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토토로] 순수의 마음에 비친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となりの トトロ My Neighbor Totoro 1988)

2008. 3. 29. 15:13애니메이션리뷰

반응형

(박재환 2001.6.29.) 작년(2000년) 6월 27일, 당시 문광부 박지원 장관은 3차 일본대중문화 개방조치를 발표하였다. 영화수입업자/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가장 경계했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포함한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품으로 한정’하여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었다.

그 후, 이런저런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한 <무사 쥬베이>, <인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포켓 몬스터> 같은 일본국적의 영화가 잇달아 개봉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이들 영화가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축시킬 만큼 폭발적인 흥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선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한국의 일반적인 대중적 정서와는 많은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개봉되는 <이웃의 토토로>는 아마도 그 동안의 재패니메이션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낼 작품으로 기대된다.

<이웃의 토토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지블리 스튜디오가 1988년에 내놓은 작품이다. 국내의 어지간한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한번쯤 여러 차례 불법 복사된 ‘비짜 비디오’나 대학가 시네 카페에서 작은 화면으로나마 보았을 영화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분명 남다른 감흥과 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 시골마을의 토토로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는 아빠와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간다. 곧 퇴원하실 엄마를 위해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새로 집을 얻은 것이다. 낡고 오래된 시골집으로 이사오는 날, 사츠키와 메이는 버려진 집 곳곳에서 검은 물체를 보게된다. 그리고는 이내 그것이 ‘맛쿠로쿠로스케(숯검둥이)’란 것을 알게 된다. 순수한 마음의 메이와 사츠키는 곧 이 집 다락과 뜰에서 ‘토토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숲의 정령인 토토로와 친구가 되어, 토토로가 타고 다니는 ‘고양이 버스’도 타게 되고,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꿈과 순수의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만화영화답게 내용은 판타스틱하다. 곰처럼 푸근한 인상을 주는 토토로는 디즈니 애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래 최고의 인기 만화 캐릭터로 부상했다. 어린 여동생 메이는 영화사상 손꼽힐 만큼 앙증맞고 귀엽다. 커다란 옥수수를 가슴에 꼭 품고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글썽대더니 결국은 눈물이 쪼르르 흘려 내리는 장면은 아마 비짜 테이프에선 경험하지 못한 감동의 순간일 것이다. 사실, 극장 시사회장에서는 시종일관 웃음과 감탄의 소리가 흘려 나왔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 혹은 익히 보아온 영상과 캐릭터지만 완전히 빨려드는 매력이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영화는 1950년대 일본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한 마을에 전화가 한 대 겨우 있을 정도이며 집안에서 TV보는 어린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나무가 자라고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들과 산으로 쫓아다니며, ‘토토로’와 교감하는 것이다. 지블리 스튜디오는 1988년 이 영화를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와 함께 개봉시켰었다. 이차대전의 패전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 시절을 살았을 일본인들은 그들이 한때 잃어버렸던 순수와 행복의 시간을 곱씹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영화는 1차적으로 재패니메이션에 흥미를 가졌을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에게도 향수의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비싼) 토토로 인형에 빠질 어린 자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늘과 비행기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창공에 대한 소재가 풍성하다. 그래서, 팽이를 닮은 공중부양 물체와 칸토가 모형 비행기를 만들고 노는 장면이 조금은 반가울 것이다. 미야자키 감독이 직접 작명한 제작사 ‘지블리( GHIBKI)’란 말은, 2차 대전당시 이탈리아 정찰비행기에서 사용하던 ‘사하라 사막을 통해 불어온느 뜨거운 바람’이란 뜻이란다. 한동안 만화영화 절필을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번 여름 오랜만에 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개봉한다.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장악한 일본 극장가에서 어떤 기록을 세울지가 벌써 관심거리이다.

한편, 첫 시사회에서 상영된 영화는 뜻밖에도 우리말로 더빙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자막판과 함께 아동 관객을 위한 더빙버전이 상영된다. 만약, 토토로를 좋아한다면 분명 두 가지 버전을 다 보게될 것 같다. 더빙판에서는 메이의 언니 사츠키는 ‘제이’로, 이웃에 사는 숫기없는 소년 칸타는 ‘토니’로 개명되었다. 만약, 인기 일본 만화 <슬램 덩크>의 주인공들이 한국에서 소개되면서 모두 한글식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이들 또한 자연스러울 것이다.

오늘 (2001년 6월 28일) 오후 서울 씨네코아 극장에서 <이웃집 토토로> 기자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뜻밖에 한글 더빙버전이었습니다. 이미 <토토로>를 수십 번 본 사람으로서 성우들의 우리말 더빙이 참신하더군요. 극장 개봉일은 7월 28일 입니다. 비디오 등을 통해 이미 <토토로>를 보신 분들이라도 꼭 극장에서 보세요. 메이가 우는 장면이나, 비 내리는 한밤의 정류소 시퀀스는 대형화면에서 보면 훨씬 감동적입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방한 기자회견(2001년 7월 25일 서울 신라호텔)


 

となりのトトロ - Wikipedia

 

ja.wikipedia.or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