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쥬] 상해인의 사랑

2008. 4. 17. 21:31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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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1-11-11]  <수쥬> 蘇州는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상하이를 흐르는 강이다. 정확한 중국어 발음은 수쥬가 아니라 수죠우(suzhou)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어김없이 중국의 5세대, 6세대 감독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12억이라는 엄청난 영화 관람층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 최대 규모의 영화시장인 중국의 영화산업은 1976년 모택동 사망이후, 그리고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10년의 암흑기동안 다른 모든 인문 사회교육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의 일상적인 영화산업은 중단되었다. 그때 문을 닫아야했던 북경전영학원은 1980년에 다시 영화계의 인재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때 북경전영학원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1980년대 중반이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충격을 준 감독들인 장이모와 천카이거 등 이른바 5세대 영화인이 있고, 그 뒤를 이은 사람들이 이른바 6세대 감독들이다. 한국의 일반적 영화팬들, 쉽게 말해 홍콩영화에 익숙할 따름이며, 깐느나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에서 끊임없이 상들을 챙기는 중국계 영화감독들의 소식을 전해듣는 한국영화팬들에겐 이들의 정체가 꽤나 신비스러울만하다. 세계영화제에서 걸출한 성적을 보이는 북경전영학원 출신은 중국영화계의 기둥이다. 이미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 학교에 꽤 많이 진학했고,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에서 중국영화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이들 영화인들이 중국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제한투성이인 영화계 진출보다는 TV방송계로 나가거나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등 '독립영화' 스타일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주의적, 혹은 관료주의적인 중국의 영화관련 당국은 창의적인 영화제작에 끊임없는 간섭과 통제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까지 유지하고 있던 각종 규제가 중국에서는 '당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완성 후의 작품검열은 물론이며 사전 시나리오 검열이나, 외국영화제 참가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시를 하고 있다. 특히, 외국영화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당국으로 보아서는 중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을 가진 영화의 외국공개는 국가적 위신을 저하시키는 매국노같은 짓거리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우습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단편 <소풍>이 깐느영화제에서 단편대상을 받았을 때, 당시 IMF로 어려움 겪는 시기에 가족들이 동반자살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가 외국에 소개되어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요지의 컬럼이 나기도 했었다. 사실 중국의 6세대 감독의 작품은 거의 중국의 피폐한 사회상, 범죄인, 좌절하는 청춘군상을 그리고 있다. 그것을 보는 외국인들은 중국인의 현 시대가 꽤나 암울하며 민주주의의 햇볕을 비춰줘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영화평론가나 영화기자는 결코 대중국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할 입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영화 한편이 중국의 운명을 뒤집어 놓을 수도 없는 것이 명백함에도 말이다. 한편 이른바 이런 6세대 감독들의 자기 고백은 의외인 것이 많다. 이들은 자기스스로 '6세대'니, '6.5세대'니 하는 수학적 구획 정리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다. 그들은 외부에서, 특히나 서구의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구분짓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로우 예 감독 또한 6세대 감독군에 포함된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6세대 감독'이다. 그의 영화 <수쥬>는 여전히 중국내에서 상영금지되어 있다. 중국영화당국이 왜 그의 영화의 일반공개를 금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도 모를 만큼 중국영화는 폐쇄적이다. 감독은 아마도 자신의 영화가 더러운 상하이의 모습을 비추었기 때문이지 않은가 하고 짐작할 따름이라고 했다.

  <수쥬>는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상하이 젊은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제면에 보자면 확실히 5세대 감독군의 작품세상과는 구분된다. 로우 예 감독은 현대화되어가는 상하이에서 사랑을 구하고, 사랑을 잃고,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주인공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청춘극 못지 않은 고뇌와 절망감을 전해준다.

  비디오 촬영기사인 '나'는 고객의 부탁에 따라 무슨 장면이든 찍어준다. 어느날 해피 바(世紀開館)의 사장으로부터 자기 업소의 인기 프로그램인 인어 쇼를 홍보하기 위한 비디오촬영을 부탁 받는다. 술집 중앙의 수족관에서 인어 꼬리를 단 메이메이(美美).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메이메이는 끊임없이 그들의 사랑을 의심한다. 한편, 상하이의 또 한편에선 오토바이 퀵 서비스 배달원인 마다(馬達)가 있다. 어느날 술 밀매업자로부터 그의 딸 무단(牡丹)을 부탁받는다.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청순한 무단은 과묵한 마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마다는 패거리와 함께 음모를 꾸민다. 무단을 유괴하여 돈을 뜯어 내려한다. 마다에게 연정을 느꼈던 무단은 절망감에 수쥬강에 뛰어든다. 그녀가 물에 뛰어들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인어가 되어 돌아올거야."였다. 무단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쥬강 일대에서 인어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나돈다. 세월이 흘러, 출옥한 마다는 무단을 찾아 헤매다가 그녀와 너무나 흡사한 메이메이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 인어의 전설을 들려준다.

  연인을 닮은 3자의 출연은 많은 미스테리 영화에서 등장했던 소재이다. 무단과 메이메이를 동일배우 쩌우쉰(주신)이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은 묘한 착각에 빠져 마다와 같은 심정에 놓이게 된다. 메이메이는 마다와 무단의 이야기를 듣게 됨으로써 '나'와의 사랑에 대해 회의를 갖게되며, 죽을때까지 자신을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는다.

  영화는 메이메이와 무단의 존재가 뒤섞임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며 인어라는 존재는 영화를 판타스틱하게 만든다. 수쥬의 더러운 인상에 덧붙여 그런 환상은 관객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감독은 이를 통해 현실을 관통하는 환상을 전해준다. 원래 감독 의도는 '마다'의 존재가 메이메이의 환상일수도 있다고 했고, 그를 통해 이들의 삼각관계를 그릴 의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영화의 마지막은 결국은 찾아낸 무단과 마다의 동반 투신자살로 끝난다. 범죄와 사랑의 이야기는 결국 수쥬에 용해되어버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사랑을 의심하며, 슬픈 전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주신이라는 배우는 중국에서 장쯔이, 조미, 서정뢰와 함께 아이돌 4인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신세대 배우이다. <북경자전거>에서 또다시 '6세대' 왕슈오슈아이 감독에 의해 캐스팅된 그녀는 이미 중국 TV드라마의 인기스타이다. 중국에서는 조미 때문에 그녀가 단역출연했던 <동궁서궁>을, 주신 때문에 이 <수쥬>의 비디오(정확히는 VCD)를 찾는다고 한다.

  <수쥬>는 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후 올해 초 극장에서 잠깐 상영되고는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현재 중국 상하이의 뒷모습을 보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박재환 2001/11/11)

蘇州河 (1999) Suzhou River
감독: 로우 예
주연: 조우쉰, 지아홍셩
 한국개봉: 2001/2/3
imdb   네이버영화   香港影庫=HKMDB   mtime
위키피디아    http://www.uplink.co.jp/film/fu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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