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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당산 대지진 23초의 지진, 32년의 갈등 본문

중국영화리뷰

[대지진] 당산 대지진 23초의 지진, 32년의 갈등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0.10.27 14:30



1976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당산(堂山,탕산)이라는 도시에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났다. 시각은 새벽 3시 42분. 불과 23초의 진동은 당산 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바꾸고 말았다. 모두 24만 명이 죽고, 43만 명이 다쳤다. 1976년의 당시 중국은 모택동의 말년이었고 이른바 ‘죽의 장막’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도 그 너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지진파는 세계 각지의 관측소에서 감지되었다. 하와이에서도, 대만에서도, 유럽에서도. 진도는 8이상이었고 베이징 인근이라고 파악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중국 국가지진국으로 난징, 란저우, 쿤밍 등 전국 각지에서 지진 관측 보고가 답지했다. 북경 인근 이라는 관측이 당시 분석이었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 중국전신국은 전국 각지와 연락을 취했는데 오직 당산지역만이 전화가 불통인 것이 확인되었다. 당산은 그때 그렇게 지진에 모든 것이 올 스톱된 것이다. 세월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중국의 흥행감독 풍소강이 최근 당산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재난영화인줄 알고 특수효과만 감상 갔다면 그 인성의 밑바닥을 울리는 초특급 최루 드라마에 눈물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필견의 영화이다.

행복한 가족, 불행한 재해민

1976년의 당산은 그 시절 중국의 소규모 공업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시 한 세대동안 계속된 공산혁명으로 인해 나라 전체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었다. 하지만 인민은 가난하지만 살아남은 것에 행복해하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공장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선풍기 하나에 온 가족이 매달려 행복해 하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나와 동생, 이들은 쌍둥이이다. 동생은 조금 허약하다. 누나는 그런 동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아이스케키’도 사준다. 집에 돌아오면 하나뿐인 토마토는 동생 몫이다. 그날 밤. 지진은 이 집안의 운명을 깡그리 바꿔 놓는다. 23초의 지진은 우중충한 공업도시, 소도시를 폐허로 만든다. 남편은 아내를 밀쳐서 살려내고 자신은 죽는다. 딸과 아들은 붕괴된 건물에 짓눌린다. 계속되는 여진. 살아남은 사람들은 맨손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깔린 사람을 어떻게 구해내려 한다. 하지만 딸과 아들은 기묘한 위치에 깔려있다. 하나를 구해내면 다른 한쪽은 완전히 붕괴된 건물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주 위급한 상황에 마을 사람이 엄마에게 소리친다. “아줌마. 누구를 꺼내요?” 방금 남편을 잃은 충격, 눈앞에 놓인 믿지 못할 광경. 엄마는 그 짧은 순간.. “아들이요~” 커다란 돌덩이에 납작하게 깔려서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손에 잡힌 돌멩이로 바닥을 쿵쿵 치며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전하던 어린 딸은 눈물을 흘린다. 폐허, 시체 더미 속에서 어린 딸은 눈을 뜬다. 소녀는 현장 구조에 나선 인민군 부부에게 거두어져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누군지, 가족이 있는지 입을 굳게 다문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을 포기하고 아들을 구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아들은 목숨은 구했지만 한쪽 팔은 잃는다. 이들은 그렇게 32년을 살아갈 것이다.

영화는 일단 최루성이다. 눈물이 끊임없이 흐를 만큼 극한의 상황이 던져진다. 그것은 잔혹한 선택의 문제이며 어쩔 수 없는 가치 평가의 순간인 것이다. 그것은 목숨만이 아니다. 이후 펼쳐진 모든 가족관계에서의 진정성과 연계되어 있다.

1978년의 당산, 2008년의 문천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몇 달 앞둔 5월 12일, 사천성 문천(汶川,원츄안)에서는 진도 8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50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산간 마을은 폭삭 내리 앉았다.  순식간에 7만 명 가까운 사람이 숨졌다. 당산대지진 때와 달라진 것은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뻗어갔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든 인민군 부대가 속속 집결하여 ‘영웅적인’ 구조 활동을 펼친다. 뉴스를 접한 중국인들은 발 벗고 나섰다. 당산 사람들도 나선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민간인들이 실제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맨손으로 돌을 나르고, 어둠이 내리면 주먹밥을 먹으며 노숙했다. 이 영화가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아마도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당하고도 그 고난에 공동대처하는  공동체 의식에 강한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풍소강 감독은 관객의 심리를 정확히 건드린다. 그리고 그 드라마 위에 상업성(흥행성/대중성)을 적절히 녹인다.

드라마 측면에서 보자면 이것은 현대화되어가는 사회의 가족해체 장면을 보여준다. 친생부모가 아닌 가족구성, 부모 곁을 떠나는 자식들, 혼전 임신과 낙태를 거부하는 여자, 그리고 싱글맘, 외국인과의 결혼, 이민 등등. 수많은 가족 이야기가 한 치의 빈틈없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그 밑바닥 심연에는 당산 지진의 고통과 악몽이 숨어있다. 그들은 어제의 고통을 잊기 위해 오늘, 범사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이다. 기약 없이 말이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한국이 맡았다. 풍소강 감독은 이미 <집결호> 때부터 한국 특수효과팀을 신뢰했다고 한다. 할리우드보다 저렴하게, 그러면서 퀄리티는 월등하게. 실제 지진 장면과 같은 특수효과씬은 영화 감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이 영화는 지난 9월 중국에서 개봉되는 6억 위안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역대 중국 최고 흥행작품이 되었다. 중국에서 그렇게 큰 흥행성공을 거둔 이유는 직접 보면 알 것이다. 이 영화 제작은 흥미롭다. 중국 최고의 제작사인 화이브러더스가 당산 시정부와 합작하여 만든 것이다. 그리고 홍콩의 유명영화사 세 곳이 합류했고 이런 제작-배급방식의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첫 시사회는 당산에서 화려하고 거창하고, 장엄하게 열렸다. 당산 사람들은 지진에서 살아남았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했고, 그 아픔을 떨쳐 일어났다는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풍소강은 타고난 흥행감독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다. 그의 전작 중 유덕화가 주연을 맡았던 <천하무적>이란 작품이 있다. 그 영화에는 수많은 PPL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동안 그걸 조롱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시는 술, 입는 옷, 타고 다니는 차, 하나같이 광고판이다. 극중에서 아들은 여행사 사장이 된다. 여행사 직원이 물어본다. “이번 여행 보험은 어디로 할까요?” 사장이 대답한다. “차이나 라이프가 좋아!” 물론 차이나 라이프가 이 영화의 PPL업체이다. 덕분에 이 영화는 광고협찬만으로 4천만 위안을 벌어들였단다. 놀랍지 않은가. 중국 네티즌들은 이 영화 덕분에 당산 대지진이 모택동 죽기 몇 달 전에 일어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공부할 뿐 아니라 수많은 옥에 티도 찾아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 의상, 군복, 화폐 등등에 대해 철저한 고증을 한다.  참, 흥미로운 영화이다.

지진발생 순간의 화려한 그래픽도 볼만 하지만, 지진 이후 펼쳐지는 인간드라마는 풍소강 특유의 도시적 트랜디 드라마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인상적이다. 가족 구성원이 펼치는 백가지 사연에 대한 천 가지 고민에 대한 아주 소박한 해결책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리라.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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