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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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판 기생충] 스멀스멀 냄새가~ (봉준호 감독, PARASITE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엔 흑백 버전의 이다. 컬러판과 흑백판의 차이는 무엇일까. 색깔만 조정한 것일까? 봉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하실의 냄새가 더 풍기는 것 같더라”라는 해외팬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컬러의 색감을 덜어낸 ‘기생충’에서는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와 송강호의 몸에서 풍기는 정의할 없는 체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집주인과 세입자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가족이다. 이들은 털끝만큼의 죄의식도 없이 타깃으로 정한 한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물론,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들은 유망 중소IT기업 대표 동익(이선균)..
2020.05.04 -
[기생충] 버닝 패밀리 (봉준호 PARASITE,2019)
봉준호 감독의 신작 은 작금의 한국 경제상황에 비추어보면 반지하에 사는 전형적인 ‘하층’ 서민가족의 자급경제를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호구지책으로 박스 접기 같은 단순노동으로 살아가는 이들 가족에겐 ‘계획’이란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백수 아들 기우(최우식)의 친구(박서준)가 찾아와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겨준다. 박서준은 이 집에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육사 출신의 할아버지가 수집했다는 산수경석을 선물한다. 이를 두고 기우는 “아,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이 때부터 관객들은 천재감독 봉준호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영화에 빠져든다. 인물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소품배치 하나하나에 대해 숨겨진, 대단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기우에..
2019.07.28 -
[베테랑] 정의가 조금 실현됐다고 봐야지~ (류승완 감독 Veteran, 2015)
(박재환 2015.8.20)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베테랑’을 만든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은 남편 류승완(감독)과 아내 강혜정 (제작사 대표)의 이름조합이다. 두 사람의 드라마틱한 연애담은 충무로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사건으로 곧잘 기사화된다. 극적인 효과를 좀 주자면 영화가 좋아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든 고졸 류승완과 그 남자의 야망에 필이 꽂힌 대졸 인재 강혜정이 한국 충무로의 액션사(史)를 다시 쓴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외전이라면 고등학교까지 중퇴한 철부지 도련님 류승범 이야기까지 있고 말이다. 여하튼, 류승완 감독이 충무로에서 힘들게 조감독하며 자투리 필름으로 찍은 단편들의 결합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영화평자들은 환호작약했다. 액션영화란 것은 마초맨들이 나와 얼..
2017.08.20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1938년, 케이죠(京城) 쇼조(少女) 사라지다 (이해영 감독,2015)
1938년의 한반도 풍경을 상상만이라도 해볼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이라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이다. 만약 그 두 영화를 봤다면 이번 영화도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박보영이 ‘늑대소년2’를 찍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1938년 녹음이 푸르른 어느 여름날, 세단차 한 대가 수풀 우거진 산길을 달려 경성에서 가까운 한 요양학교에 들어선다. 계모의 손에 이끌린 주란(박보영)은 소녀들만 있는 학교에 편입한다. 처음엔 폐병 환자처럼 쿨럭이던 주란에게 교장(엄지원)은 매일 아침 주사를 맞힌다. 모든 학생들은 건강해진다는 약을 먹고, 체육시간에는 멀리뛰기를 한다. 잘 달리고 멀리 뛰는 우수학생에게는 일본유학이라는 달콤한 약속도 ..
2015.06.17 -
[이쁜 것들이 되어라] KAFA 독립영화 (한승훈 감독 2014)
어제 KBS 1TV > 시간에는 한승훈 감독의 ‘이쁜 것들이 되어라’가 방송되었다. 이 영화 독립영화 맞다. 작년 이맘 때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작품으로 ‘들개’(김정훈 감독), ‘보호자’(유원상 감독)와 함께 기자시사회를 갖고 영화 팬을 찾았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사랑스런 작품이다. 남자주인공 한정도(정겨운 분)는 한 마디로 ‘찌질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위인이다. 비록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시준비생이지만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초등시절, ‘타이거 맘’의 표본이라고 할 엄마의 성화에 ‘공부, 공부, 또 공부’에 내몰린다. 물론, 주인공이 되돌아보는 회상 씬은 조금 다르다. 어린놈이지만 예쁘고, 섹시하고, 짧은 스커트에 가슴골 깊이 파인 과외선생님에 현혹되어 열심히 공부했을 뿐이고 다..
201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