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옆에서 본 여인, 앞에서 본 연인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 감독,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풍속사(史)에서 ‘사진신부’(Picture-Bride)라는 걸 만날 있다. 특정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직 사진으로만 결혼할 상대를 간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초,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간 남성이 고국의 여인네를 오직 사진으로만 보고,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다. 조금 앞선 시기 미국 서부로 간 일본남자의 형편도 비슷했다. 미국 항구에 도착한 일본 예비신부들은 자신의 신랑을 알아볼 수 없었단다. 노동자가 한껏 꾸민 사진과 실제 부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판이했기에. 아마도 ‘사진후반작업의 원조’이리라. 하지만 신랑은 그림 속 신부를 기꺼이 배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영화 의 출발은 그러하다. 영화는 18세기 신부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이다. 사진도, 전화도, 인터..
202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