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신구의 조화

[Reviewed by 박재환 2002/9/15] 지난 연말 홍콩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주에 홍콩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SF영화 <拳神>이 <철권>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홍콩개봉을 앞두고는 '정이건'이 출연한다하여 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았었는데 알고보니 정이건은 '우정출연'으로 총 출연씬이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홍콩영화의 한 경향을 알 수 있는 배우들과 내용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니 홍콩영화 매니아라면 챙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유위강 감독의 작품이 왕정 감독과 차별성을 띠는 것이 바로 CG를 활용한 근사한 화면구성에 있다. <극속전설>에서 맹숭맹숭한 자동차 체이스 장면을 박진감있는 볼거리로 만든 것은 홍콩영화의 저조기를 어떤 식으로 돌파해보려는 이들의 노력때문이었을 것이다. <극속전설>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CG장면은 제법 볼만했다. 그런 유위강이 액션감독으로 일가견이 있는 원규와 함께 <권신>을 내놓았다. <권신>은 작년 외신면을 소란스럽게했던 '인간유전자지도완성'이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SF영화이다.

미래의 어느날 연합정부는 10%밖에 활용 못하고 나머지 90%를 그냥 잠재우는 인간의 뇌구조 활동을 100% 끌어올리기 위한 실험을 강행한다. 이른바 '신의 금지구역(上帝禁區)'에 대한 도발이다. 잠재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 '파워 글로브'가 개발되고 세 명의 정예 경찰이 실험대에 오른다. 다크(정이건), 풍뢰(원표), 장요양(화전21)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 발생하여 실험은 중단된다. 그리고... 그 후. 평화를 유지하던 인간사회에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가 들이닥치는데.. 알고 봤더니 장요양이 파워글로브를 훔쳐 사라졌고, 풍래(원표)는 모든 기억을 삭제당한 채 장요양의 충견이 되었다. 다크는 끝까지 이들의 음모를 뒤쫓는다. 정이건은 실험 순간 잠시 얼굴을 보인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홍금보가 정이건 역할을 이어 받는다. 그 위험한 실험의 후유증이란다. 원표는 기억력을 잊고, 정이건은 비만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그런데 유전자조작 쥐 실험에서 일부 비대증을 보인다고도 하니 과학적일 수도 있다!!) 원표의 아들 왕력굉은 나중에 이런 비밀을 어머니에게 듣게되고 아버지의 복수와 지구평화를 위해 파워글로브를 끼고 슈퍼맨+스파이더맨의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주인공 왕력굉은 국내 영화팬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이니즈 팝 매니아에겐 얼굴이 익은 엔터테이너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대만에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스타이다. 이 영화 <철권>에서 왕력굉은 당연히 주제가도 부른다.

이 영화에는 왕력굉, 풍덕륜, 양영기, 양공여, 전가락 등 젊은 배우와 함께 홍금보, 원표, 그리고 엽동 같은 중견배우도 나온다. 한때 성룡과 함께 그렇게 날아다니던 원표가 참 힘들게 경륜을 쌓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참, 그리고. 왕력굉의 한자는 王力宏이다. 중국어로는 [왕리훙]으로 읽는다. '굉'자 발음이 굉장히 거슬린다. '宏'은 [굉]과 더불어 [홍]으로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다닐때 대한제국과 일본이 맺은 외교문서(제물포조약)에 金洪集(김홍집)의 다른 이름으로 金宏集으로 쓰인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입천장에서 이 발음이 막히길래 왕리훙 처음 들었을때부터 또다시 버벅댄다. --;

참, 이 영화는 적당한 소재거리를 얼렁뚱땅 만드는 홍콩영화판에서 제법 CG에 공을 들인 영화라고 할만하다. 끝없이 쏫은 빌딩 숲을 헤쳐가는 공기부양차나 거대한 괴물, 장풍의 완벽한 영상화 등은 이미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너무나 많이 보아온 특수효과 장면들이지만 홍콩영화에서 이렇게 자연스레 이용되니 놀랄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올해 이른바 '블록버스트'의 저주라며 몇몇 영화들이 참패했었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리오. 열심히 만들다보면 '드라마'가 좋은 영화, 'CG'가 완벽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拳神 (2001) The Avenging Fist 
감독: 유위강+원규
출연: 왕력굉,풍덕륜,양영기,양공여,정이건,홍금보,장요량,엽동
홍콩개봉: 2001/12/6
한국비디오출시: 2002/9