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 수조 속의 이티

2018. 7. 11. 10:12미국영화리뷰

초[민망한]능력자들’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제목으로 개봉된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The Men Who Stare At Goats)은 미소 냉전시대에 펼쳐진 우스꽝스런 군사적 대치 상황의 연장선상 모습이다. 미소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에 두 강대국은 ‘우주’에서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신경질적으로 싸웠다. 군사대결에서는 스텔스나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황당한 대결도 펼친다. 이른바 초능력전이다. 염력, 투시력 등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초능력 개발에 돈을 쏟아 부었다. (소련은 자신들이 그런 실험을 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유출시켜 미국인 쓸데없는 데 정력을 낭비하게 했다고는 말도 있다) 여하튼, 그런 미소대치가 부른 황홀한 판타지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 22일 개봉하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원제 The Shape of Water)이다. 청소년관람불가이다. 

배경은 1960년대. 한 여자가 외로운 자신만의 집에서 혼자만의 안식을 누리고 있다. 언어장애를 가진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이다. 그녀는 미국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한 연구센터의 청소부이다.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청소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만이 그녀의 벗. 그런데 어느 날 이 실험실에 괴 생명체가 운송되어온다. 아마존에서 잡은 생물체란다. 엘라이자는 몰래 수조 속을 훔쳐본다. 온몸이 비늘에 덮인 생물체였다. 외롭고, 쓸쓸한 엘라이자는 그 생물체(아가미인간)에 호감을 가지고, 둘은 점차 알 수 없는 교감을 갖게 된다. 미국과 소련이 그 생물체가 가진 대단한 초능력을 기대하며 실험을 하려고 하자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려한다.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는 특수효과와 특수분장에 공을 들인 영화로 영화계에 들어왔다. <헬보이>와 <판의 미로>를 거쳐 수많은 할리우드 작품 제작에 참여했고 팬들의 기대 속에 <셰이프 오브 워터>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미소냉전이라는 ‘상투적인 시대적 배경’을 꼬투리 삼아 사악하고 무정한 사람들의 인정머리 없는 과학실험을 조롱한다. 당연히 희생자는 아마존에서 잡혀온 물고기인간. 그를 ‘실험의 대상’이 아닌, ‘애정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엘라이자이다. 엘라이자는 언어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의 약자 신분이다. ‘여자’이며, ‘청소부’이며, ‘혼자 사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기 전, 엘라이자의 유일한 낙이라면 자신을 마치 딴 세상으로 인도하는 듯한 ‘영화’를 감상하며 몰입하는 것이다. 델 토로의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와 다른 지점은 엘라이자가 ‘외로운 여자’이면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사랑을 쟁취하는 ‘의지의 여자’라는 사실이다. 관객들은 뜻밖에도 영화 초반부터 그 여자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완벽한 사랑의 모양을 형성하는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 비밀스런 실험을 하는 미국 정부도, 소련의 스파이도, 여러 형태의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의 시각도 거대한 판타지 속에서 용해되고 만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3월 4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후보발표에 즈음하여 잇달아 표절시비에 휩싸였다. 퓰리처 수상작가 폴 진델(Paul Zindel)이 1969년에 쓴 ‘Let Me Hear You Whisper’란 극본과의 유사성이 알려졌다. 폴 진델이 쓴 글의 내용은 1960년대 정부산하 연구소에서 일하는 여자청소부와 바다에서 잡혀온 생명체(돌고래)의 이야기이다. 연구소는 생명체를 죽이려고 하고 여자청소부가 구하려고 애쓴다는 내용이란다. 진델은 2003년 사망했고 유족들은 영화사의 무신경성에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편, 네덜란드의 13분짜리 단편영화도 화제가 되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바다생물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는 두 작품이 각각의 독창성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와중에 프랑스 장 피에르 주네 감독도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외로운 여자 엘라이자가 TV 영화 보면서 춤추는 장면 등이 ‘아멜리에’와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장면을 베낀 것이란다. 그런데 정작 델 토로 감독은 1954년 작품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 E.T>같은 감수성을 지닌 외로운 여자의 맹랑한 러브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2월 22일 개봉 (2018.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