려진 레비야 카디드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달라이 라마 14세가 전하는 다람살라에서의 하루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그의 삶은 여느 고위직 종교지도자와 다름없다. 달라이 라마의 정치적 입지나, 세계사적 위상과는 달리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그의 삶은 고즈넉하고, 한가롭다. 그의 삶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손자 재롱을 볼 수도 없고, 고향에 대한 기억도 사라져가는 75살 할아버지로서 말이다. 그는 세상이 걱정되고 지구의 미래가 염려되어 이런저런 화두를 던진다. 그것은 때로는 BBC에서 보도되고, CNN을 통해 세상에 전파된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그를 경원시하고, 동시에 무서워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달라이 라마는 무장경호원의 철통 경비 속에서 제한된 공간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난다. 오랜 망명생활 속에서 오히려 여유를 찾은 듯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세상을 관조한다.

달라이 라마를 다룬 책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여러 권 출판되었다. 티베트에 대해서도,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거의 다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티베트 민족의 독립투사이며 세계인의 종교인이라는 기이한 위치에 서 있다. 이 영화도 그의 그러한 많은 그림들 가운데 하나, 특별히 지루한 다큐멘터리에 속하는 셈이다. 물론, 위대한 메시지는 빠지지 않았다. 다행히 영화홍보사에서 나눠준 보도 자료에 <달라이 라마 14세가 현대인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있다. 달라이 라마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니 그 숭고한 종교적 가르침은 알아둬야 할 것 같아 소개한다. 달라아 라마 성하(聖下, 이 어르신네를 어떻게 호칭해야할지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성하’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의 말씀이시다.

- 현재와 과거, 길고 짧은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다.
- 항상 시작과 끝이 있고,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단, 질문은 언제냐는 것이다.
- 태양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진다. 항상 떠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즐겨라
- 연민은 우리 정신의 근본이다.
- 애정 없는 우리의 삶은 죽은 것과 같다.
- 나는 가장 어두운 날에 희망을, 가장 밝은 날에 불행의 원인을 발견한다.
- 내 종교는 매우 간단하다. 내 종교는 바로 친절이다.
- 네 스스로를 위해서 매일 일정한 양의 시간을 소비하라.
- 우리들의 인생의 목적은 행복하게 사는 데에 있는 것이다.
- 네가 할 수 있는 한, 다른 이를 도와라, 만일 네가 다른 이를 도울 수 없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는 말라.

정말 좋은 말씀이시다. 다음 주 13일, 개봉될 예정이다.

추가. 달라이 라마 성하의 한국방문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역대 정부가 모두 주저주저했다. 당연히 중국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달라이 라마는 일본을 13차례나 방문했었단다. 내달 18일에 또 방일한단다. (박재환 20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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