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지구] 아! 덕화 오빠 (진목승 감독 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 1990)

2019. 8. 3. 18:25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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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5.4.28.) 세월이 흘러 중화권 스타들도 명멸을 거듭했다. 주윤발이 한국에서 '"사랑해요 밀키스"라며 음료수 CF를 찍은 것을 비롯하여 유덕화, 장국영, 왕조현 등 홍콩 아이돌 스타들이 줄줄이 한국에서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도 이제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그런데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기억하는 '최고의 홍콩영화 전성기'는 이른바 쇼 브라더스의 무협물이나 이소룡 영화, 혹은 명절 때마다 찾아오던 성룡 영화는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홍콩 느와르'라는 딱지를 달고 들어오던 영화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작품은 바로 유덕화의 [천장지구]가 아닐까 싶다. [천장지구]를 통해 한 시절을 풍미한 홍콩영화를 돌이켜본다.

 

자료에 보니 [천장지구]는 지난 19901013일 한국에서 개봉되어 서울 관객 10만 명을 동원했다고 나와 있다. (난 이 영화를 뒤늦게 제대 후, 대만에 있을 때 대만의 TV에서 방영될 때 처음 보았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대만TV에서 꽤나 많이 잘라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는 906월에 개봉되었다. 홍콩 개봉제목은 [천약유정]이다. (정작 '천장지구'라는 제목의 딴 영화가 있다. 역시 유덕화가 나온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속 천장지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천약유정(天若有情)'은 꽤나 시적인 표현이다. '하늘이 만약 정이 있다면..' 이란 뜻이다. '천장지구(天長地久)''지구천장(地久天長)'이라고도 쓰이면 오래 전 중국 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시적인 표현이다. 하늘과 땅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 사랑도 영원하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물론 남녀간의 애정에만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국가와 민족, 독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말할 때도 쓰인다. '천장지구 독도!'처럼.

 

영화는 홍콩 뒷골목의 한 터프가이가 청순가련형 아가씨를 알게 되고, 하늘도 갈라놓을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을 한다는 내용이다. 애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불쌍하게 자란 아화(유덕화)는 타고난 자동차 드라이빙 실력으로 황광량 패거리에 발탁되어 은행을 털게 된다. 경찰 포위망을 뚫을 때 길가의 아가씨 하나를 인질로 잡는데 그녀가 바로 오천련. 생겨먹기도 악당 그 자체인 황광량은 오천련이 자신들의 얼굴을 봤다면서 여자를 처치하자고 하지만 유덕화는 "안 돼!"라고 거절한다. (들판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끼얹고 불 지를 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바로 회색궤적=칠흑적공간이란 곡이다- 이 영화 OST는 광동어와 만다린이 다르다. 밑에 설명

 

어쨌든 유덕화는 오천련의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낸다. 오천련은 엄청 부잣집 외동딸. 곧 캐나다로 유학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이런 끔찍한 운명의 강에 내던져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넘버3쯤 되는 황광량은 점점 흉포해지더니 결국 형님이고 두목이고 안중에 없듯이 조직을 접수한다. 그리고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던 유덕화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한편 주차 심부름이나 세차 등을 하며 조폭 사회의 최고 밑단 생활을 하던 오맹달은 유덕화를 돕고 싶어 한다. 조직간 패싸움에서 잠시 마카오로 피신한 유덕화에게 오천련이 찾아오고 둘은 함께 경비행기로 창공을 날며 자유를 만끽하며 짧은 연애를 하기도 한다. (이때 나오는 노래는 是錯也再不分=不需要太董이다) 뒷골목의 거친 사나이 유덕화에게 점점 빠져드는 오천련. 하지만 캐나다로 떠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유덕화는 조직의 복수를 위해 결단을 내린다.

 

유덕화는 그 전에 모터사이클로 마지막으로 오천련을 보러 온다. (이때 나오는 장엄한 노래는 未曾后悔=短暫的溫柔) 둘은 한밤에 모토 사이클 탄다. 가게 진열창 창문을 깨고는 웨딩드레스를 오천련에게 입힌다. 이때 유덕화는 줄곧 코피를 흘린다. 둘은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순간 유덕화는 모터사이클 타고 황광량에게 달려간다. 유덕화는 칼을 뽑아들고 황광량에게 달려든다. 끔찍한 복수극이 펼쳐지면서 비장미 철철 넘치는 이 영화의 주제가가 흐른다. 유덕화가 오맹달의 머리를 유리병으로 때려 기절시킬 때 흘러나오는 여자 노래! 유덕화는 차가운 아스팔트에 쓰러지고 오천련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눈물을 흘리며 고가도로를 달려온다

 

[천장지구]에 나온 노래는 모두 네 곡이다. 회색궤적(灰色軌跡), 미증후회(未曾後悔), 시착야재불분(是錯也再不分), 그리고 천약유정(天若有情)이다. 앞의 세 곡은 홍콩의 초절정 인기그룹 비욘드(Beyond)가 불렀고, 주제가 천약유정은 원봉영(袁鳳英)이 부른다. 하나 특이한 것은 주제가가 광동어와 만다린(북경어)로 불러졌는데 제목과 가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마지막 노래는 나대우 작품으로 원봉영이 부른다. 비욘드의 멤버는 몇 차례 교체가 있었다. 초절정 인기를 누리던 지난 93년 일본 공연 도중 리드 싱어였던 황가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에도 비욘든 변함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비욘드는 22년간의 그룹 생활을 끝내고 고별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중국 북경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천장지구]는 통속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절정의 비장미로 포장한 전형적인 감성지향적 홍콩 느와르이다. 간단+단순+심플한 사랑과 죽음이 다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노래)의 힘은 이 영화를 90년대 최고의 느와르로 올려놓기에 족했다. (남들은 인정안하더라도 나에겐!!!!)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오천련은 한순간에 홍콩 최고의 청순파 여배우로 등극했다. 이 영화를 통해 유덕화는 홍콩 최고의 멋진 싸~나이가 되었고 말이다. 지금은 주성치 영화에서 푼수 뜨는 조연으로 각인된 오맹달은 이 영화에서 정말 기막힌 연기를 한다. 그리고 온갖 욕을 다 듣는 악당 황광량의 연기도 정말 홍콩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명연기. 이 영화는 진목승의 감독 영화 데뷔작이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데뷔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천약유정'이 우리나라에선 '천장지구'로 바뀌면서 혼란이 일었는데 대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대만에서는 [추몽인](追夢人)으로 개봉되었다. 그리고 홍콩에서 곽부성과 오천련이 나온 영화 [天若有情2]가 대만에서는 [천약유정]으로 개봉되었다. 유덕화와 오천련이 나온 [天若有情3-烽火佳人]도 있다. 우리나라엔 '천장지구' 타이틀 단 홍콩 영화가 이외에도 몇 편 된다.

 

[천장지구]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열광시켰는지는 내 와이프를 예로 들겠다. 학창시절 이 영화 음악에 흠뻑 빠져 비디오 빌려서는 TV 스피커 앞에 녹음기 갖다 대고 음악을 녹음시켜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mp3, DVD추출 프로그램도 없던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오늘 아내를 위해 인터넷에서 mp3를 다운받았다!! (박재환 2005/4/28) 

 

天若有情 (1990年電影) - Wikipedia

 

zh.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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