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로맨스] 나무를 심는 남자

2011. 11. 9. 14:09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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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나무 한그루



송중기가 있다. 잘 생겼다. 유들유들하다. 연기도 곧잘 한다. 누나들에게 인기 있을 타입이다. 한예슬이 있다.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한다. 드라마에서는 '사고' 쳤지만 영화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런 송중기와 한예슬이 만났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이다. 제목으로 봐서도 둘이 연애할 것 같다. 선남선녀가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외로 흘러간다. 둘은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은 선입관과 외모에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어떻게 영화를 이끌어갈까. IMF를 넘어 FTA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 청춘들이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 얹혀살다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에게 용돈 받아쓰는 백수청년 천지웅(송중기).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라기엔 애매하다. 생긴 것은 곱상하지만 평균이하의 실력과 운을 가진 보잘것없는 대한청년이다. 곧 죽어도 스쿠터는 몰아야하고 가끔가다 같은 신세의 백수들과 모여 라이딩도 즐겨야한다. 게다가 작업 들어가기 위해선 기꺼이 “아, 이번에 SKT 취직했어”라고 허풍도 치는 남자다. 결정적으로는 콘돔살 돈 2000원에 50원이 모자라서 쇼를 하는 처절한 청춘이다. 그런 그가 재개발 들어가는 동네의 옥탑 방에서도 쫓겨날 시점에 천사가 나타난다. 건넛집 옥탑방에 살고 있는 구홍실(한예슬)이란 처자. 홍실 양도 지웅 군보다 더 잘 난 것도 없다. 뚜렷한 직업 없이, 그럼에도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존재이다. 빈병 모으고, 웬만한 거리는 뚜벅뚜벅 걸어서 차비 아껴가며, 그리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사기행각까지 펼쳐가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구홍실이 천지웅을 옥탑방 마당 빈 공간에 텐트를 치고 살게 한 것은 ‘차명계좌용 통장’때문이다. 구홍실은 천지웅에게 돈을 아끼는 법과 돈을 버는 법을 전수하기 시작한다. 어렵게 분투하는 이들 젊은이. 그 돈을 제대로 지킬 수는 있을까.

2011년 대한민국 백수청년

요즘 대한민국 뉴스를 보면 얼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대학등록금은 천금이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제경제는 아슬아슬한데 사치품 소비는 넘쳐나고 젊은이가 모이는 웬만한 곳은 흥청망청 불야성을 이룬다. 건강한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기보다는 어딘가, 무언가, 철저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런 경제의 모래탑에 외줄하나 걸치고 사는 청춘이 바로 천지웅이고  한예슬이다. 이들은 가족의 품과 국가의 손길을 벗어나서 맨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다. 연애는 언감생심일터이고. 솔직히 돈이 있어야 연애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 옛날 물레방앗간이나 보리밭에서 ‘돈 한 푼 없이’ 연애하던 시절은 전설이 된 세대인 것이다.

청년아 일어서라

극중에서 천지웅은 금세 구홍실의 돈벌이수법을 터득한다. 그래서 참신한 아이디어도 내놓다. “남산터널에 서 있다가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는 차에 동승하는 거야. 그럼 범칙금 2000원 대신, 우리가 1000원만 받는 거야.” 이 품 안 들고, 운전자에게도 좋은 손쉬운 돈벌이라니!  (그런데 이 내용이 시사회에서 공개되고 나서 트윗에 올라가니 동남아 이 나라 저 나라에 실제 저런 알바가 있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문제는 자수성가한 모든 재벌의 배고픈 과거에는 그런 생계탈출형 비장의 사업아이템이 하나씩은 있었다는 사실이다. 빈병수거나 지하철 신문수거는 나이든 사람의 ‘나와바리’가 되어버렸고 청년백수들은 쇼핑몰 채널구축 사업에 몰렸다가 결국 낭패보거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피라미드에 꼬였다가 가족친지랑 모두 등지게 되는 게 많은 경우이다. 취업원서 수백 장 써다보면 결국 나라님 욕하는 ‘현실적’ 정부비판자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실패와 좌절, 밑바닥에서 일어선다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비록 자신의 ‘스펙’이 딸리고, 세상이 험악할지라도 악착같은 의지와 의지할만한 짝이 있다면 결국 미래는 밝을 것이다.

아마도  김정환 감독은 그런 뻔한 이야기를 멋진 송중기와 예쁜 한예슬을 데리고 이렇게 만든 모양이다. 영화는 재밌다. 결국 마지막 한 푼까지 다 투자하여 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처럼 진취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이란 점은 꼭 짚고 싶다. 연애할 돈 아껴 이 영화는 보시라. (박재환, 2011.11.9)

왜 연애를 연예로 썼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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