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시공요애] 양조위, 조은숙 사랑에 빠지다

2008. 4. 20. 19:54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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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7-12-28] 이제는 한류라는 게 문화의 문제를 떠나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함의를 띠게 되었다. 그만큼 규모가 확대되어 상대국가에 끼치는 영향이 가시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배용준이나 김희선 전에도 한국 배우들이 다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는 가끔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무술인이 홍콩 액션물에 출연하여 무명(武名)을 떨치기도 했다. 근 10년 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연예인 출연 홍콩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탤런트 조은숙이 출연한 홍콩영화 [초시공애](원제는 초시공요애이다)이다. 지난 1998년 3월에 홍콩에서 개봉되었던 영화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는 [색계]와 [해피 투게더]의 명배우 양조위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양조위가 한껏 멋을 부리며 독백을 내뱉는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분명 오프닝 씬의 구도나 대사로 봐서는 완전히 왕가위의 [중경삼림]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만큼이나 유명한 ‘유진위’라는 홍콩감독의 작품(각본)이다. 유진위는 아직도 많은 주성치 팬들이 열광하는 [서유기]의 감독으로 일반적으로 그를 ‘홍콩 컬트영화의 왕’이라고 칭한다. 아마도 [서유기]를 포함하여 그의 [무한부활] 등을 봤다면 홍콩식 대중영화 속에서 이상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꾸미고 있는 유진위 감독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양조위는 사랑을 믿지 않지만 언젠가는 첫눈에 반하는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중경삼림]에서처럼 홍콩경찰 역으로 출연한다. 그의 눈앞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만 그가 유탄에 맞아 병원에 실러 온다. 응급실에서 죽기 직전 그의 옆에는 또 한 사람의 ‘죽기 직전의 여자’가 있다. 조은숙이다. 조은숙은 홍콩의 대부호이며 영화출연을 미끼로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악당에 의해 강간당하고 충격에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그 기묘한 상황 속에서 양조위는 처음으로 “저 여자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양조위는 죽음 직전에 살아나지만 곧 작전에 투입된다. 관제묘(홍콩뿐 아니라 중화권에서는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많다)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것이다. 엉망이다. 어제까지 별 볼일 없던 놈이 갑자기 자신이 관우의 환생이라며 몇 명을 붙잡아두고 황당한 인질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엉망진창 인질극에 끼어든 양조위와 몇몇 배우들이 갑자기 벼락과 함께 시간을 초월한 ‘트랜스포테이션’을 하게 된다.

때는 유비-관우-장비가 조조와 손책과 함께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던 삼국시대이다. 양조위는 제갈공명이 되어 있고, 조은숙은 여몽이다. (여몽은 삼국지에서 관우를 죽이는 명장으로 등장한다!) 시공간이 바뀌고 여자와 남자가 적당히 웃기게 분장한 상황에서 기기묘묘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제갈공명(양조위)은 여몽(조은숙)에게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후세에. 함께 죽어 후세에서 다시 만나자”고 그런다. 이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함께 죽어 후세로 돌아올 수 있을까?

시간 역전, 공간이동 등의 환상적 스토리 구성은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 월광보합]이나 [무한부활] 등에서 보아온 구도이다. 이 영화는 유진위의 감독 작품은 아니다. 여대위(黎大煒) 감독 작품이다. 여대위 감독은 유덕화가 출연했던 [91신조협려]나 [천여지]를 감독했던 인물인데 그다지 기억에 남는 좋은 작품을 남겼던 감독은 아니다. 유진위와 여대위, 그리고 액션감독으로 유명한 원규 세 사람이 이 당시 ‘시네매직’(影藝創庫)이라는 영화사를 만들어 이 영화를 포함하여 두어 작품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라며- 그것도 대강 알아도 된다 - 모르긴 해도 유비와 관우, 장비가 태어난 시는 달라도 죽을 땐 함께 죽자는 도원결의를 했던 의형제이고, 제갈공명이란 전략가가 있었다는 것은 다 알잖은가. 이 영화의 잔재미는 그런 유명 역사인물의 성(性)도착적 역할 분담을 포함한 괴이한 전이, 엉뚱한 상황전개에 기인한다. 하지만 과다한 잔재미 추구는 TV개그프로그램과의 구분까지 모호하게 할 정도이다.

조은숙이 어떤 경로로 1998년 홍콩영화 [초시공요애]에 출연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당시로선 ‘한류스타의 화려한 출연’같은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없었다. 어찌 보면 한 외국 여배우를 캐스팅하여 적당히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려는 흥행전략이었던 듯싶다. 조은숙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해낸다. 연기 비중으로 봐선 주연배우 양조위의 상대역으로 2000년 가까운 시간을 가로지르는 질긴 사랑의 인연을 연기해낸 셈이다.

양조위는 [색계] 출연을 끝내고 현재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양조위가 맡은 역할은 제갈량과 지모를 다투던 주유 역이란다. 홍콩 흑사회의 엉뚱한 커플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유이달(劉以達)과 이기홍(李綺紅)이다. 유이달은 주성치 영화에서 가끔 엉뚱하게 출연하여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던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유이달만큼 이상한 배역은 팔량금이란 인물이다. 역시 주성치 영화 단골 ‘괴’역 배우이다.

물론 그런 사람은 전혀 없겠지만 이 영화를 1997년 홍콩의 중국회귀 당시의 정치적 함의로 분석하자면 좀 심각해진다. 홍콩 영화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바닥없는 가벼운 웃음으로 채워진 영화이니 말이다. (Reviewed by 박재환 2007-12-28)

超时空要爱 Beyond Time Space Want Love(1998)
감독: 여대위
출연: 양조위, 이기홍, 조은숙, 유이달
홍콩개봉일: 1998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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