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1998.7.31.) 얀 쿠넹 감독이라고? 전에 <<키노>>에서 본 것 같아 찾아보았는데 엉뚱하게 일본영화 특집기사에서 한 줄 나왔다.
1964년 네덜란드 유트레히트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니스의 의상미술학교에서 만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주로 프랑스 광고업계에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30편 이상의 광고를 만들었다. 96년에 텔레비전용 단편인 엠마누엘 베아르 주연의 <마지막 빨간 망토> (97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초대)는 <데리카트슨>의 마르끄 까로와의 공동작품이며, SFX효과와 참신한 회화적 무드, 그리고 사이버한 감각은 그들을 미래의 새로운 프랑스 시네아스트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장편 데뷔작인 <도베르망>은 마카로니 웨스턴풍의 스토리에 새로운 이미지와 폭력적인 미장센으로 단숨에 찬반양론을 모았고, 또한 일본 만화의 열렬한 팬이며,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공각기동대>이라고 한다. (키노 97년 12월 60쪽에서)
사실 처음 대하는 감독의 데뷔작으로선 무척이나 충격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장 쿠넹 감독은 원래 만화가가 되려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만화적인 요소가 있다. 단편영화와 광고로 주목을 받던 얀 쿠넹은 데뷔작 ‘도베르만’으로 평론가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엄청 파워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하나의 영상축제로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신나는, 열광시키는 요소가 있다.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해소해 주는 뭔가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관객의 잠재해 있는 폭력의 근성을 경찰과 범죄자들이 대신하여 모두 적당히 균형을 이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휘두르기 때문일 것이다.
첫 장면의 3D애니메이션- 무서운 개의 등장!-에서 부터 마지막 한 또라이의 웃음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울 때 까지 이 영화는 줄곧 달리고, 날리고, 쏘고, 터뜨리고, 쏟아버린다. 아마, 타란티노 스타일의 부조리극, 그리고 재패니메이션에서 배워왔음직한 우울한 미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오늘날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룰이 되어버린 ‘착한 경찰-나쁜 악당’, 혹은 ‘착하지만 포악한 경찰- 더 포악한 악당’ 캐릭터는 없다. 경찰도 사납고, 악당도 사납고, 그들의 존재 의의도 상식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악당에게 있어 은행을 터는 것은 재미있는 일과이며, 쾌락을 느끼는 도구인 것이다. 경찰도 권선징악의 정의심보다는 복수와 복권의 의미로서 악당퇴치가 있다. 그래서 너무나 단순한 스토리 임에도 등장인물의 비도덕적이며 비이성적인 행동만으로 관객을 붙들어 매어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빈번한 클로즈업과 극단적 편집, 계속되는 고속촬영, 실험성이 다분하지만 효과적인 화면분할-로보캅 시리즈에서 효과적으로 쓰인 방법이다-등으로 시종일관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간다.
도베르만은 무서운 개이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독종이다. 이 영화가 지난 5월 개봉 예정이다가 오늘까지 개봉이 지연된 것은 좀 의문이다.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인데 말이다. 아마 <황혼에서 새벽까지>랑 같이 개봉될 모양이지? 헐리우드 폭력물을 보든, 유럽산 폭력물을 보든 그것은 자유이지만 현대 영화의 한 조류로서 폭력이 또 다시 자리 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젠 정의를 위한 것이든 생존을 위한 것이든 하나의 뚜렷한 존재양식이 된 것이다. 그것을 더욱 재미있고, 신나고, 관객의 시선을 잡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겠지만, 영화의 재미나 실험적 정신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영화가 갈수록 이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내달리기만 하는 것은 심히 우려된다.
이 영화 음악이 얼마나 시끄럽고 웅장했던지 핸드폰이든 삐삐든 진동으로 해 놓을 필요가 없다. 벨이 울려도 못 들을 만큼 줄곧 폭발과 세기말적 전자음이 극장 안을 가득 매우기 때문이다. 시사회 공짜 영화로는 본전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영화였다. (박재환 1998/7/31)
[도베르만| Dobermann ,1997] 감독: 얀 쿠넹 출연: 뱅상 카셀, 체키 카료, 모니카 벨루치, 안토니 바즐레 한국개봉: 199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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