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 캄보디아 소년노예 차크라를 아시나요 (로드 라스젠 감독, Buoyancy 2019)

2020. 7. 2. 11:213세계영화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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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국제영화상 부문’(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도 함께 받았다. 작년까지는 ‘외국어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m)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었다. <기생충>이 트로피를 차지한 ‘국제영화상’은 다른 부문과는 달리 미국(LA)내 극장에서 꼭 상영될 필요는 없다.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가 각국 영화단체나 기관에 추천을 위임하였고, 각 나라는 그해 자기 나라의 대표작을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보낸다. 올해의 경우 한국의 <기생충>을 비롯하여 폴란드, 북마케도니아, 프랑스, 스페인 작품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다섯 편의 최종후보에는 빠졌지만, 오스트레일리아가 국가대표로 보낸 작품은 <부력>(Buoyancy)이란 작품이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이게 “호주 영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캄보디아 소년이 태국 고기잡이배에 노예로 실려 가서 고생하는 동남아잔혹스토리이니 말이다. 일단 보자!

 캄보디아의 14살 소년 차크라(삼 행)는 오늘도 아버지를 도와 종일동안 땡볕에서 논일을 한다. 또래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것을 부러운 듯이 바라본다. 좁은 움막집에서 일고여덟쯤 되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는다. 아버지에게 대든다. “왜, 일만 시키냐고?”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태국에 가서 일하면 천 바트는 벌 수 있대.”, “소개비 500달러는 첫 월급에서 제한대.” 끝없는 가난과 암울한 미래에 지친 소년 차크라는 집을 나선다.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향한다. 마침내 방콕의 휘황찬란한 도시 불빛을 보이는가 싶더니, 고기잡이배(트롤 어선)에 실린다. 그날부터 ‘선상노예’ 생활이 시작된다. 돈을 버는 것은 고사하고 쌀밥 한 ‘컵’만을 겨우 얻어먹을 뿐이다. 누군가 선장에게 대들었다가 고기밥이 되어버린다. 차크라는 작렬하는 동남아 바다, 작은 어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부력>은 오스트레일리아 로드 라스젠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크메르어와 태국어만 등장한다. 감독은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노예어업에 대한 기사를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가 끝날 때 자막이 나온다. 20만 명의 어린이들이 부당하게, 불법으로, 구금당한 채, 고문당하고 때로는 죽음에 내몰리며 ‘고기잡이’에 이용된다고. 그렇게 벌어들이는 수산업 규모가 6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먹은 아침 밥상의 생선 한 마리가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모른다. 마치 한때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제3세계’ 혹은 ’저개발국가‘로 통칭하는 나라의 여성과 아이들을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비인간적 커피농장의 이야기들과 연결된다. 

<부력>은 아카데미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작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파노라마부문 에큐멘셜상(Prize of the Ecumenical Jury)을 수상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동남아인들의 노동착취, ‘염전노예’, 그리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에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을. 지성인이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망망대해에서 펼쳐지는 비인간적 착취와 범죄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부력>은 판타지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플레처 크리스천’이 되어버린 차크라의 미래는 결코 행복하거나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 너무나 먼 저 바다에서 이뤄지는 끔찍한 반인류적 범죄행위에 다름없는 그러한 어로행위가 국제적인 공조로 저지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로드 라스젠 감독은 정말 엄청난 일을 해낸 셈이다. 그런 사실을 인식시켜주었다는 것이!  2020년 6월 25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재환 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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