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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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한국남자, 중국여자, 그것도 사천미녀! (허진호 감독 好雨時節, A Good Rain Knows, 2009)
중국(시가)문학에서 '비'는 주요한 소재로 쓰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망향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호전에는 송강을 일러 '급시우'(及時雨)라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딱 때를 맞춰 적절하게 등장하는 요긴한 인물이란 뜻이다. 두보는 ‘호우시절’(好雨知時節)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는 비”라고 읊었다. 농업사회에서는 비가 내려야할 때와 그 양을 생각한다면 합당한 의미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애써 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월호, 성산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국가적 재난사고를 경험한 한국인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성장을 다룬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 호우시절>은..
2019.09.20 -
[목격자] 살인자와 방관자 (조규장 감독 The Witness, 2017)
(박재환 2018.08.16) 한밤의 아파트, 훤히 트인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다. 그런데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 그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이 있다. 비명소리에 밖을 내다보던 남자. 하필, 살인범의 무시무시한 눈과 마주쳤다. 살인자는 여유 있게 이 남자가 사는 집을 확인하고 있다. 1층, 2층, 3층.... “6층이군!” 경찰에 신고하면 다 해결될 것 같은 단순한 상황. 그런데, 이 남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 이다. 2005년 유연석-문채원의 로맨틱 코미디 의 조규장 감독이 내놓은 작품은 가장 안전하다고할 자기 집 앞마당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둘러싸고 보이는 소시민의 현실적 갈등을 다룬다. 신고하지 못하는..
2019.02.11 -
[협상] 지정협상가 손예진 (이종석 감독 THE NEGOTIATION 2018)
(박재환 2018.09.27) 추석시즌에 맞춰 영화사들은 저마다 공들인 대작들을 내놓았다. 그 중 ‘협상’(이종석 감독)은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배급하는 스릴러이다. 충무로의 타고난 이야기꾼이 선택한 ‘협상’에는 어떤 흥행요소가 포진하고 있을까 멜로 퀸일뿐더러 다양한 작품을 통해 충무로의 믿을 수 있는 배우로 굳건한 위상을 지키고 있는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 하채윤을 연기한다. 위기협상팀? 사무엘 잭슨이 나왔던 할리우드 영화 ‘네고시에이터’에 등장하는 경찰이다. 테러나 인질극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나타난다. 경찰과 대치 중인 급박한 상황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어가 “내겐 무기가 없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 요구사항을 이쪽 책임자에게 잘 전달..
2019.02.11 -
[보통사람] 응답하라 1987 (김봉한 감독,2017)
(박재환 2017.3.23.) 영화 제목으로 쓰인 ‘보통 사람’을 시대적 상황과 연결시킨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전두환의 뒤를 이어 13대 대통령이 된 그 사람의 선거 캐치플레이어가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람이 없었던 그 시절에 ‘보통사람의 시대’를 기치를 내걸었다니 조금 뜻밖이긴 하다. 영화 의 기본 프레임은 tvN드라마 시리즈의 복고풍 영향을 받은 듯하다. 영화에서는 1987년 한국정치가 펼쳐진다. 당시 민정당 전두환의 임기가 끝나가고, 여야는 다음번 대선방식을 정할 문제로 격론을 펼치고 있었다. 내각제나 대통령 직선이냐의 문제였다. 청량리경찰서의 형사 손현주는 오늘도 데모 진압에, 발바리로 소문난 악당 쫓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
2017.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