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을 보고 글을 쓰려니 나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권투선수도 아니었고 영화인도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하면 된다’는 박정희 시절의 산업역군이셨다. 부산의 소문난 공단인 사상공단(부산시 사하구 학장동)의 꽤 규모가 큰 공장에서 책임자로 일하셨다. 6.25때 홀몸으로 부산으로 피난 와서는(그렇다고 이북출신은 아니고…) 자수성가 바로 문턱에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아직도 살아계실 때 문화생활 혹은 여가활동이라곤 낚시 밖에 모르셨던 당신이 어느 날 공장에 영화촬영팀이 들러 영화를 찍어갔다고 한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그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금형을 만드는 주물공장이었는데 종일 쇳덩이와 불과의 싸움을 벌이는 오염지대였다. 아버지는 영화촬영이란 것이 순전히 엉터리라고 하셨다. 커다란 망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