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독도야] 실효적 지배가 미치는 우리 땅 ‘독도’

2009. 1. 7. 11:34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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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는 동경 131도 52분, 북위 37도 15분 부근에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그리고 그 주위에 흩어진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한국방송, KBS는 지난 2005년 5월 31일에 대한민국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도에 세운 해양경찰청 막사 옥상에 파노라마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를 통해 독도 영상이 KT 무궁화3호 위성을 타고 KBS 보도본부에 24시간 전해진다. KBS에서 독도관련 뉴스나 특집방송을 할 때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독도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또한 KBS의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전송)하고 있다. 독도 현지음도 같이 나가고 있는데 독도에 살고 있는 하얀 물새들이 끼룩거리는 소리도 책상에 앉아서 바로 들을 수 있다. (KBS독도사이트)그럼, 그 독도는 누구 땅인가. KBS가 일본 땅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4,500만 한국인의 관음증을 해소시키고 있단 말인가.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도는 원래부터 우리 땅이고, 지금도 우리 땅이고, 앞으로도 우리 땅일 것이다.

 한국 국민이라면 아마 아주 극소수 사람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100%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다못해 ‘친일파’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조차 독도에 대해서는 대놓고 “일본 땅일 수도 있다”고는 결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독도(그들이 말하는 타케시마)의 위치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전 국민적인 것은 아니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3.7%가 “일본의 영토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산케이신문-후지뉴스네트워크 여론조사,2008년 8월  ▶관련기사보기) 이것도 시마네현이 ‘하도’ 떠들고, 그것 때문에 덩달아 한국에서 일장기 불태우고 하는 것이 뉴스로 전달되면서 일본 사람들이 “우리 땅인 모양이다”라고 해서 도달한 수치이다. 앞으로 일본에서의 저 수치가 더욱 올라갈 개연성이 있고 우리는 우리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어쩔 수 없이 독도는 전 세계 ‘분쟁지역’의 하나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혹시 몰랐던 사람 있는가? 없을 것이다.

김장훈은 왜 독도 앞바다에 태극기를 띄우는 이벤트를 펼쳤을까?
 
  물론 기부천사 김장훈이 이 행사를 진두지휘한 것은 아니다. 김장훈은 ‘독도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독도를 소재로 한 작품의 내레이션을 맡았을 뿐이다. 지난 주 개봉되어 ‘허탈한’ 흥행기록을 세운 다큐멘터리 <미안하다 독도야>를 소개하려니 보통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독도에게 미안해야할 이유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생존경쟁’이라는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는 지난여름 깜찍한 이벤트를 하나 기획한다. 2008년이 이른바 ‘건국 60년’이라는 거창한 의미가 있고, 일본의 독도편입 야심이 줄기차게 이어지니 독도사랑을 적극 선보이기 위해 독도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펼쳐 보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독도사랑을 만방에 알리기 위해 초대형 태극기를 만들고 독도사랑을 염원하는 6,000명의 손도장을 찍어 독도 앞바다에 띄운다는 것이다. 비주얼이 상상이 간다. 푸른 파도 넘실거리는 동해에 좍 깔리는 커다란 하얀 태극기, 파란색과 빨간색이 감싸는 태극무늬, 그리고 네 개의 괘. 여기에 장엄한 애국가가 깔리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찌 아니 울먹거리며 감동받지 않으리오.

   그래서 감동받았는가? 뭐든지 감동 잘 받는 필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받기는 받았다. 월드컵 때 시청 앞 태극기에도 감동받았고, 상암동 스타디움에서 축구 경기할 때 관중석에서 대형 태극기가 펼쳐질 때도 감동받았고, 허영호 대장이 갖은 고생 끝에 설산 꼭대기에 태극기 꽂을 때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데 어찌 저런 대단한 장면에서 감동받지 않으리오.

  그런데 영화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그럼, 이 다큐멘터리의 정체는 뭐냐”는 것이었다. 뜻 맞는 대학생들이 6천 명의 국민을 동원하여 마지막 스펙터클 이벤트 쇼를 펼치기 위함 인가?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내레이션이 있기는 하다. 명동 한복판에서 6천 명 손도장 받는 것은 식은 줄 먹기라고. 하지만 울릉도 부두에서 오고가는 관광객에게 손도장 받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라고. 울릉도 도민이 일반 국민보다 독도사랑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단 말인가. 그보다 더, 손도장을 찍어야 독도사랑을 인정할 만큼 독도가 남의 땅이라도 되어버렸는가. 그럼 44,994,000명은 뭐란 말인가?

  아마도 인터넷이 유행하며, 다음 아고라의 서명청원운동 같은 것 일반화되면서 우리는 남에게 '보여지는' 숫자에 너무 연연한다. 숫자로 그 사랑을 확인하고 남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이, 아니 우리가 6천 명을 채워 흥분할 때 일본도 50%, 60%, 73.7% 차곡차곡 올라갈 것이다.

  독도는 제주도보다 작고, (부산) 영도보다 작으며, 홍도보다 멀리 떨어져있다. 아마도 인천 앞바다 무의도보다 찾는 사람이 더 적을 것이다. 그렇다고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거나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상황이 ‘독도는 우리 땅이다’, ‘독도 사랑한다면 손도장 찍어라’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다큐멘터리에서 독도이장 김성도 씨 부부의 자연스런 푸념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그들은 삼일절이면, 광복절이면, 그리고 일본의 고관들이 망언을 하고나면 들이닥치는 한국 기자들에게 언제나 똑같은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해마다 같은 말을 되뇌였을 것이다. 여기서도 똑같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온 국민이 일본의 불법거주침입자를 향해 “이 사람은 우리 집사람이다. 여기 결혼증명서 있다. 이건 우리 부부 결혼식 사진이고...”이렇게 구구하게 설명하는 것이.

   다행히 독도를 사랑한다면 <미안하다 독도야>를 꼭 보아야한다는 운동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 그나나 다행이다. 어쨌든 일본이야 이 영화의 흥행기록으로 뉴스거리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마라도가 우리 땅이고 여의도가 우리 땅이듯이 독도도 우리 땅이다. (정치인들 때문에) 여의도 욕하지만 영원히 우리 땅이어야 하듯이 독도는 일본이 뭐라 하던 우리 땅이다. 그래도 불안하면 책상 앞에 ‘독도는 우리 땅’ 표어 붙여놓고, <미안하다 독도야> 관람하라! 그리고 시간나면  KBS 독도사이트를 한번 찾아가보라.

  김성도 이장님이 입원하셨다고 한다. 쾌유를 기원한다. <미안하다 독도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마지막에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더 많은 해양법학자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는 자막이었다. 결국 ‘독도수호’를 위해서는 국가가, 독도수비대가, 반크가, ‘생존경쟁’이, 영화관람객이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독도사랑을 내보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본과의 치열한 ‘법리’논쟁을 위해선 더 많은 해양법전문가가 생겨야한다는 것은 필수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떠나 이런 작품을 만든 제작자와 출연진의 노고는 기억하고 평가해 줘야한다. 독도에 들어가고 독도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아는 입장에선 이들의 땀과 노력을 절대 폄하할수는 없다.

  이 리뷰를 보고나서 KBS독도사이트를 더 많이 찾아가보길 기대한다.  (박재환 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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