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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선희와 슬기] 선희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박영주 감독, 2018)

by 내이름은★박재환 202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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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 <선희와 슬기>는 여러모로 연약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살포시 잡아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된 넷플릭스 <인간수업>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나 한두 명씩은 있을 법한 그런 아이의 이야기이다. 

 선희(정다은)는 외롭다. 쉬는 시간에 옆에 와서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없다. 모두가 어울리는 친구 생일축하 놀이에도 끼고 싶다. 같이 노래방에도 가고, 같이 남친 이야기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런 선희에게 정미(박수연)가 유일하게 살갑게 말을 건다. 고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선희는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빵 먹고 싶지 않니?’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필요하구나..’ 선희는 그렇게라도 말을 걸고,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런 선희의 말을, 행동을 우습게 받아들인다. ‘쟤 왜 저러지’하면서.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뒷말을 한다. 

 선희는 관계를 놓고 싶지 않다. 거짓말을 한다. 작은 거짓말. 그런데 큰 파문을 일으킨다. 정미가 자신의 눈앞에서 자살한다. 선희는 혼란스러운 이 모든 상황에서 달아나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름, ‘슬기’로 살아간다. 하지만, 거짓말의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선희/슬기는 어떻게 될까. 

 

선희의 두 번째 거짓말

선희의 행동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얀 거짓말’이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색칠할 수 없는 그 또래의 외로움이 있다. 초반에 잠깐 보여주는 부모님과의 삭막한 대화 풍경은 ‘여린’ 선희에겐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학교 친구에게서 작은 위안을 받고 싶은지 모른다. 그렇게 무리에 섞이고 싶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조바심으로 나타난다. ‘빵’이든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든 뭐든 그들의 마음에 들고 동료(친구)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창피함, 부끄러움의 단계가 있고 어느 순간 죄스러움에 이를지 모른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Second Life’이다. 감독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 반짝 인기를 끈 인기 ‘인터넷’ 중에 온라인 가상현실을 내세운 ‘세컨드 라이프’란 게 있었다. 현실의 자신을 뛰어넘어 아바타도 새로운 자신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일 뿐이고, 가상의 세계일뿐이다. 고달파도 뛰어넘어야할 현실은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싶고, 어울리고 싶고, 단지 친해지고 싶은 여린 슬기. 가장 어리고 여린 슬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잘못 습득한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가락질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엔 선생님이, 어른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런 거 없다고. 그러면 친구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리얼 월드에서 말이다.

박영주 감독의 독립영화 <선희와 슬기>는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놓치지 마시길. (박재환 20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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