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영웅] 이연걸도 한때 영화감독이었다 (中華英雄, Born To Defence 1988)

2019. 8. 4. 22:17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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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6/3/22) 로버트 레드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죠지 클루니, 조디 포스터, 방은진. 이들의 공통점은? 배우로서 명성을 떨친 뒤 영화감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킨 사람들이다.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력만으로는 분에 차지 않는지 가끔 외도를 한다. 액션스타들도 자신의 풍부한 액션 능력을 연기에만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독으로도 곧잘 나선다. 성룡, 홍금보 등이 수많은 영화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연걸도 영화감독으로 나선 적이 있다.

 

1979<소림사>로 세계적인 리얼 액션 스타로 부상한 이연걸은 최근작 <무인 곽원갑>까지 3~40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이연걸은 딱 한 번 영화감독을 겸임했었다. 바로 1988년에 만들어진 영화 <중화영웅>(中華英雄, Born To Defence)이란 작품이다. 물론 정이건과 서기가 나왔던 유위강 감독의 <중화영웅>(1999)과는 다른 작품이다.

 

<중화영웅>은 이연걸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창 홍콩 느와르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 한국에서도 개봉되었고 비디오로도 출시되었다. 물론 이제는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이연걸이 영화감독이 된 것은 의외로 초창기이다. 아직은 앳된 16살의 나이에 출연하여 스타덤에 올랐던 <소림사>(79)를 필두로 <소림소자>(소림사2)(83), <남북소림>(소림사3)(86) 등 일련의 소림사 시리즈에 출연했던 이연걸은 1988년에 <중화영웅>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다. <중화영웅>은 그 제목에서부터 주제를 꿰뚫을 수 있는 영화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2차대전 직후의 중국 청도(靑島)가 배경이다. (청도는 산동성에 위치한 곳으로 청도맥주로도 유명하고, 지금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요지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연걸은 군인으로 적들과 맞서 싸운다. 탱크로 전진하는 적들을 거의 맨손으로, 쿵후로 맞서 싸우는 이 장면은 <배달의 기수> 정도의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결국 적들을 물리치고 항일전쟁에서 승리한 이연걸은 고향-청도로 돌아온다.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그 지역의 정세는 조금 뜻밖이다! 1945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던 1949년까지는 모택동의 공산당과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이 건곤일척의 세 대결을 펼쳤던 시기이다) 그 청도 땅에는 승전국 연합군의 일원으로 미군이 활개를 치던 시기이다. 영화는 아주 민족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선동적으로 미군의 피폐와 사악함을 보여준다. 미군은 중국인을 깔보고, 함부로 때리며, 반반한 여자들을 강간하는 승전국의 오만함과 잔인함을 보여준다.

 

이연걸은 전쟁에서 이긴 조국에서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주둔군 미군에 의해 펼쳐지는 악행에 치를 떨게 된다. 자신과 함께 항일전쟁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선배는 이제는 인력거를 끌며 입에 풀칠하는 신세이며 그 딸은 미군에게 웃음을 팔며 살아가는 기막힌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연걸이 인력거를 미군에게 빼앗겨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이태리 네오 리얼리즘의걸작 <자전거도둑>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면 이 영화를 너무 심각하게 보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참고 참았던 이연걸은 제국주의 미군에 대해 엄청난 분노와 함께 잔인한 보복을 펼치게 된다.

 

<리셀 웨폰4>로 할리우드에서 얼굴을 널리 알린 이연걸은 할리우드로 건너가서 <로미오 머스트 다이> 등 몇 편의 액션 영화를 찍었다. 중화권에서는, 그리고 동양권에서는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였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전형적인 '동방 액션 배우'로서의 한정된 캐릭터만 소화해 내야했다.

 

그게 아쉬웠던지 그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심혈을 기울여 최근 다시 중국영화에 출연했다. 난세엔 영웅을 원한다든가. 아니면 중화사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이연걸이 택한 영화는 지난 세기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에 짓밟혔을 때 민족영웅으로 추앙받던 실존인물인 무술가 '곽원갑'을 다룬 영화이다. 황비홍이나, (이소룡의 정무문의 소재였던) 진진처럼 곽원갑도 난세에 무술로 중화민족의 호기와 객기를 만방에 떨쳤던 인물이다. 영화 <무인 곽원갑>에서 주인공은 (마치 K2격투기처럼) 미국과 유럽의 힘센 무인들을 차례로 무찌르고 마지막에 일본인과 맞서 싸우다가 비열한 술수에 걸리고 만다.

 

이연걸은 최근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서남아시아를 휩쓴 해일 때 몰디브에서 휴가를 즐기던 이연걸은 사랑하는 딸과 함께 목숨을 잃을 뻔했고 인도를 방문했을 때는 인근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들어 불교에 심취하였고 중국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소식에 삶의 소중함을 전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소림사>로 스타가 된 이연걸은 무인으로서 절정의 순간에 ''의 의미를 깨달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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