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한국영화를 사수하라!

2013. 9. 25. 16:40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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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 2003년 4월 4일 개봉,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주연)

 

* 이 리뷰는 2003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준환 감독이 우여곡절 끝에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를 완성시켰죠. 개봉기념으로... *

 

  <지구를 지켜라>는 올해(2003년) 초, 정확히 4월 4일 개봉되어 대부분의 극장에서 채 1주일을 못 버티고 상영 종료된 '저주받은' 영화란다. 이른바 영화저널에서는 '한국최초의 컬트무비 탄생', '진정한 마니아 영화의 탄생' 등의 용어를 구사하며 이 영화의 특별함을 치켜세웠다. 극장흥행참패가 영화의 수준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평계의 호평이 영화의 품질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란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처럼 호들갑을 뜰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  내가 보기엔 '물론 당연'이다.

 

(*중략*)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제작집단인 싸이더스에서 <지구를 지켜라>라는 전대미문의 영화를 만들었다. 분명 사전준비단계(프리 프로덕션)에서부터 최고의 전문가가 붙어 흥행성공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였을 것이다. 설마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감독상 하나 타려고 영화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니 말이다. 시나리오 검토에서 캐스팅, 마케팅 방법을 주도면밀하게 계산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곤 포스터가 증명하듯이 이 영화는 갈팡질팡한 홍보전략을 보여주고 말았다. 너무나 착한 이미지의 '신하균'의 코믹한 분장과 UFO의 등장은 그 누가 보더라도 이 영화를 '황당무계 우뢰매'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장준환의 천재성을 모른다. 영화팬들에게 그런 사실까지 주지시키려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결과물은 영화포스터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지구를 지켜라>는 어린 시절 <우뢰매>에 빠졌다가, 나이 들어서는 <엑스 파일>시리즈에 매료된 영화 매니아가 만든 영화라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마 이 사람은 학창시절 온갖 미스테리물을 섭렵했을 것이다. 그가 인상 깊게 보았을 영화로는 아마도 <델리카트슨>이나 심지어는 <성스러운 피>까지 다양했으리라. 이 천재로 일컬어지던 사람(장준환)이 물주(물론 싸이더스)를 만나 맘껏 천재성을 발휘한 것이 이 영화란 것이다. 저예산의 황당SF로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라는 호흡 긴(--;) 영화를 만든 남기웅 감독이 있긴 하다. <지구를 지켜라>는 어떤 영화인가?

 

  비록 관객의 절대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호러물과 SF적 특성을 놓고 심형래와 팀 버튼 사이를 오가며 잘도 엮어나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들의 침묵>에 버금가는 연쇄살인범까지 창조해내지 않았는가 말이다. 호러이며, 스릴러이며, 범죄물인 이 엽기 드라마는 한국영화의 건실한 미래를 보여주는 작가 의식으로 가득 찼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영화감상에 있어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도처에 있다. 그것은 '관객 상상력의 빈곤'이나 '감독 상상력과잉'같은 시비는 아닐 것이다. <플란다즈의 개>가 재인식될 때까지 걸린 시간보다 이 영화는 더 빨리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교묘하게 주변부로 돌려버리면서 정작 중요한 외계인 타령은 깜짝쇼로 만들어버리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영화를 진짜 SF로 만들어 버린다. 간간히 유머를 집어넣었지만 솔직히 '코드'가 맞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내게는 무지 재밌었던 영화이다. 하지만 두 번 보기는 싫다. 왜냐하면 지구인이 지구인(혹은 외계인)을 유괴 납치하여 고문하는 장면이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비밀? 그럼, 백윤식은 외계인이었나? 물론 외계인일 것이다. 외계인 자체라기보다는 거들먹거리는 지구인 강만식 사장의 육신에 침투한 '바디 스내이쳐'로 보아야할 것이다.

 

  신하균은 초창기 순진한 이미지 때문에 <복수는 나의 것>이란 영화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거운 영화에는 동화되지 않는 가벼움을 보여주고 있다. 당분간 더욱 엽기적인 영화에 계속 출연하여 이미지전복의 노려야할 듯하다. ( 박재환 200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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