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24)
-
[레베카] 히치콕의 걸작을 극장에서 만나다 (Rebecca,1940)
(박재환 2018.09.06) 소설에도, 음악에도, 영화에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격과 아우라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그 목록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명확한 미학과 철저한 심리묘사는 그를 영화교과서의 한 챕터를 당당하게 완성시킨다. 그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대형스크린에서 말이다. CGV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 특별전’이다. 영국출신의 히치콕 감독이 영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으로 건너가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 바로 (Rebecca,1940)이다. ‘레베카’는 클래식 무비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레..
2019.02.11 -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아버지와 아들과 찰리 채플린 (임대형 감독 2017)
[2017.12.7] ‘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TV에서 항상 만나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종교영화 와 함께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It's A Wonderful Life,1946)이란 작품이다. 세모에 어울리는 희생과 사랑이 듬뿍 넘치는 감동의 드라마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영화가 만들어졌다. 임대형 감독의 영화 라는 작품이다.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이 출연하는 독립영화이다. 게다가 흑백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충청남도 금산에 사는 모금산 씨는 직업이 이발사이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발소’에서 손님의 머리를 깎아준다. 최근 보건소에서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오래 전에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고..
2018.07.01 -
[쌀] 우공이산, 황무지는 어떻게 옥토로 개간되었는가 (신상옥 감독,1963)
...이 영화는 1963년도 영화이다. 그러니까 박정희가 쿠테타로 집권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대한민국 '窮民'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혁명정신으로 달려들 때의 이야기이다. 아직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을 그 시절 말이다. 배경은 전라도 무주 구천동에서 조금 떨어진 한 시골 마을이다. 대대로 가난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 동네의 개척사인 것이다.영화에서 출연자들은 줄곧 기존 정치에 대해 욕설을 퍼붓는다. 야당을 찍었다고 정부지원이 안 되고, 관청에서 보조금이라도 받을라치면 서로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여기로 저기로 넘겨버리는 그러한 전형적인 관료사회의 작태, 아직도 남아있는 소작형태들. 그리고 빨갱이 운운하며 탄압하려 하는 많은 저항세력. 이 시절에 우리는 아주 헌신적인 인물을 만나보게 ..
2013.01.03 -
[서스피션] 아내, 남편을 의심하다
(Suspicion,의혹)은 스릴러 영화의 귀재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1년도 작품이다. 히치콕 감독은 그 전해에 란 영화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대픈 뒤 모리에 (Daphne du Maurier)의 소설을 미국 관객 입맛에 맞게 각색한 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히치콕 감독에게는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트로피였다. 에서 가련한 여인 역을 맡았던 배우가 조안 폰테인이었다. 히치콕 감독은 조안 폰테인을 데리고 다시 한 번 가련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의혹)이다.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누명쓴 남자, 쫓기는 커플, 의심가는 사람들, 알 수 없는 인물 등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은 영국의 범죄소설작가 프랜시스 아..
2009.06.02 -
[도화읍혈기] 완령옥과 김염의 로맨스 (복만창 감독 桃花泣血记 The Peach Girl 1931)
(박재환 2005-6-24) 장만옥이 출연한 관금붕 감독의 [완령옥]이란 영화는 1930년대 중국영화의 최고 인기 스타배우 완령옥을 다룬 영화이다. 스물 여섯이라는 짧은 삶을 자살로 마감했던 이 여배우는 아직까지도 무성흑백영화 시절의 영화여왕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일반 영화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시절 완령옥과 함께 '영화황제' 소리를 듣던 '김염'이란 배우가 있었고 그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염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두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러 중국으로 이주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북간도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한국독립을 위해 삶을 바쳤고 김염은 어린 나이에 천진과 상해 등을 전전하며 학교를 마쳐야했다. 그가 결국 상하이의 영화판에 정착한 것은..
2008.04.20 -
[전함 포춈킨] 러시아혁명사 서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 The Battleship Potemkin,1925)
(박재환 2003.9.6.) 이 영화의 감독과 제목은 오랫동안 아이젠슈타인 감독의 으로 통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러시아어 전공한 사람이 많이 생기더니 이 고유명사의 발음이 다양화 되었다. ‘에이젠스쩨인의 뽀춈낀’에서부터 ‘에이젠슈쩨인의 쁘춈킨’까지 다양화되었다. 정확히 어떤 발음인지는 모르겠고. 대학 다닐 때 중국을 다룬 에드가 스노우의 에 맞먹는 러시아혁명사 책은 이 아니라 김학준 교수가 쓴 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최근에 아주 두꺼운 수정증보판이 나왔다) 난 그 책을 아주 열성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양호민 교수에게서 를 배웠는데 그건 좀 따분했었다.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공산주의 대국 소련이 성립하는 그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혁명의 기운이 오랫동안..
2008.03.06 -
[미니버 부인] 2차세계대전 프로파간다의 고전 (윌리엄 와일러 감독 Mrs. Miniver 1942)
(박재환 2004.2.25.) 하늘과 땅만큼의 엄청난 질적 의미 차를 가지는 단어군(群)들이 있다. ‘전향과 배신’, ‘투자와 투기’, 그리고 ‘선전과 선동’이다. '선동'이란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지만 비상시국에선 국가적 아젠다를 형성하고 국민의 컨센서스를 이루어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 개별 인민의 영광과 평화를 획득하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러한 '프로파간다' 성격의 영화가 곧잘 만들어져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미니버 부인]은 194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6개를 차지한 걸작 클래식 무비이다. 흥행 면에서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이어 그 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흥행성공작이다. 오늘날 와서 ..
2008.03.06 -
[협박]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최초의 유성영화 (알프레드 히이콕 감독 Blackmail 1929)
(박재환 2002.5.22.) IMDB자료에 따르면 세계영화사에 있어 최초의 유성(토키) 영화는 로 1927년 10월 6일 미국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대서양 건너 영국의 첫 유성영화는? 바로 협박>이란 스릴러물이다. 협박>은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최초의 유성영화가 되는 셈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1899년 8월 13일생)을 기념한 키노>> 1999년 12월호에 나온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그의 감독 작품이 모두 54편이다. 협박>은 그의 10번째 작품이다. 그러니까 그는 이전에 9편이 무성작품을 만들었다. (IMDB자료와 비교하면 몇 편의 차이가 있다. 언크레딧과 언피니쉬 작품이 더 있는 셈!) 어쨌든 꽤나 유명한 사람의 꽤나 유명한 작품, 그것도 영화사에 기록된 오래된 작품을 ..
2008.02.19 -
[북극의 나누크] 다큐멘타리 최고의 걸작 (로버트 플래허티 감독 Nanook of the North 1922)
(박재환 2002/5/16) 영화사에 남는 흥미로운 작품을 하나 보았다. 는 ‘극장을 통해 공개되는 최초의 다큐멘타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22년에 만들어진 이 흑백 무성필름에는 북극에 살고 있는 ‘나누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 가족의 일상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빙하, 바다표범사냥, 눈썰매, 이글루, 허스키라는 귀여운 강아지까지. 그런데 조금 영화사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뤼미에르가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오늘날의 영화상영방식을 발명-보급시키기 이전부터 ‘움직이는 사진’에 대한 시도는 있었다. 이들 영상의 발명품들이 필름에 담아낸 것은 대부분 ‘달리는 말의 순간’을 포착한다든지, ‘열차의 도착’, ‘젖을 먹고 있는 아기’,‘물은 주고 있는 정원사’처럼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들 작..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