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드래곤] 용과 마법이 숨쉬는 시절....

2008. 5. 3. 11:02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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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1-4-?] PC게임으로 인기가 높은 <디아블로>같은 형태의 게임을 롤 플레잉 게임(RPG)이라 한다. 말 그대로 게이머가 '검투사'나 '마술사' 등 일정 역할을 맡아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주어진 설정 속에서 난관을 차례로 극복하고 마침내 황금과 명예, 혹은 미인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이 말은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테이블탑 롤 플레잉 게임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윷놀이처럼 말판을 움직이는 게임은 이미 영화 <쥬만지>에서 보아왔다. 미국의 TSR사에서 만든 첫 번째 <던전 앤 드래곤 (Dungeons & Dragons)>이란 게임은 1974년에 출시되었었다. 그것이 카드게임과 PC게임으로 나왔고 현재까지 2천 5백만 명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게임은 이미 1983년에 미국 CBS에서 만화로 만들어져 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 게임의 열성 팬이었던 코트니 솔로몬 감독은 91년에 이 게임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이고, <매트릭스>를 제작한 조엘 실버를 끌어들여 마침내 극장판 <던전 드래곤>을 완성한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마치 컴퓨터게임의 시놉시스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마법'과 '드래곤'이 존재하는 신비의 왕국 이즈멜은 엄격한 신분제 계급사회이다. 드래곤의 지휘권을 지닌 왕족과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메이지', 그리고 노예취급을 받는 시민계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즈멜 최고의 마법사 프로피온(제레미 아이언스)은 사비나 여왕(도라 버치)을 실각시키고 자신이 왕국을 지배하러한다. 여왕을 구하고, 이즈멜을 구하는 영웅의 역할은 당연히 최하계급의 좀도둑 리들리(저스틴 왈린)의 몫이다.

이 정도의 내용이면 컴퓨터게임의 화려한 동영상과 환상적인 장면변환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매트릭스>적 영상과 <스타워즈>적 수법을 써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트니 감독은 욕심부리지 않고 눈 높이를 대폭 낮추어 영화를 이끈다. 여왕과 귀족의 파워게임, 사악한 존재와 정의의 맞섬, 하층 계급의 신분 상승적 분투, 그리고, 영원한 주제인 로맨스 등의 내용을 다 담고 있으면서도 적당히 화려한 CG와 이미 익숙한 특수기법으로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끈다. 깊이는 얕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그런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당연히 특수효과장면들. <에일리언>,<타이타닉>,<매트릭스> 등의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선보였던 '스테이션 엑스 팀'과 <인디애너 존스>와 <브라질>에서 고전적 특수효과를 선보였던 조지 깁스의 활약으로 3500만 달러라는 저예산(!) 작품치고는 비교적 충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용들이 하늘을 가득 뒤덮는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 조지 루카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물론, 귀족회의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서의 원로원회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소규모로 처리되는 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작은 기술과 적은 돈으로 107분을 채운 것은 신인감독의 솜씨치고는 괜찮은 셈이다. SF영화, 판타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반지전쟁>을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팬은 한번쯤 봐도 재미있을 영화일 듯 하다.

어린 사비나 여왕으로 나온 도라 버치는 작년 <아메리카 뷰티>에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도발적으로 "아버지를 죽여줘"라고 말하던 당돌한 딸이었다. 도라 버치나 남자 주인공 리들리역의 저스틴 왈린, 사악한 마법사 제레미 아이언스보다는 조연으로 나온 프로피온의 심복 '다모다'를 맡은 브루스 페인과 리들리의 동료좀도둑 스네일즈 역의 말론 웨인즈가 더 애정이 가는 것이 판타지 영웅드라마의 아이러니이다.

최근 미국의 한 PC게임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12세에서 35세 사이의 미국시민 중 3%가 적어도 한 달에 한번 RPG을 한다고 한다. 그 중 59%(165만 명)가 <던전 드래곤>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영화는 올 겨울 <반지전쟁(Lord of the Rings)>으로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려는 뉴라인 영화사가 워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5백만 달러에 배급권을 사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로 돈 벌 생각보다는 <반지전쟁>의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조사와 여타 이유 때문에 나선 것이었다.

미국에서 작년 12월 8일 2,078개 극장에서 개봉되어 1,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가 3,500만 달러라니 비디오와 DVD 등 부가수입을 많이 올려야할 것 같다. 물론,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 보자면 '영화로도' 200억 원의 부가수익을 올린 셈이지만 말이다. (박재환 2001/4/)

Dungeons & Dragons (2000)
감독: 코트니 솔로몬 (Courtney Solomon)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도라 버치, 말론 웨이언스
한국개봉: 2001/4/7
imdb   네이버영화  위키피디아   Dungeons &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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